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 - 귀촌과 심플라이프를 꿈꾸다
박중기 지음 / 소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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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커다란 관 속에 갇혀 단체로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망자들 같았다는 지하철 풍경이 내가 오늘 아침에도 본 풍경이라 씁쓸하다. 그래서인지 도시 탈출에 성공한 저자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벌써 좀비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의 품위(그는 품위를 ‘죄짓지 않고, 거짓말하지 말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것’이라 정의했다.)를 지키며 살고 싶어서 시골행을 택했다는 저자는 지금 품위를 지키며 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자신을 돌아다볼 일이 성찰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흔한 일이라는 말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당장이라도 시골로 달려가고 싶었다.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노을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생활은 얼마나 멋진 삶일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귀촌을 꿈꾸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나의 경우는 아직 어린 자녀의 교육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거기다가 ‘거기 가서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수입이 생길 때까지 지금 가진 돈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큰 몫을 한다.

그럼에도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스콧 니어링의 삶이나,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는 스스로는 품위를 지키며 사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보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새로운 외투(환경)를 걸친 것뿐이라는 사실과 다행히 지금의 외투가 더 편하다는 사실이다.

어떤 외투를 선택할지, 그리고 어떤 외투를 더 좋아할지는 선택과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저자는 운 좋게도 두 가지 외투를 모두 걸쳐볼 기회를 가졌다.

나도 지금 입은 외투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깔끔하고 가벼운 외투로 갈아입고 싶다.

저자가 들려주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 수 있는 시골살이 모습이 너무나 생경하고도 아름다워서 귀촌의 꿈이 몇 배는 더 커진듯하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난 듯해서 기쁘다.

향후 몇 년간 준비 잘 해서 여생은 정갈하고 가벼운 외투로 갈아입고, 가능하다면 스콧 니어링처럼 내가 원하는 때에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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