이 문장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병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에서 오히려 병과 죽음의 언어에 더 익숙해진다는 역설.
그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회가 정해 놓은 ‘정상’이라는 경계의 불안정함을 드러낸다.
책 속의 한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매일 뻥튀기 한 봉지만 먹던 여자 환자에 대해 간호사가 의료 차트에 “식습관이 기괴하다”고 기록한 부분이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작가는 의사들의 기록이 객관적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 깨닫는다.
우리는 흔히 과학과 의료를 ‘객관성’의 영역이라 믿지만, 그조차도 결국 인간의 해석 위에 세워진 것임을 보여준다.
스캔런은 자신의 병적 경험을 단순히 고통의 서사로 남기지 않는다.
그녀는 읽기와 쓰기, 나아가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작은 사건 하나에도 집요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문제로 확장시킨다.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쌓아올린 문장들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해석함으로써’ 버티는 존재인지를 보게 된다.
『의미들』은 정신병동이라는 닫힌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그 시선은 놀랍도록 넓고 깊다.
이 책은 결국 ‘병’에 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의미를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이야기’다.
스캔런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정상이라 믿는 것들, 우리가 객관적이라 여기는 판단들, 그 모든 것이 과연 진짜일까?
#의미들 #수잰스캔런 #회고록 #정신병동 #책서평 #인문 #자기이해 #정상과비정상 #독서 #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