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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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이렇게 흥미로웠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어 읽게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 <불확실성의 시대>, 이 책은 정말이지 물리학은 딱딱하고 지루한 학문이라는 편견을 단박에 날려버릴 만한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론이 어려우면 역사를 보게 되는 법. 하지만 과학사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개별 발견이 토막토막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서 깨달았다. 어려운 걸 이해하려면 진짜 이야기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20세기 전반기의 물리학사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는 과학자의 사생활을 들추면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과학을 떠나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추천의 글,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막스 플랑크부터 마리 퀴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 그야말로 현대물리학의 거장들을 이 책을 통해 이렇게 가깝게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물리학의 세계를 열어준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과 혁명의 순간들과 더불어,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시간적 순서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굉장히 흥미롭다. 어렵다고만 생각되었던 양자역학도 이야기 속에서 접하다보니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되는 현대물리학의 크고 작은 움직임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원자폭탄의 개발은 아직까지도 인류의 큰 과제로 남아있는 문제이지만 이또한 우리 인류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 토비아스 휘터는 <MIT Technology Review (테크놀로지 리뷰)>와 <ZEIT (차이트)> 편집자였고, 공동 창간한 철학잡지 <HOHE LUFT (호헤 루프트)>의 부편집장이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 및 작가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꽃을 피운 현대물리학의 놀라운 성과들을 아주 흥미롭게 엮어냈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들이 꽤나 많았다. 1900년 막스 플랑크의 이야기부터 서서히 몰입을 이끌어 낸다.


막스 플랑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흑체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가설과 씨름했다. '양자'를 순전히 형식적 가정으로 여기고, 오로지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만 몰두했다. 그에게 양자는 계산을 위한 형식적 도구일 뿐이었다.

p27, 불확실성의 시대


막스 플랑크의 박사학위논문이 그 유명한 "열역학 제2의 법칙"에 대한 것이었고, 교수 임용 후 그에게 주어진 흑체 복사선의 문제를 풀어내려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의 강력한 과제해결 집착력은 그를 양자역학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바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설을 세우고 계산하고 증명하는 과정을 통해 양자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양자물리학의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퀴리 부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퀴리 부부는 새로운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냄으로써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들은 뼈가 부서지는 작업을 통해, 그토록 원하던 순수 라듐 0.1g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루고자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에 살인적인 중노동에도 행복해했다. 그리고 30년 후에 그들의 딸마저도 방사능 연구로 엄마의 뒤를 이어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부모가 삶으로 보여준 과학자로서의 열정이 딸에게까지 전달되었으리라. 인류구원과 자아실현! 대단한 가족이 아닐 수 없다.

특허청 직원이었던 아인슈타인은 어떠한가?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박사학위 도전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 시간강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대학은 그의 지원서를 거절했다. 그랬던 그가 물리학 연구의 중심인 대학에서 떨어져나와 특허청에 취직했을 때, 오히려 그에게 더 좋은 기회의 시간이 되었다. 특허청에서 일하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을 꾸려가며 아내인 밀레바와 생각을 공유하고, 친목모임에서 물리학 토론을 즐김으로써 그는 진정 물리학에서 자유로운 사고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하며 자투리 시간에 5편의 논문을 집필하였는데 지금까지 과학자 중에서 그렇게 폭발적인 창의력을 발휘한 전례가 없다고 한다. 5편의 논문 발표 후에 그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허청 공무원 생활을 하며 수학-물리학 말을 타고 바이올린도 켜면서 그만의 황금기를 보낸 것이다. 물리학에 진심이었던 아인슈타인은 그만의 방식으로 놀라운 업적을 쌓았던 것이 그저 놀라웠다.

보어의 원자모형으로 유명한, 닐스 보어의 삶도 들여다 보자.

닐스 보어의 박사학위 논문은 그저 그런 내용이었지만, 나중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의 오류를 찾아낸다. 거기서 그는 획기적인 원자모형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결단력으로 원자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닐스 보어는 생각하기와 쓰기를 동시에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에 결혼 후, 언어 재능이 뛰어난 아내가 종이에 기록했다. 신혼여행 때 부터 아내는 비서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고 하니, 거장들의 삶은 일반적이지 않구나 새삼 느꼈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삶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의 삶 속 깊숙히 과학에 대한 즐거운 열망이 항상 함께 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장들의 만남도 흥미롭다.



보어, 아인슈타인, 플랑크. 그 거장들은 서로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다. 그들에게는 물리학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삶의 가장 큰 활력소였으리라. 아인슈타인이 실패한 것을 보어가 해냈고, 보어가 해낸 것을 보고 아이슈타인은 플랑크의 복사 공식을 도출해냈다. 광양자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거장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했다.

역사의 밝은 면은, 믿을 수 없이 똑똑하고 지식에 목말라하는 이 놀라운 과학자들과 그들의 지식 협력이다.

양자역학은 그 누구도 혼자 힘으로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기이한 이론이었다.

그들은 양자역학을 탄생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경쟁하고 친구이자 적이 되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썼던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일기, 회고록에서 양분을 얻어 이 책이 탄생했다.

p478, 에필로그



이 책에 있는 현대물리학사의 내용은 정말 방대하고, 흥미진진하다. 그동안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해왔던 물리학에 대한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진듯 하다. 위대한 과학자들이 이루어낸 현대물리학의 놀라운 발견의 순간들을 경험하고 감동 받을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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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데스크 다산어린이문학
켈리 양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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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5인 아이는 이 책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읽어보지 않으면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깊이 공감하지 못한다고! 실로 그랬다. 이 책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뭉클한 감동과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더 행복한 공동체임을 깨닫게 해주는 멋진 책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저자 켈리 양은 이민자 출신으로, <프런트 데스크>는 그녀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프런트 데스크>는 저자의 첫 작품이었음에도, 저자를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며,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수상과 다수의 매체에서 최고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화제작이라 할 수 있다.


초등 5학년인 아이가 이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고, 아래와 같은 서평을 남겨주며 강력추천을 강조했다!

이 책속 주인공 미아는 사실 중국인인데 엄마아빠를 따라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서 사는 삶은 아주 행복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 때마침 마이클 야오라는 사람이 모텔 관리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고, 일자리가 필요했던 미아네 가족은 그렇게 모텔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엔 돈을 벌 생각에 행복했던 미아네 가족이었는데, 어느 순간 야오씨가 임금을 깎으면서 미아네 가족은 비곤한 상태가 된다.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모님을 도와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하는 미아는 그만 손님들에게 실수를 하여 방값을 환불하고, 위험한 사람을 모텔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친구들에게 부자라고 거짓말까지 하는 등 이런저런 사고를 친다. 그렇다고 불행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학교 친구 루페랑 친해지고, 모텔에서 팁도 받고 손님에게 칭찬의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버몬트주의 한 노부부가 자기 모텔을 양도한다는 공고문을 냈는데 글짓기 대회로 누구에게 양도할지를 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미아는 그 글짓기 대회에 꼭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대회에 나가려면 300달러가 필요했다. 결국 미아는 아빠 몰래, 아빠가 아끼는 동전을 팔아서 참가비 300달려를 마련하여 글짓기 대회에 나갔는데..!! 결과는 안타깝게도 탈락이었다. 300달러를 그냥 날려버린 셈이 된 것이다. 아빠는 자신이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했던 동전을 미아가 팔아버렸다는 생각에 슬퍼했고 말이다.. 그 일을 통해 미아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또다른 아이디어를 얻는다. 바로 야오씨가 팔고 싶어하는 이 모텔을 사는 것이다! 마침 야오씨가 모텔을 싼 값에 내놓았기에 투자자들을 모은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미아는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한 푼 두푼 모아 드디어 30만 달러를 다 모았다! 그렇게 투자자들과 함께 미아네 가족은 그 모텔의 주인이 되는 스토리로 끝난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꼽자면 336쪽에 있는 장면이다. 행크가 수영장으로 뛰어들자, 야오씨가 "옷도 안 벗고 감히 어딜 뛰어들어!"하고 외친다. 이때 행크가 "이제 당신 수영장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 재밌고 통쾌했다. 이 책은 직접 읽어야만 그 감동과 따스함, 그리고 함께하는 기쁨을 크게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 해리포터 만큼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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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쫌 아는 10대 - 프로이트 vs 니체 : 내 안의 불안은 어디에서 왔을까? 철학 쫌 아는 십대 2
이재환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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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버린 나의 10대 시절이 떠오르며, '그때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상상해본다. 불안을 대하는 자세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풀빛 출판사의 '쫌 아는 십대 시리즈'를 몇권 읽어봤는데, 그 분야의 입문자라면 10대 뿐아니라 어른에게도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사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철학은 그저 수박겉핥기 식으로 접해왔던 나이기에 이 책은 철학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책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프로이트와 니체가 왜 그토록 유명했으며 왜 존경할 만한 인물인지 이번 기회에 더 확실히 알게 되었고, 아이와 함께 불안에 대해 좀더 친밀하게 대화할 거리가 생겨서 든든하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불안을 포함하여 감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감정이 우리 삶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가지고 연구중이며, 다수의 철학 관련서를 집필했다. 철학 쫌 아는 십대 시리즈의 첫번째 도서인 <나다움 쫌 아는 10대>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해부해서 '불안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니체가 남긴 철학을 통해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불안할 때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아래는 이 책의 목차이다.

1장 우리는 모두 불안한 인간

2장 당신의 욕망을 변신시켜 드립니다, 무의식

3장 내 안의 욕망 덩어리를 다스리는 법

4장 Love yourself, 불안을 막는 주문

5장 나만의 가치를 가진 초인이 되라고?

6장 다시 '나'로 태어나더라도 후회 없게 살아 보기

7장 어린아치처럼 살라고?

8장 나만의 가치를 찾아 건강한 몸 만들기

선생님과 세 명의 중학생이 대화하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술술 읽히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어려운 내용도 묻고 답하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쉬웠다.

비단 10대 청소년들만 불안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어른이라고 결코 다르지 않다. 불안의 이유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인간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모두가 불안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 관리가 될 정도이면 괜찮기에,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이 책을 통해 알아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불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무의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의식'을 학문적으로 처음 말한 사람은 프로이트이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의식은 인간의 정신 중에서 빙산의 끝부분인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바닷물 밑에 잠겨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부분이 바로 무의식이다. 이 무의식은 변장의 명수로, 화산으로 비유하자면 활화산이다. 무의식이 활화산처럼 활동하고 있다면 무의식에 마그마가 있어야 하는데, 이 마그마를 프로이트는 '리비도(욕망을 뜻하는 라틴어)'라 불렀다. 그래서 우리 정신의 대부분은 욕망 덩어리인데, 그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식이 무의식의 마그마(리비도, 욕망)을 막으려면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의식이 작동할 때 우리의 정신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무의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불안도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우리 마음이 처음에는 '무의식-전의식-의식'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어,

'이드-자아-초자아'로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이드' 역시 무의식과 비슷한 맥락으로 '욕망 덩어리', '우리 안에 있는 짐승'으로 해석된다. 이드는 통제가 안되는 들짐승 같은 것이다. 이드가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 두면 한 사람의 삶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도 엉망이 되기에 통제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자아'가 하는 것이다. 자아가 이드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고 불편한 것이 불안으로 나타난다. 자아는 이드를 좀 타이르는 존재이고, 초자아는 그것보다 더 엄격하게 이드를 야단치는 역할로, 자아와 초자아는 서로 협력하면서 이드를 관리한다. 초자아의 가장 좋은 점 두 가지는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도 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과,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해준다는 것이다.

불안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는 니체의 철학을 통해서 더 자세히 알아갈 수 있다.

먼저 근본적인 질문을 하자면, 철학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자기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계속 고민하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아는 것,

아니 잘 알려고 노력하는 것, 이게 철학이야.

p87, 불안 쫌 아는 10대

우리가 불안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인데, 이 지점에서 니체는 '아모르 파티', 즉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라틴어로 'Amor Fati'라고 쓰는데, '아모르'는 사랑한다는 의미이고 '파티'는 운명이라는 뜻이다.) 니체의 운명애는 '그게 다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고쳐 나가라'는 의미도 있다.

미국 가수 켈리 클락슨의 <스트롱거(stronger)>라는 노래 제목도 사실은 니체의 운명애를 표현한 말에서 나왔다고 하니 놀라웠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여기서 마지막 단어인 stronger가 노래 제목이 된 것인데, 이 문장의 숨겨진 의미는 '우리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이다'라는 것이다. 즉, 운명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운명이 아무리 힘든 운명이라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니체는 이 운명애를 실천한 사람을 '초인'이라 불렀다.

그렇다면 초인은 완벽한 사람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운명애를 실천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부족하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가능하다면 더 개선하려고 애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할 이유도 없기에, 비교에서 오는 불안과 멀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운명애를 실천한 초인이 될 수 있을까? 초인이 되려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지향점이 있어야 하고 그 지향점은 바로 가치이다. 초인은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것은 마치 예술가처럼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나만의 가치를 가진 예술 작품으로 살면 되니까 불안할 필요도 없다! 얼마나 멋진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 것인가? 니체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비교하거나 곁눈질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한다. 내 삶의 기준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니체는 인간을 길들일 수도 있고, 길러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니체는 길들여지는 사람을 노예라 칭하며, 그렇게 길들여지지 말고 자신의 기준과 가치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소질을 있는 그대로 길러내라고, 삶의 주인이 되라고 말한다.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의 서문에 인간의 정신 수준을 3단계로 이야기한 유명한 비유가 소개되는데, 이 부분에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3단계 중 첫 번째 단계는 '낙타'인데, 낙타는 자기가 왜 짐을 짊어지고 가야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묵묵히 무거운 짐의 무게를 견디는 존재라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사자'로, 외부에서 강요한 가치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삶에서 이루고 싶은 나만의 가치는 없는 상태인 것이다. 니체가 말한 정신의 가장 높은 단계는 '어린아이'인데, 왜 어린아이일까? 아래 인용문장을 살펴보자.

어린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할 뿐 아니라 놀이로 만들어.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해하지도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하면서 즐겁게 놀잖아.

이것이 바로 운명애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p140, 불안 쫌 아는 10대

어린아이의 단계의 의미를 곱씹으며, 즐겁게 노는 우리집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직은 불안함을 느끼기 보다는 즐기는 시간이 더 많은 아이들이기에 경쟁과 비교로부터 좀더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른인 나도 어린아이처럼 주어진 조건을 긍정하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을 실천해보자고 다짐해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가치를 찾아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건강한 본능을 가지기 위해서는 운동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삶을 긍정하는 초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동안 불안을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기에 이제는 불안이 두렵지 않다.

만약 불안을 다루기 어려운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보고 아래의 문장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인간이면 누구나 불안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말도 잘 생각해 보고,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니체의 말도 곱씹어 보면서

즐겁게, 그리고 가치 있게 생활해 봐.

잘 할 수 있지?

p158, 불안 쫌 아는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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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딴체 손글씨 - 귀엽게! 반듯하게! 어른스럽게! 나만의 글씨체 만들기 또딴체 손글씨
또딴 지음 / 경향BP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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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특히 초등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은데, 예쁜 글씨의 편지를 받고 나면 아이가 더 감동하는 눈치이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예쁜 글씨에 대한 로망이 있기에 아이에게 추천했고, 아이는 너무 기쁘게 이 책을 받아들었다.


이책의 저자는 구독자 약 11만명에 달하는 인기 유튜버이다. 글씨 유튜버도 이렇게 인기가 대단하다니, 새삼 놀라웠지만 그만큼 예쁜 손글씨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아래는 이 책을 꼼꼼히 살펴본 초등 5학년 여자아이가 쓴 서평이다.

글쓰는 것과 글씨체 바꾸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 서평단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표지가 귀엽고 예뻐서 더 끌렸다. 책을 펴보니 손글씨를 쓸 때 필요한 펜과 종이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써져 있었다. 글씨체에 따라 어울리는 펜, 펜마다 필기감, 가성비 등이 써져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다음엔 단어를 따라쓰는 파트가 있었다. 작고 귀여운 그림이 중간중간 있어서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크게 2가지의 글씨체를 알려주는데, 첫 번째는 또박또박 단정한 또딴체이고, 두 번째는 감성충만한 어른체이다. 또딴체 쓰기 뒤에 나오는 어른체 쓰기를 보면 교과서에 나오는 글씨체처럼 보여서 따라 써보고 싶었다. 닮고 싶은 글씨체를 연습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 그렇게 또딴체와 어른체 따라쓰기까지 끝나면 부록이 있는데, 부록에서서는 간단한 손그림 그리는 방법도 알려준다. 작고 귀여운 손그림은 글의 이해를 도와서 글과 함께 넣으면 좋다. 글씨와 그림을 한 수 배우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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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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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들여다보듯 우리의 슬픔을 좀더 깊이 바라보자는 것일까? 책제목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소설속 주인공들의 슬픔의 깊이를 내가 얼마나 가늠할 수 있을까. 제2차 세계 대전, 그 혼란의 시간을 보내는 소설속 주인공들과의 만남에서 그 시대적 아픔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인 것 같다. 하지만 시대적 아픔을 공감하는 것 이상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전쟁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만나며, 때로는 웃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희망을 바라보게 되는 힘이랄까. 절대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마주하며 나자신을 비춰보게 되는 듯 하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피에르 르메트르는 55세라는 늦은 나이에 첫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하였지만, 첫 작품과 연이은 작품까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작가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오르부아르>로 2013년에는 프랑스 문학 최고의 영예인 공쿠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쩜 이 작가는 자신의 재능을 55세까지 숨기고 있었을까? 이 책, <우리 슬픔의 거울>은 '기교와 블랙 유머의 결정체', '악마같은 플롯을 지닌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그의 이전 책들과 더불어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설속에서 만나는 주요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주말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루이즈는 어느 날 한 노신사에게서 옷을 벗어달라는 이상한 제안을 받는다. 아무짓도 하지 않고 보기만 하는 댓가로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기에 루이즈는 그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로인해 그 노신사의 자살을 목격하게 되고, 자신의 삶 이면에 숨겨져왔던 충격적인 진실을 하나 둘씩 알아가게 된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성격을 가진 가브리엘과 라울은 전선에서 근무하는 군인으로, 각자의 스타일대로 군인의 삶을 유지해 가던 중에 독일군의 공격이 거세지자 그만 함께 피란길에 올라 탈영병 신세가 된다.

그리고 이 소설속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는 사기꾼 캐릭터 데지레는 선생님, 조종사, 의사, 변호사, 공보관, 신부님까지 활약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변화무쌍한 캐릭터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퍼즐 맞추듯이 하나 둘씩 풀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들... 고통의 진실 가운데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 비단 전쟁이 아니었더도 인간의 삶은 단순명료하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로 고통 가운데 있었는데, 이 가운데 전쟁은 이를 더 고통 속에 몰아넣은 기폭제가 되지 않았을까? 주인공들의 다양한 삶의 이면에 있는 다채로운 삶의 방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쫓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우리의 삶도 그들의 삶과 조금씩 닮아있기 때문이다.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나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거울 비추듯 보여주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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