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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평점 :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종국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주는 글을 좋아한다.
그런 글은 어떻게 유기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달하는가가 관건이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꼭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흥미롭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딱 그런 책이었다.
독일어 단어 한 개로 시작해서 주제가 있는 이야기로 엮어내는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단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궁금해졌다.
gefallen(게팔렌)은 ‘무엇이 마음에 든다’는 뜻의 동사라고 한다.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이 단어는 무의미(?) 하다.
그런데 작가는 이 단어에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한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했다. 내가 당신을 통해 존재한다는, 주체와 객체라는 조금은 차가운 관계를 꺾어보는 일을 제공하는 단어이다.
“세상의 모든 문장이 ‘나는’으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깨달음.”
이 책은 작가가 한국에 전하고 싶은 독일어 단어를 골라 그 안에 든 세상을 글로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German word – German word 사이에 그어진 작은 선이 되는 글이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독자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작가의 바람대로 German word – German word 사이에 그어진 작은 선을 만났다. 아니 그 작은 선만 보았다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이 책으로 독일어 단어를 배우길 원한다면 강력히 다른 책을 고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단어들 안에 숨은 세상을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 권한다.
German word gefallt mir. (독일어가 나를 기쁘게 하네요.)
한 번도 관심 가져보지 않았던 독일어가 배우고 싶어진다. 하루에 스무 단어씩 외우기보다 한 단어를 입안에서 스무 번 굴려보면서 맛과 향을 음미하는 식으로.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