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이해하는 쇼펜하우어 - 쇼펜하우어 철학을 관통하는 50가지 키워드
이채윤 지음 / 행복한마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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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고양이도 이해하는 쇼펜하우어』는 쇼펜하우어 철학을 관통하는 50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철학 탐정 고양이 제스퍼가 남긴 기록이다. 각각의 장면은 제스퍼가 쇼펜하우어와 나눈 대화이거나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만난 인물들(마담 드 스탈, 루소, 괴테, 니체, 부처, 공자 등) 과의 조우를 다루고 있다.

각 장은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되고, 그 질문은 우리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는 가장 일관된 비관주의자이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인간 내면의 빛을 믿었던 자였기 때문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8~19세기 독일 철학자이며, 세계를 고통과 의지의 투쟁으로 본 대표적 비관주의자이다. 세상을 '표상'과 '의지'라는 개념으로 해부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접근한 철학자이다.

쇼펜하우어는 우울했다. 책에는 '쇼펜하우어의 우울이 감정이라기보다는 체온에 가까운 것이었다. 언제나 그의 몸속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식지 않는 체온처럼 그는 그것을 안고 살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따라가보니 그가 왜 이토록 우울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한 죽음과 배신, 그리고 어머니와의 결별은 쇼펜하우어에게 인간과 관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철학적 전제를 심어주었다. 이후 그의 철학은 모두 이 전제를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그토록 우울했던 그가 자살하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죽는 것조차 의지의 소산이며, 그것은 또 다른 욕망일 뿐이라고 보았다고 하니 참 쇼펜하우어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죽지도 살지도 않는 경계에 스스로를 가뒀다.

철학으로 벽을 세우고,

예술로 틈을 내고,

플루트로 숨을 쉬었다.

괴테는 그 복잡한 체계(『의자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끝까지 읽은 드문 인물 중 하나였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요한나의 살롱을 혐오했던 그가 유일하게 존경하고 우정을 맺은 사람이 요한나의 살롱에서 만난 괴테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상처를 피하고,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절망을 피하며, 혼자 있음으로써 세계와 타협하지 않은 쇼펜하우어의 방식이 아름답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약함이 아니라 버티는 자의 강함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쇼펜하우어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가 무척 강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통찰은 인간을 아주 깊은 곳에서 외롭게 만들고, 철학이란 결국 그 외로움에 끝까지 견디는 작업이라 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여전히 유용한 것 같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변하는 세상에서 관계의 힘듦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대인에게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재조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철학, 특히 쇼펜하우어 같은 사유의 깊은 심연을, 고양이 제스퍼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력이 뛰어나다. 단지 쇼펜하우어의 철학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가 그런 철학을 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쇼펜하우어라는 인물과 더 깊이 만날 수 있었다.

'고양이도 이해하는 쇼펜하우어'를 만난다면 누구라도 쇼펜하우어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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