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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마치 데쓰로는 교토 시내에서 일하는 내과 의사다. 의사로서 가장 물이 오르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가 근무하는 곳은 고도의 의료 기술을 습득하거나 후배를 지도하는 데 시간을 쫓기는 큰 병원이 아니라, 시내의 작은 병원이다. 소화기 질환을 전문으로 내걸고 48개 병상의 소규모 병동을 갖춘 ‘하라다 병원’이다.
하라다 병원에는 다섯 명의 상근 의사가 있다. 하지만 이사장을 맡은 하라다 햐쿠조는 70살이 다 되어 지금은 관리 업무만 볼 뿐이고, 임상 현장은 50대 중반의 베테랑 외과 의사이자 병원장인 나베시마와 나베시마의 후배이자 외과 의사인 주조 아야, 그리고 내과의 마치 데쓰로와 아키사카 준노스케 네 명의 의사가 전적으로 맡는다.
소설 속 주인공 마치 데쓰로를 동기화한 것이 《낭만 닥터 김 사부》의 김 사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마치 데쓰로가 환자를 살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환자의 행복일 것이다. 실력이 없어서 치료를 못하는 것이 아닌 이상 환자를 방치(?) 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자기 실력의 입증을 위해서, 그리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의사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철학적인 통찰이 없다면 환자가 진정 바라는 것을 지켜주는 것이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하나가키라는 인물이 가장 멋있었다. 어렵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1%의 가능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인물이다. 거기다가 경쟁자인 마치 데쓰로를 인정하고 언제라도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데쓰로와 하나가키의 진정한 우정이 소설을 한층 감동적으로 만들어준다.
최첨단 대학병원도 중요하겠지만,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편안하고 나다운 죽음으로 잘 인도해 줄 의사들이 있는 하라다 병원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의학 소설이라 공감을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어느 소설보다 더 사람 냄새나는 소설이었다.
저자 나쓰카와 소스케가 실제로 의사라 그런지 병원의 상황 묘사들이 실감 나서 몰입이 더 잘 되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