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평점 :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책을 읽으며 여덟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작가를 천재라고 부르고 싶었다.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며 매일 일정한 시간 글쓰기를 하는 작가를 보면서 왜 작가의 책들을 독자들이 기다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독자의 책이 출간되자마자 만사를 제쳐놓고 『꿀벌의 예언』 두 권에 집중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에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1권 P24)
주인공 르네는 유람선 공연장에서 애인 오팔과 함께 관객에게 최면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만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은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며 미래의 나를 만나게 한다. 끝나갈 무렵 30년뒤 세계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다고 자원한 사람(베스파 로슈푸코)으로 인해 경범 재판을 받게 되고 5만유로의 벌금을 내게 된다. 할 수 없이 대학 은사를 찾아가 강사 자리를 구하게 되고, 베스파 로슈푸코가 봤다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으로 미래로 가게 되고 63세의 르네를 통해 꿀벌의 실종이 불러온 상황을 알게 된다.
양자 물리학은 관찰자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줬지. 미래를 본 것만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야. (1권 P71)
무분별한 살충제의 사용으로 수분 곤충의 70%가 사라진 원인이 등검은발벌 때문이며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그 해결 방법은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책 <꿀벌의 예언>을 찾는 것.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1권 P73)
르네는 <꿀벌의 예언> 책을 찾으러 다방면으로 노력하지만 책은 찾을 수 없고 어렵게 신문 가사 하나를 찾게 되고, 스승 알렉상드르 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승도 퇴행체험을 경험하며 십자군 전쟁이 있던 예루살렘으로 떠난다. 딸 멜리사와 함께. 르네와 스승 알렉상드르는 <꿀벌의 예언>을 추적하면서 중동의 현대사의 사건들을 체험하며, 과거의 시간마다 르네와 알렉상드르 그리고 멜리사는 역사의 장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자기자신을 평가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 하지만 저 갈매기는 물고기를 못 잡아도 개의치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동물은 인간처럼 실수와 실패에 발목잡히지 않아. (2권 P130)
과거의 역사 속에서 <꿀벌의 예언> 책이 악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들을 만나면서 르네은 쥬라기 공원의 호박속의 모기처럼 돌 속에 담겨있는 여왕벌의 화석을 찾아 꿀벌의 멸종을 막으려고 노력한다. 운명 공동체인 꿀벌과 인간 그리고 꿀벌의 생태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팽창이 아니라 균형이다. 벌집 도시는 항상 똑같은 인구를 유지하며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다. (2권 p369)
결국 시간을 구부리는 기술 즉 퇴행을 통한 깨달음을 얻은 미래에는 2000년대를 살았던 조상들보다 저항력과 공격성, 번식력이 뛰어난 새로운 세대의 꿀벌이 탄생할 것이며, 자기 생산, 자가 소비, 자급자족의 세가지 원리가 벌집도시에는 작동할 것이다. <꿀벌의 예언> 속에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만나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베르베르의 역사 판타지 소설 『꿀벌의 예언』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 뿐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꿀벌의 실종이 일으킬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이며 미래를 구할 힘은 현재의 바로 이 순간임을 알게 한다. 저자는 현재를 사는 우리가 미래를 바꿀 힘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읽으면서 저자의 상상력과 중세시대의 방대한 지식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