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4년 전, 마을 도서관 <시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동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 후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양이 쌓여야 한다는 이은대 작자님의 말씀을 듣고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저자는 날마다 빈 화면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당황스러웠지만, 오늘은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기대되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물리적인 양을 얼마나 많이 쌓았는지 알 수 있었다. 작가는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말하지만, 문체는 부드러웠고 내용은 편안해서 읽는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오랜 시간 힘들게 공들여 적은 책일 텐데 너무 단숨에 읽은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눈썹 문신을 한 일화가 특히 재미있었다.
조폭과 아줌마의 공통점이 너무 웃겨서 한참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분들과 동급이다. 칼을 잘 쓰고, ’형님‘이라는 말을 잘 쓰고, 몸 어딘가에 문신이 있으며, 제 식구를 끔찍이 여기니까.
50번에 가까운 봄을 보냈고 50번에 가까운 겨울을 보냈기에, 한 계절에 한 가지 기억만 남아도 봄 시리즈 50편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날이 다 기억나지 않고, 모든 날이 다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 많이 공감했다.
50번까지 갈 일도 없이 한 달에 한 가지라도 일기처럼 남겨두자 다짐했다가 기억에 남는 일이 없어 흰 종이를 앞에 두고 시름만 하다가 결국 포기한다. 하물며 어린 시절 기억이야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