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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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50살이 되던 해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안정적인 삶을 내팽개치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으로 뛰어든 과정을 펴낸 책 『퇴사하겠습니다』가 한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 후로 이나가키 에미코는 한국이 무척이나 친근한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에는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을 따로 적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지라 이런 세심함이 너무 반가웠다.

저자는 초등학생 때 때려치웠던 피아노를 4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피아노는 심신이 쇠약해져 사회의 짐이 되는 게 무엇보다 두렵다는 보잘것없는 가치관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고 했다. 왜냐하면 평가고 뭐고 간에 이만큼 비효율적이고 조금도 발전 없는 일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피아노가 좋으며,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라 말한다. 

나도 퇴직을 꿈꾸면서 이제까지 시간이 없어서 못 해본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직은 반드시 건강하고, 아직은 놀 기운이 남아 있을 때 하고 싶다고 희망한다. 그림, 붓글씨, 요리, 요가, 애니메이션, 기타, 드럼 등이 있다.

이나가키 에미코도 처음에는 퇴직한 뒤 시간이 생기면, 아직 건강할 때 그동안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중 하나가 피아노라고 한다. 

저자는 과도한 연습 탓에 결국 손에 이상이 생겨 온갖 고생을 했고, 피아노를 위해 식생활은 물론 걸음걸이나 앉는 자세까지 고치며 옛날 검객처럼 엄격하게 생활한다고 하니 피아노에 얼마나 진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눈을 감아도 떠도 피아노뿐이라고 할 중도로 피아노에 푹 빠진 이야기를 읽다 보니 왠지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진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까지 빠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 더 솔직한 마음이다.

아무튼 평가나 결과에 상관없이 무슨 일에 열정을 다 할 수 있는 모습이 멋있다. 나도 그녀처럼 어떤 일에 열정을 가질 수 있는 호기심 가득한 할머니로 나이 들고 싶다.

한국에서 출판사 카페의 피아노를 칠 기회가 있었는데 피아노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참담한 연주로 남았다고 한다. 거기다 더해 김포공항에서도 출국 전에 시간이 있어서 출판사 관계자에게 연주해 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가장 참담했던 연주의 기억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나가키 에미코는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가 한국에서 많이 읽혀서 다시 한국 독자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설욕하리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녀의 귀여운(?) 야망이 빨리 이루어져서 나도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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