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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평점 :
‘정말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허구인 것 같은데......’
책을 펼쳐 읽어 나가며 결코 실화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이 터를 잡기 이전부터 악령이 미국 서부 티턴산맥 국립공원에 있었다는 것과 지금까지 악령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오늘밤에 혼자 있지 못할 것이다.’라는 책 뒷표지의 문구가 나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공포보다는 오히려 탐정소설의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책의 앞부분보다 뒷부분에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해쳐나가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것 같다.
이 책은 콜로다도의 자연 속에서 자란 해리슨 쿼리와 매트 퀄기가 쓴 이야기로 자신들이 자란 자연이 모습이 소설의 배경이 된 것 같다.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괴담 게시판에서 연재되며 열광을 받은 이유를 책장을 덮으면서 알게 되었다.
주인공 해리와 사샤가 마련한 꿈에 그리던 신혼집은 웅장한 산맥과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 곳이다. 자연을 벗을 삼아 목가적인 삶을 생각했던 두 주인공은 이웃을 통해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마다 악령의 저주를 경험하게 되며, 그를 물리칠 방법을 듣게 된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만 봄을 보내면서 악령과 부딪히게 되자 사실로 믿게 된다. 두 주인공이 살아가는데 이웃은 친구이자, 부모이자, 고난을 함께 이겨내는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들에게 이 터전에서의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서부로 간 1부부터 악령을 만나게 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마다 악령은 다른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봄에는 남향 창문으로 빛의 악령이 나타나고, 빛의 악령을 쫓는 방법은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장작을 넣어 두는 것이다. 여름의 악령은 좀 더 무섭다. 벌거벗은 남자가 들판을 가로 질러 달려오고 그 뒤로 흑곰이 뒤쫓는다. 두 주인공은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벌거벗은 남자를 죽여야 한다. 두 주인공은 여름의 악령까지 이겨낼 수 있었다. 악령은 제외하면 더 없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며 아이를 갖길 원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부인 사샤는 현명한 사람으로 먼저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터전에서 살 던 사람은 다른 터전으로 옮겨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두 주인공은 더욱더 악령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악령들 중 가장 무서운 악령은 가을의 허수아비 악령이었다. 세 번째 허수아비 악령으로 인해 남편 해리는 크게 다치고 해리를 도와주었던 이웃이 댄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으로 인해 죽은 댄 때문에 죄책감을 갖게 되는 해리는 이 터전에서 몇 대가 이 터전에서 살았던 조를 만나면서 순탄하지 않은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휴식기였던 겨울이 아프카니탄에서 사람을 죽였던 해리는 죽은 악령들의 모습을 보면서 겨울 내내 힘들게 보내야 했다. 결국 부인 사샤가 악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악령에게 마주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이러한 저주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깨닫게 되면서 그동안의 계절마다의 악령들의 주도하의 삶에서 벗어나게 된다.
“악령이 원하는 건 자기를 죽인 사림이 자기를 알아봐 주는 거. 그들이 느꼈던 분노를, 무서워하거나 맞서 싸우지 말고 오히려 들어주는게 어때?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걸 보여주게 하면 어떨까?”
“결국 죽음의 무게를 이해하고 느끼는 자만이 악령을 볼 수 있소.”
삶에서 두려움을 피하며 침묵하기보다 두려움의 원인을 알고 그들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 즉 용서를 구하는 것. 그것이 모든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악령은 땅 그 자체라네. 땅을 어떻게 없애겠나. 악령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그 방식에 맞추어 인간과 맞선다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악령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 살면서 겪게 되는 자연 현상들도 우리가 자연의 일부인데 주인처럼 행사하면서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후 해리와 사샤에게는 더 이상 악령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네가 싼 똥을 치웠기 때문일세.”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공포보다는 오히려 사샤를 통해 교훈을 얻데 된다. 자연과 인간은 함께 공존해야 함을.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악령을 보게 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