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담 세계사』에는 저자 가타노 마사루와 스가이 노리코가 30년간 유럽 33개국을 발품 팔아 취재하며 건져 올린 13편의 도시 기담이 실려있다.
저자는 역사와 전승이 살아 숨 쉬는 유럽은 도시 기담의 보물창고와도 같다고 말한다. 그 보물창고에서 신뢰할 수 있는 문헌과 근거가 있으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한 이야기 13편을 선정해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기담이라고 하면 시골에서 여름밤 할머니가 해 주시던 옛날이야기나, 매년 여름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봤던 ‘전설의 고향’이 떠오른다.
역사와 문화, 종교에서 국제 정세까지 아우르는 유럽의 도시기담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성인에게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거기다가 어릴 적 향수도 불러일으키니 무더위로 심신이 지치는 요즘 읽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다.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나는 <희대의 잭 더 리퍼 연쇄 살인 사건>에 매료되었다.
1888년,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주로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성들을 난도질한 엽기적인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메스처럼 날카로운 날붙이로 피해자를 난도질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까지 도려내는 등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벌였다. 더군다나 대담하게도 자신을 ‘잭 더 리퍼 Jack the Ripper’라고 칭하며 서명한 편지를 신문사에 보냈다. 하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딴 ‘리퍼학(ripperlolgy)’, ‘리퍼 연구자(ripperologist)’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고, 10편 이상의 영화와 TV 드라마, 소설과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등장했다.
연쇄 살인 사건은 1888년 8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약 2개월에 걸쳐 대략 11건이 벌어졌다. 이 책에서는 그중 확실히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5건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제 편지 사진까지 담고 있어서 실감 났다. 또한 사건 묘사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상황 이야기들도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세 번째 범행에서 앞에 두 명의 피해자처럼 내장을 도려내지 않은 것은 범행 도중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범인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네 번째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어쨌든 네 번째 피해자인 캐서린은 유치장에서 30분만 더 늦게 나왔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까웠다.
다수의 목격자와 증언이 있었음에도 결국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아, 범인은 정말 신출귀몰한 것 같다.
왜 잭 더 리퍼 연쇄 살인 사건이 여전히 다양한 매체에 재생산 되는지 알만하다.
여름이 가기 전에 조니 뎁이 형사 역을 맡았던 《프롬 헬》을 봐야겠다.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책을 놓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 책은 이야기마다 기승전결이 있어서 읽고 싶은 이야기만 읽어도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폭염 때문에 야외활동이 제한적인 요즘 같은 때에 시원한 카페와 이 책만 있다면 피서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