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 정답이 없는 시대 지성을 구하는 독학자를 위한 공부 철학
야마노 히로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나이쯤 되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다.

10대, 20대 때에 가졌던 가치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30대, 40대에 가졌던 소신도 퇴색되었다.

지금의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로 시류에 휩쓸려 유영하는 느낌이다.

『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은 도쿄대 젊은 철학자가 전하는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다섯 가지 사고법과 생산적 사고로 이어지는 세 가지 대화법을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스스로 사고하는 힘과 생산적 사고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탐구를 위한 공부’의 토대가 된다.

이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고, 누군가에겐 정답이지만 누군가에겐 오답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생각을 발전시키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아내는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저자는 이 책을 ‘생각이라는 행위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책이라고 했다.

‘탐구를 위한 공부’의 힘을 기르는 데 필요한 사고법, 문제를 숙고하면서 사유하는 삶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인 것을 감안하면 합당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매우 명확하다.

저자는 철학이 상식 속에 묻힌 질문을 찾아내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여 독창적 사고에 이르는 자기 공부를 위한 최고의 도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하여 자신이 철학 공부 경험에서 얻은 식견과 방법론을 남김없이 전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책은 혼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사고법을 담은 독학책이면서

지성을 갈고닦는 방법을 전하는 철학책이다.

독학이라고 하면 혼자 공부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독학 책에서 대화법을 다루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저자는 대화가 ‘탐구를 위한 공부’ 기법을 익히고 실천하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한 독학은 타자와의 대화를 거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한다. 타자와의 대화는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이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고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고, 참된 사고는 여러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본래의 빛을 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한다’라는 행위를 전혀 못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작가의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다가 좋은 내용이 나오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누군가가 예리한 질문을 해오면 나도 학창 시절 저자처럼 ‘으음, 그 책에 뭐라고 적혀 있었더라…’라고 중얼거릴 뿐이다.

나도 ‘나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한다’라는 행위를 전혀 못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독서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일문일답식 지식관’에 근거한 독서법은 오히려 사고력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소 충격적이었다.

더군다나 쇼펜하우어도 『문장론』에서 이런 독서는 통찰력을 빼앗고 장애나 다름없는 상태에 빠뜨린다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이 충격을 계기로 올바른 독서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사고법을 익혀 남은 삶 동안에는 사유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