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최지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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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착실했던 한 청년이 월세 30만 원을 아끼기 위해 전세 계약을 한다. 이 선택은 이 청년을 지옥으로 안내하게 된다.

다행히도 지수 씨는 지옥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점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

지수 씨가 '나의 건물주가 자살해 주기'를 기도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함께 빌어 주었다. 신이 있다면 건물주와 부동산 중개인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꼭 맛보게 해달라고 청하고 싶다.

왜 선량한 피해자들만 그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피해자이면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계속 복기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집과 먼 곳에 취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천안으로 이사 가지 않았더라면, 그 부동산에 가지 않았더라면, 전세 계약을 하지 않았더라면……. 많은 ‘~더라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수 씨를 괴롭힌다.

많은 피해자들이 지수 씨처럼 자신의 과거를 자책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꼭 전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분을 토했다. 우리나라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너무 폭력적이고 잔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어떠한 잘못을 하지 않고도 지옥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두렵다.

픽션이라고 해도 분통이 터질 텐데, 논픽션이다. 더군다나 지금도 많은 피해자들이 양상 중인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참담하기 그지없다.

저자의 말처럼 답은 전세 계약을 하지 않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딸에게 읽으라고 선물했다. 딸에게 웬만하면 전세 계약은 하지 말라고 일러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앞으로 다시는 전세사기와 같은 일이 없기를 바라고, 지수 씨는 물론 다른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들 힘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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