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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시베리아 캄차카의 깊은 숲 속, 젊은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은 차가운 바람과 하얀 눈 사이에서 곰과 마주친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그 순간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야수를 믿다』는 단순한 생존담이 아니다.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흐려진 순간, 나스타샤는 자기 존재를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곰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고 가까스로 살아난 뒤에도, 그녀의 세계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사람들은 그를 신기한 존재로 바라보고, 그의 일상도 낯설게 변해버린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을 ‘불행’으로만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다시 태어남’으로 받아들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가 스스로를 인간과 곰, 두 세계 사이 어딘가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었다. 문명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 명확하다고 믿었던 경계들이 무너진다. 그리고 나 역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바라보던 세상은 너무 좁은 시야 속에 있었구나. 모든 것을 나의 시선으로만 이해하고, 인간 중심의 렌즈로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야수를 믿다』는 단순한 개인의 체험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의 언어와 이성, 문명 속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얄팍한 틀이었는지를 말없이 일깨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나도 모르게 자연과 동물, 더 나아가 우주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문장들은 마치 꿈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날카롭다. 몽환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쓰인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차가운 눈밭과 숲, 그리고 나스타샤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 걷게 된다.
읽고 나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나는 지금, 어떤 틀 속에서 세상을 보고 있을까?’
『야수를 믿다』는 그 틀을 조금씩 허물고,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야수’를 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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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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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go.un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