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쫌 아는 10대 - 프로이트 vs 니체 : 내 안의 불안은 어디에서 왔을까? 철학 쫌 아는 십대 2
이재환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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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버린 나의 10대 시절이 떠오르며, '그때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상상해본다. 불안을 대하는 자세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풀빛 출판사의 '쫌 아는 십대 시리즈'를 몇권 읽어봤는데, 그 분야의 입문자라면 10대 뿐아니라 어른에게도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사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철학은 그저 수박겉핥기 식으로 접해왔던 나이기에 이 책은 철학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책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프로이트와 니체가 왜 그토록 유명했으며 왜 존경할 만한 인물인지 이번 기회에 더 확실히 알게 되었고, 아이와 함께 불안에 대해 좀더 친밀하게 대화할 거리가 생겨서 든든하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불안을 포함하여 감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감정이 우리 삶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가지고 연구중이며, 다수의 철학 관련서를 집필했다. 철학 쫌 아는 십대 시리즈의 첫번째 도서인 <나다움 쫌 아는 10대>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해부해서 '불안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니체가 남긴 철학을 통해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불안할 때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아래는 이 책의 목차이다.

1장 우리는 모두 불안한 인간

2장 당신의 욕망을 변신시켜 드립니다, 무의식

3장 내 안의 욕망 덩어리를 다스리는 법

4장 Love yourself, 불안을 막는 주문

5장 나만의 가치를 가진 초인이 되라고?

6장 다시 '나'로 태어나더라도 후회 없게 살아 보기

7장 어린아치처럼 살라고?

8장 나만의 가치를 찾아 건강한 몸 만들기

선생님과 세 명의 중학생이 대화하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술술 읽히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어려운 내용도 묻고 답하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쉬웠다.

비단 10대 청소년들만 불안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어른이라고 결코 다르지 않다. 불안의 이유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인간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모두가 불안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 관리가 될 정도이면 괜찮기에,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이 책을 통해 알아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불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무의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의식'을 학문적으로 처음 말한 사람은 프로이트이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의식은 인간의 정신 중에서 빙산의 끝부분인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바닷물 밑에 잠겨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부분이 바로 무의식이다. 이 무의식은 변장의 명수로, 화산으로 비유하자면 활화산이다. 무의식이 활화산처럼 활동하고 있다면 무의식에 마그마가 있어야 하는데, 이 마그마를 프로이트는 '리비도(욕망을 뜻하는 라틴어)'라 불렀다. 그래서 우리 정신의 대부분은 욕망 덩어리인데, 그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식이 무의식의 마그마(리비도, 욕망)을 막으려면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의식이 작동할 때 우리의 정신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무의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불안도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우리 마음이 처음에는 '무의식-전의식-의식'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어,

'이드-자아-초자아'로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이드' 역시 무의식과 비슷한 맥락으로 '욕망 덩어리', '우리 안에 있는 짐승'으로 해석된다. 이드는 통제가 안되는 들짐승 같은 것이다. 이드가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 두면 한 사람의 삶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도 엉망이 되기에 통제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자아'가 하는 것이다. 자아가 이드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고 불편한 것이 불안으로 나타난다. 자아는 이드를 좀 타이르는 존재이고, 초자아는 그것보다 더 엄격하게 이드를 야단치는 역할로, 자아와 초자아는 서로 협력하면서 이드를 관리한다. 초자아의 가장 좋은 점 두 가지는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도 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과,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해준다는 것이다.

불안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는 니체의 철학을 통해서 더 자세히 알아갈 수 있다.

먼저 근본적인 질문을 하자면, 철학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자기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계속 고민하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아는 것,

아니 잘 알려고 노력하는 것, 이게 철학이야.

p87, 불안 쫌 아는 10대

우리가 불안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인데, 이 지점에서 니체는 '아모르 파티', 즉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라틴어로 'Amor Fati'라고 쓰는데, '아모르'는 사랑한다는 의미이고 '파티'는 운명이라는 뜻이다.) 니체의 운명애는 '그게 다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고쳐 나가라'는 의미도 있다.

미국 가수 켈리 클락슨의 <스트롱거(stronger)>라는 노래 제목도 사실은 니체의 운명애를 표현한 말에서 나왔다고 하니 놀라웠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여기서 마지막 단어인 stronger가 노래 제목이 된 것인데, 이 문장의 숨겨진 의미는 '우리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이다'라는 것이다. 즉, 운명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운명이 아무리 힘든 운명이라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니체는 이 운명애를 실천한 사람을 '초인'이라 불렀다.

그렇다면 초인은 완벽한 사람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운명애를 실천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부족하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가능하다면 더 개선하려고 애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할 이유도 없기에, 비교에서 오는 불안과 멀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운명애를 실천한 초인이 될 수 있을까? 초인이 되려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지향점이 있어야 하고 그 지향점은 바로 가치이다. 초인은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것은 마치 예술가처럼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나만의 가치를 가진 예술 작품으로 살면 되니까 불안할 필요도 없다! 얼마나 멋진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 것인가? 니체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비교하거나 곁눈질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한다. 내 삶의 기준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니체는 인간을 길들일 수도 있고, 길러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니체는 길들여지는 사람을 노예라 칭하며, 그렇게 길들여지지 말고 자신의 기준과 가치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소질을 있는 그대로 길러내라고, 삶의 주인이 되라고 말한다.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의 서문에 인간의 정신 수준을 3단계로 이야기한 유명한 비유가 소개되는데, 이 부분에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3단계 중 첫 번째 단계는 '낙타'인데, 낙타는 자기가 왜 짐을 짊어지고 가야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묵묵히 무거운 짐의 무게를 견디는 존재라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사자'로, 외부에서 강요한 가치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삶에서 이루고 싶은 나만의 가치는 없는 상태인 것이다. 니체가 말한 정신의 가장 높은 단계는 '어린아이'인데, 왜 어린아이일까? 아래 인용문장을 살펴보자.

어린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할 뿐 아니라 놀이로 만들어.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해하지도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하면서 즐겁게 놀잖아.

이것이 바로 운명애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p140, 불안 쫌 아는 10대

어린아이의 단계의 의미를 곱씹으며, 즐겁게 노는 우리집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직은 불안함을 느끼기 보다는 즐기는 시간이 더 많은 아이들이기에 경쟁과 비교로부터 좀더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른인 나도 어린아이처럼 주어진 조건을 긍정하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을 실천해보자고 다짐해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가치를 찾아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건강한 본능을 가지기 위해서는 운동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삶을 긍정하는 초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동안 불안을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기에 이제는 불안이 두렵지 않다.

만약 불안을 다루기 어려운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보고 아래의 문장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인간이면 누구나 불안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말도 잘 생각해 보고,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니체의 말도 곱씹어 보면서

즐겁게, 그리고 가치 있게 생활해 봐.

잘 할 수 있지?

p158, 불안 쫌 아는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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