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열림원 세계문학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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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츠비는 내가 드러내놓고 경멸하는 것들을 모두 그대로 구현한 듯한 존재였다.

나는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책)라고 해도 한 번 이상은 좀처럼 다시 보지 않는다. 줄거리를 알면서 보는 영화(책)는 더 이상 나를 흥미롭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그 유명한 고전인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완벽한 연기로 충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개츠비’ 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내가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에서 더 이상 풋풋한 아이돌 외모가 연상되지 않는 것처럼, 개츠비의 내용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책을 읽어도 처음 읽는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아마 이 동네에서 보이는 하늘 가운데 어느 부분이 자기 몫인지를

알아보려고 나와 있는 듯했다.

화자와 개츠비와의 만남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개츠비의 부가 어느 정도인지 상징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문장들이 너무 예뻐서 음미하느라 속도가 나질 않았다. (문체 때문에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한몫한다.)

이 책이 2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쓰였다는 점이 작가의 묘수하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화자가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신중한 사람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강조함으로써 독자들 또한 등장인물들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장치해 둔 점은 매우 치밀하고 영리한 전략인 것 같다.

아무튼 평생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은 개츠비의 인생이 참 안타깝다.

이 소설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읽히는 것은, 여전히 또 다른 많은 ‘개츠비’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디카프리오의 개츠비가 선명할 때 이 책을 만났다고 해도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화와는 별개로 활자가 가진 매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재연하지 못한다. 아무리 디카프리오가 개츠비를 완벽히 연기했다고 한들, 내가 상상하는 개츠비와는 차별화된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처럼 영화로 내용을 알고 있어서 아직도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책으로 꼭 읽어보길 권한다.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명불허전이라고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표현법이 생겨난다고 해도 이런 아름다운 묘사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 애니, 영화처럼 시각적으로 영상 기법들이 많이 발달했지만, 언어만이 표현할 수 있는 비유와 은유의 예술은 소설(문학)을 더 아름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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