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장의 퇴근주 - 퇴근 후 시작되는 이 과장의 은밀한 사생활
이창협 지음, 양유미 그림 / 지콜론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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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아주 사적인 음주 생활과 직장 생활에 관한 기록이다. 1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겪은 사사로운 에피소드와 술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저자가 글감을 고른 기준은 막 10개월이 된 자신의 딸이 나중에 읽었을 때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쓰지 말자는 단순한 것이었다고 한다. 10개월이 된 아이가 술에 관한 책을 읽고 이해할 나이가 되려면 적어도 20년 이상은 지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기준은 세월이 지나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하지만 아주 까다로운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저자의 아내이자 그림을 그린 양유미의 추천사가 마음에 들었다. 

직장 동료였을 때 그녀는 자신의 두루뭉술한 생각에 꼭 맞는 언어를 찾아주는 저자와의 대화가 즐거웠다고 한다. 그의 말이 유별나거나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관념에 꼭 맞는 적확한 표현을 듣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즐거움을 언제까지고 이어가고 싶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면서는 저자가 사고하는 과정과 언어를 수집하는 방식을 따라가는 희열을 느꼈다고 전한다.

그의 사고가 얼마나 즐거우면 결혼까지 결심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의 언어 수집 방식이 얼마나 새로우면 희열을 느끼게 되었을까 무척 궁금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상승했다.

헤네시 콕(Hennessy Coke)이나 잭 콕(Jack & Coke)과 같은 칵테일을 두고 코냑은 본디 우아한 포도의 향을 즐기는 음료인데 콜라를 섞으면 술 본래의 향을 즐길 수 없다는 주장에, “술 정도는 내 맘대로 마시게 해달라. 즐거우려고 마시는 술인데 내 입에 맛있으면 그만이잖아.”라며 말하는 이 과장의 반항심이 마음에 쏙 들었다.

너무 성실해 보여서 주말 사내 행사에 당연한 듯 동원되기 싫은 거지 일을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이 과장의 성향에 동질감이 들었다. 나도 매사에 너무 성실하거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이런 양가감정 때문에 고민일 때도 자주 있다. 이 과장의 추천대로 시원한 진 피즈(Gin Fizz) 한잔하고 싶다. 

이 과장의 직장 생활 이야기와 그 에피소드에 찰떡궁합인 술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다. 술에 관심도 별로 없고 술을 즐겨 마시지도 않기 때문에 술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기우였다. 술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어도 그가 들려주는 술 이야기는 상당히 즐거웠다. 

양유미 작가가 왜 그와의 대화가 즐거워 결혼까지 했는지, 그의 글을 읽으며 희열을 느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나의 퇴근주는 어떤 것이 좋은지 상상하는 즐거움도 책을 읽는 즐거움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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