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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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즐기는 가장 최상위 버전은 누가 뭐라 해도 필사라고 생각한다.

필사는 눈으로 읽는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글을 받아들이게 된다. 한 획 한 획이 합쳐지면서 한 글자를 만들고, 그 글자들이 모여서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서 문장을 이루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그 문장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어릴 때 보았던 만화 중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만화가 몇 개 있다. <마징가 Z>, <독수리오형제>, <세일러문>, <은하철도 999>가 대표적이다. 특히 <은하철도 999>는 그 주제곡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은하철도 999>는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가 일본의 국민적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에서 모티브를 가저와 탄생시킨 만화이다.

이 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은하철도 999>도 물론 좋았다. 필사를 하면서 어릴 때 보았던 만화 장면들이 떠올라서 더 좋았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도 너무 아름다웠다.

마지막 행의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라는 문장이 여운이 많이 남는다. 단백하면서도 곱씹을수록 더 좋아지는 문장이다.

よく見て聞いて知っているので忘れずに

일본 문학을 원어 그대로 필사하는 경험은 한글 문학 작품을 필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글을 모르기에 그 글자 자체가 그림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내용 이전에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기분도 들었다. 다시 말해 글 이전에 글자 자체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렵게 따라 쓰다 보니 한 자씩 한 자씩 보고 써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한글 필사보다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든다는 단점도 있었다.

필사를 해보고 나니 일본어가 더 좋아지고, 친해진 기분이다.

무턱대고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우는 것보다 아름다운 작품을 적어보고 외우니 일본어 공부도 취미처럼 느껴졌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필사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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