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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평점 :
서평 -
이동원 작가의 "얼굴들"은 단순히 ‘얼굴을 그린 책’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던 표정과 감정의 층위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독특한 작품이다. 샘플북 표지만 보아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분명하다. 익살스럽고도 다정한 캐릭터의 얼굴, 그 뒤로 펼쳐지는 풍경, 그리고 화면 안팎을 넘나드는 시선들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얼굴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작가는 ‘얼굴’을 단순한 생김새가 아니라, 하나의 장면이자 풍경, 그리고 곧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해 보여준다.
"얼굴들"의 가장 큰 매력은, 각 얼굴이 굉장히 친근하면서도 묘하게 낯설다는 점이다. 익숙한 감정인데 어디서 본 적 없는 표정, 혹은 실제 사람이라기보다는 감정이 의인화된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동안 관찰하고 수집해 온 ‘감정의 흔적’을 마주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이동원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과 과감한 형태 변주가 주는 힘이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복잡하고, 색감은 따뜻한데 그 속에는 묵묵한 우수가 깃들어 있다.
샘플북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을 감상하는 동안 하나의 전시 공간을 거니는 기분이 들어 보는 재미가 크다. 특히 인물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장면들은 ‘얼굴이란 결국 주변환경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던진다. 우리가 느끼는 얼굴의 인상이라는 것도 사실 그 사람이 놓인 맥락, 시간, 주변의 공기까지 합쳐져 완성되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그림을 모아놓은 작품집을 넘어, 작가의 관찰 방식과 시각적 세계를 독자가 따라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어떤 얼굴은 무척 익살맞고 장난스럽지만, 또 어떤 얼굴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화면 바깥을 바라보며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바로 그 일관되지 않은 감정의 다양성이 작품집의 가장 큰 완성도를 만든다. 얼굴은 모두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각 페이지에서 자신과 닮은 표정을 발견하게 된다.
"얼굴들"샘플북은 짧지만 밀도 높은 감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작가의 관찰력, 따뜻한 시선, 그리고 능숙한 표현 방식이 어우러져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래 머물고 싶은 그림으로 완성되어 있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표정들이 있고, 그 표정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곁을 지켜주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얼굴들"샘플북은 짧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일상의 시간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과거 표정들까지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감정이 풍경이 되고, 풍경이 다시 표정이 되는 독특한 책. 이동원 작가의 세계관과 정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은 오래 두고 꺼내보게 될 귀한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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