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봄빛을 머금고 있는 무지개 빌라 A동 101호, 이사 첫날 효미는 자신의 방을 보자마자 왠지 이 방에서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을 받는다.
엄마 심부름으로 잡채를 나눠드리러 간 효미. 현관문은 다 똑같은데 문을 열면 집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에 미소 짓는다. 꽃무늬가 가득한 집, 식물들이 많은 집, 조명 빛깔이 유독 부드러운 집, 전통 가구들이 놓인 집. 그리고 집 분위기와 사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어딘가 맞아떨어진다고 느낀다.
책을 읽다가 잠시 눈을 감고 우리 집을 떠올려 보았다. 효미가 우리 집에 왔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집과 나도 닮았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책은 효미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방을 꾸미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인테리어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인테리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막연하게 무엇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구상하고, 조사하고, 정리한다. 또한 그 내용들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점들은 특히 좋았다.
인테리어뿐만이 아니라, 각자 흥미 있는 것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 가는 과정에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富)를 부르는 인테리어를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집에 이름을 붙여주고 하나의 생명체로 대해주라는 내용을 읽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집에 ‘안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안식이를 험담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가령 집이 지저분하다느니, 좁다느니 하는 불평불만들은 밖에 나와서는 해도 집 안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다.
효미는 이사를 하니 자신을 둘러싼 것들이 모두 새롭게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매일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 자기 방을 많이 아껴 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자기 방에 애정을 가질수록 자신의 하루하루가 더 생기 있게 칠해질 것이라 믿는다. 또한 자기 방을 자신만의 우주라고도 했다.
물론 이야기 속의 가상 인물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아이가 집(인테리어)에 대해 이렇게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대견했다.
중학생 딸에게 방학 동안 읽어보라고 줬더니 재미있는지 반나절만에 다 읽었단다. 그러고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겠다고, 책상 정리부터 시작했다. 너무 흐뭇했다. 역시 책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