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소설은 '우리가 여덟 살이었을 때, 아빠는 목에서 배까지 나를 갈랐다.'라는 무시무시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잘못 읽었나 싶어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아빠는' 다음에 어떤 단어가 빠진 것인가 싶었다. 예를 들어 '토끼의'라든지 '돼지의' 같은 단어 말이다. 하지만 뒤에 나온 '나를'이라는 단어에서 그런 희망은 무참히 무너졌다.

주인공은 '거울 촉각 공감각'이라 불리는 신경학적 증상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간다.

뇌가 살이 있는 존재의 감각적 경험을 재현하는데,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동물까지도 포함된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상의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잠깐이지만 그 대상과 하나가 된다. 대상이 느끼는 고통과 즐거움 또한 고스란히 자신의 것이 된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들어오는 감감 정보로 녹초가 될 지경이었기 때문에 이를 끊어낼 수 있다면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거울 촉각 공감각'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서야 소설의 첫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생물학자인 인티는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방사하고 자연에 적응시키는 스코틀랜드의 '케언곰스 늑대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위해 14마리의 늑대를 이끌고 스코틀랜드로 온다.

인티는 숲에 방사된 늑대 6호, 9호, 13호를 생태학자의 시선으로 관찰해야만 했다. 하지만 '거울 촉각 공감각'이 있는 인티로써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이 벌여놓은 파괴 때문에 늑대들만 고통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는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였다. 늑대가 방목하는 양이나 인간을 공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자연의 회복'이라는 거창한 명분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었다.

《늑대가 있었다》는 미스터리 소설이라 흥미진진해서 가독성이 높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흥미와 재미로만 읽기에는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무거운 화두가 여럿 머릿속에 떠오른다.

늑대와 늑대의 대변인이 된 인티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만든다.

또한 던컨 경무관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 중심적일 수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