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감정
김용태 지음 / 미류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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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참 오묘해서 때론 위장을 한다고 한다. 이때 드러나는 감정을 표면 감정이라 하고 숨기고 있는 감정을 이면 감정이라 한다. 표면 감정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궁극에는 심층 감정이라는 것과 마주하게 된다. 이 심층 감정은 모든 인간이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책을 통해 심층 감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심층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책 1부에 나오는 기천과 진영 부부의 사례는 일반적인 우리를 대변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고, 우리의 마음을 살피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부 싸움을 한 후 지난 결혼 생활이 허망하게 느껴지고 비참한 기분이 든 진영. 그러다 문득, 언젠가 이런 기분을 느꼈던 것 같은데, 왠지 더 생각하다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 기억이 밀려올 것 같아 생각을 멈추는 진영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부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 기찬과, 부부 싸움 이후 우울증 증상을 보이다가 급기야 수면제까지 복용한 진영 둘 다 너무 안타까웠다.

나는 결혼 23년 차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부관계는 어렵다. 갈수록 대화는 줄어들고, 대화를 시도해도 싸움으로 끝나는 횟수가 늘어간다.

그래서인지 기찬과 진영 부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두 사람은 10여 년의 결혼 생활 동안 억눌러온 감정이 폭발한 것이지만, 나는 20년 넘게 억압하고 표현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온 것이니 폭발한다면 이 부부보다 오리려 더 큰 위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감정은 느끼고 표현하면 저절로 사라지는데,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우리 몸 어딘가에 남아 끊임없이 표현되기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부부 문제를 상담하면서 왜 원 가족 가계도를 살펴보는지 알 것 같다.

나도 가계도를 한 번 그려보았다. 나는 원 가족 관계에서 생성된 수치심을 심층 감정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타인 지향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왜 타인의 성공에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상대방이 아무리 큰 원인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현재 겪고 있는 감정은 내 감정이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가 그 감정을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는 당부는 앞으로 살면서 꼭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5부 <감정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에 감정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실천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가짜 감정에 속아서 남 탓만 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타인이 아닌 내 안에 숨어있는 진짜 감정을 알아내고 화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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