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그 복잡한 체계(『의자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끝까지 읽은 드문 인물 중 하나였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요한나의 살롱을 혐오했던 그가 유일하게 존경하고 우정을 맺은 사람이 요한나의 살롱에서 만난 괴테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상처를 피하고,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절망을 피하며, 혼자 있음으로써 세계와 타협하지 않은 쇼펜하우어의 방식이 아름답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약함이 아니라 버티는 자의 강함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쇼펜하우어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가 무척 강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통찰은 인간을 아주 깊은 곳에서 외롭게 만들고, 철학이란 결국 그 외로움에 끝까지 견디는 작업이라 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여전히 유용한 것 같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변하는 세상에서 관계의 힘듦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대인에게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재조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철학, 특히 쇼펜하우어 같은 사유의 깊은 심연을, 고양이 제스퍼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력이 뛰어나다. 단지 쇼펜하우어의 철학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가 그런 철학을 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쇼펜하우어라는 인물과 더 깊이 만날 수 있었다.
'고양이도 이해하는 쇼펜하우어'를 만난다면 누구라도 쇼펜하우어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