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 - 지구 착취의 정점, 그 이후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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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원이 다 고갈되고 황폐화된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후위기 속에 살고 있는 지금 최대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그 답을 찾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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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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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이기적 유전자 p481


<이기적 유전자>는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지지하고 있는 다윈주의의 찰스 다윈이 쓴 <종의 기원>이 6판을 거듭하며 계속 수정을 거듭한 것과 달리 40년 동안 추가된 두개의 챕터를 제외하고 별다른 수정이 없었다고 한다. 1976년에 쓴 이론이 지금에서도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음 세대에 계속 이어지는 불멸의 코일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서이니 만큼 언젠가 반박이 되고, 그도 책 속에서 추정하거나 의문을 갖고 있는 부분들이 또다른 해답을 찾게 되겠지만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서 70년대 생물학자들을 중심으로 다윈주의에 대해 널린 퍼진 오해, '종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집단선택설을 반박하며 '유전자의 이익을 위해'라는 유전자의 관점을 제기했다.교양과학서를 표방하며 전문용어나 수학적인 산식을 배제했는데, 그럼에도 생물학에 대한 기초가 없는 나로써는 어렵게 읽혔다. 그래도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비유들은 이해를 도와주었다. 그가 시종일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자연선택의 단위는 종이 아닌 이기적 유전자의 단위라는 주장은 무리없이 받아들여졌다. 다만, 그가 반박하는 이론에 대한 설명이 너무 구체적인 반면 자신의 주장에 대한 부분은 거의 비슷 비슷한 내용이거나 '정통적인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똑같이 설명할 수 있다' 등으로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보여서 과학적으로는 유전자의 관점이 타당할지 몰라도(이기적 유전자론이 정설이라니까) '집단선택설'을 추종하는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설득 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1장, 2장, 3장은 기존 집단선택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유전자의 정의와 유전자에 대한 설명을 한다. 

4장부터 6장까지는 독자들에게 무기력을 안겨 준 문제적 표현이 등장하는데 '생존기계'로서의 개체에 대한 설명과 진화로서의 안정한 상태를 의미하는 ESS 개념, 뇌의 역할과 혈연선택과 근연도에 따른 이타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7장과 8장은 혈연관계에서 부모 자식에 관계에 대해 유전자적으로 설명하는데, 자식이 부모에게 취하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에게 더 이타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유전적으로 얻는 순이익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9장에서는 암수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암컷이 상대적으로 생식세포가 더 크고 천천히 생성되는 반면 수컷의 생식세포는 빠르고 단기간에 생성되기 때문에 수컷의 암컷 착취가 빈번히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암컷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가정적이고 성실한 수컷을 찾거나 강한 남성성 유전자를 선호했다고 설명한다. 이게 수컷이 바람둥이일 수 밖에 없는 논리처럼 정당화될까봐 좀 겁나는 내용이었다.


10장에서는 호혜적 이타주의를 설명한다. 이기적 개체들이 왜 집단을 이루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종이 왜 상대에게 이타성을 보이는지를 서로의 이익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이 파트에서 나는 집단선택설과 유전자 관점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 비슷비슷한 설명 같았고, 오히려 종의 이익처럼 느껴졌다.


11장은 그동안 다른 생물학자 또는 동물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설명하던 리처드 도킨스가 창안한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밈meme'이다. 이기적 유전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특수성을 대를 이어 유전자처럼 이어지는 문화적 진화라는 차원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밈의 가장 강력한 복합체로는 종교, 맹신, 독신주의를 들 수 있는데, 줄곧  결혼 안하는 사람은 번식만이 최종 목표인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 격렬한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왔는데, 이런 반박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꽤나 얍실한) '밈'을 제시한 것 같다. 밈은 자기 복제를 하고,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기 위해 대립적 경쟁자와 경쟁한다는 점에서 유전자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리고 리처드 도킨스는 '밈'을 가진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며 꽤나 긍정적으로 끝을 맺고 있다.


12장, 13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초판 번역본에 없었던 새롭게 추가된 장이었다.

12장은 로버트 액설로드의 <협력의 진화> 내용을 옮긴 것이다.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TFT(tit for tats)- 처음 한번은 무조건 협력하고, 배신에는 보복한다-이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내용인데, 이 이론을 통해 리처드 도킨스는 마음씨 좋은 개체가 전략적으로 승리하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세계관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다만 기존에 줄곧 얘기하고 있던 유전자 관점의 진화와 그들의 이기적 특성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을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는지 약간 쌩뚱맞다는 생각은 들었다.


13장은 자신의 새로운 저서 <확장된 표현형>을 요약-홍보하는 부분이다. (노골적으로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트리기 위해 자신이 속한 유기체를 너머 '확장된 표현형'으로 발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개체도 자신의 운반자로 만들어버린다는 어마무시한 유전자의 영향력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오해는 인간의 신념과 행동들을 그거 유전자의 프로그래밍에 의해 움직이는,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기계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에서 유전자의 비정함, 이기적인 이용, 속임수 등을 마주하며 무력감을 갖게 되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는데, (개정판에서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도킨스도 여러번 의식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는 차치하겠다고 언급하고 있고, 뇌의 역할이라던지 '밈'에 대해 유전자의 지배와 독재에 대항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어서 같은 종류의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도 부모-자식 간의 관계와 암수 관계에 대한 설명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이번에도 우리가 무의식 중에 보이고 있는 속성에 대비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고 인상에 남는 부분으로 꼽고 싶다. 다만 혈연을 벗어난 대안 가족에 대한 논의도 일어나고 있고,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 양성 평등 등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다양화되고 진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이 책이 담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기존 기득권적인 주장을 공고히 하는-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이럴 수 밖에 없어라는 논지의- 근거를 주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물론 저자는 인간은 '밈'을 가진 존재로 이런 이기적 유전자의 속성에 굴하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말이다.

조금 더 생물학적인 지식을 쌓은 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때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길 바라며.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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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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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흡입력 강한 도입부, 치밀한 구성

정교한 트릭과 반전, 예측 불허의 결말

'데블 인 헤븐'의 압도적 프리퀄!


이 책 <스노우 엔젤> 뒤표지에 있는 소개 문구인데, 정말 이 책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전작이었던 <데블 인 헤븐>이 너무 궁금해지니까.


책은 영원한 평온을 주는 '최후의 레시피'를 개발한 샤로노프가 아내와 휴가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살해 당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도쿄 도심에서 좀비 떼를 목격한 한 남자의 질주가 시작되고, 남자는 끝내 '천사의 구원'을 바라며 백화점 9층 테라스에서 떨어져 즉사한다.


최근 도쿄에서는 이와 같은 약물에 취한 자들의 무차별 살인이 급증하고, 이들은 하나 같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현장에서 자살했다.

이를 신종 합성 약물인 스노우 엔젤에서 기인한 것으로 의심하는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는 기자키 형사에게 부탁해 마약 단속반과 경찰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은 협조자를 구한다. 

기자키는 9년 전 범죄 조직의 함정에 빠져 사랑했던 동료 형사 히와라 쇼코를 잃고, 그 자리에서 범인 5명을 살해한 뒤 도피 중인 전직 형사 진자이를 찾는다. 복수를 위해 떠돌고 있지만 이제는 의지도 꺾이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자 신세로 전락한 그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 쇼코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물론 그에게 이 수사는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기도 한다.


쇼코의 의뢰는 스노우 엔젤의 제조, 유통책이 하쿠류 노보루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것. 이를 위해 진자이는 곧 출소하는 푸셔(마약 판매상) 이사 도모히코에게 접근한다. 마약을 구입하며 친밀감을 쌓으려 했던 진자이는 이사의 뜻밖의 제안으로 함께 푸셔 일을 시작하고, 마약을 팔며 평범한 가정주부부터 학생까지 일상에 깊숙히 스며든 약물 중독의 현실을 보며 절망한다. 


"국가가 진심으로 약물을 박멸하려는 의지가 없으니까 약물을 사라지지 않아요.

뭐, 덕택에 우리가 밥 먹고 사는 거지만."

가와이 간지 <스노우 엔젤> p191 / 작가정신


돈 밖에 모르는 이사는 이런 약물에 대해 국가의 대응이 얼마나 약한지, 그래서 약물 중독자들이 얼마나 쉽게 다시 약물에 노출되는지를 진자이에게 보여주며, 국가가 의존성 물질을 합법화 시켜 세수 증대에 이용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흘린다. 도박산업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자이는 어느정도 그 말에 수긍하게 된다.


"정부는 이 돈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조직폭력단이 빨아들이게 놔두드니 차라리 도박을 정식 사업으로 허가하고, 

국가의 보증하에 더욱 거대한 사업으로 육성하자. 

그리고 막대한 매상의 일부와, 거기서 발생하는 세금을 국고로 흡수하자."

가와이 간지 <스노우 엔젤> p171 / 작가정신


이사가 하쿠류로부터 의뢰 받아 진행 중인 '스노우 엔젤' 샘플을 손에 얻게 되는 진자이는 이사에게 의심 받지 않으려 그 자리에서 약물을 복용한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없이 평온하고 깊은 환희를 느낀 진자이는 무의식 중에 창 밖으로 뛰어 내릴뻔하고, 이사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한다. 

나흘동안 극한의 금단 현상에 시달린 진자이. 그의 곁에는 미즈키 쇼코가 함께 하고 둘은 묘한 감정에 빠진다. 하지만 죽은 쇼코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진자이 탓에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필로폰을 수입하던 미국의 유통 루트가 불안정해지자 진자이는 거짓으로 새로운 루트를 제안하고, 이를 미끼로 하쿠류와 접촉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일이 무척이나 순조롭게 흘러가는 가운데, 충격적인 반전 결말이 펼쳐진다.


이런 범죄 미스터리물에서는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결말을 정해놓고 억지로 짜맞춘 듯한(특히 이를 위해 오랫동안 극한의 참을성으로 연기를 해 온 인물들을 생각하면 너무 억지스럽;;;)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꽤나 재밌고 흥미로운 소설임이 틀림없다.


영화 같이 장면들이 머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작가의 필력에도 감탄하며 읽었다.

어떤 부분은 영화 <독전>을 떠올리게 했는데, 캐릭터성 강한 영화가 떠올리는 것을 보면 매력있는 캐릭터 구축 솜씨도 뛰어나다.


국가가 개입되어 있는 음모, 도박과 의존성 약물이 국가가 세수를 거둬들이기 위한 새로운 수단이 될 것이라는 작가의 상상은 엄청나게 설득력 있었다. 담배, 술도 의존성이 강한 기호품인데 -물론 담배는 금연 캠페인 등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로부터 거둬 들이는 세금이 꽤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한국은 한때 담배를 팔던 독점기업이 공기업이었으니까.

일본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강원랜드라는 공공 부문에서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지 않았나. 한쪽에선 도박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한쪽에서는 국가에서 도박 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꼴이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작가의 상상이 너무나 합리적이었다. 애초에 국민을 위한 나라라면 이런 산업은 엄격하게 통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약 청정국을 표방했던 한국에서도 이제 온라인을 통해 마약이 쉽게 유통되고 있다는 데, 이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될까?

소설 속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약물 범죄를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것 세가지'는 '첫 번째가 교육, 두 번째가 담배 금지, 세 번째가 구매자에 대한 엄벌'이라고. 학교에서부터 향정신성 물질이 위법이며 얼마나 위험한지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더 유해한 약물로 나아가기 쉬워지기 때문에 담배를 금지 시켜야 한다는 것, 사는 측에도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입시에 대한 지식 전달만 하고, 담배는 기호성 식품으로 내버려두고 있으며, 마약 흡입에 대한 형벌이 너무나 가벼운 현실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사는 이게 기독교에서 범죄자를 악인으로 보지 않고 '잘못을 저지른 가여운 사람'으로 회개의 대상으로 본다는 주장을 하는데, 영화 <밀양>이 제기했던 용서는 누가하는가라는 주제와도 연결되어 흥미로웠지만 이 책에서 한번 언급만 될 뿐 계속 확장 전개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두 명의 미스터리한 인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끝이 난다. 

진자이가 수사했던 변호사 부부 사망사건의 유족인 부부의 외동아들 '에다 이즈마'. 부모의 죽음 당시 국내에 없어서 연락이 안됐던 그는 뒤늦게야 모습을 드러내고, 어느날 정치인이 되어 도박산업 육성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진자이가 복수한 범죄 조직의 배후인물 '마슈'는 미즈키 쇼코의 불우한 유년시절의 구원자 같은 사람으로도 등장한다.

아마도 이 두 인물은 전작인 <데블 인 헤븐>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마약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얻게 되고, 의존성 물질을 왜 국가는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지에 대한 문제 의식도 갖게 해주는 책.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은 흡입력 강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만나 너무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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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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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차이나는 클라쓰>에 나온 김누리 교수는 교육을 뜻하는 단어 'Educate'은 잠재력과 개성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라 말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주입식 교육과는 사뭇 다르다.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한 발견일 것이다. 


이 책 소개를 처음 접했을 때, 사실 내가 기대했던 바는 한 여성의 배움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었다. 

16살까지 공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이 어떻게 케임브리지 박사가 될 수 있었는지, 어쩌면 난 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전혀 다른 얘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배움의 발견>은 아버지가 만든 정의로 구축된 세계를 벗어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타라네 집안은 독실한 모르몬교도로, 특히 아버지는 종교적 원리주의와 피해망상에 빠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고, 아프거나 다쳐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엄마가 산파 역할을 하고, 오일과 동종요법으로 치료했다. 


2000년이 도래하면 세상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 생각하는 아버지는 지하창고에 식량과 연료를 비축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학교를 보내지 않은 아이들에게 홈스쿨링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던 것도 아니다. 타라는 베이비시터 일을 하거나, 엄마의 오일과 약초 일을 돕거나,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에서 신체 절단과 각종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해야 했다. 오빠 루크가 화상을 당하고, 전단기에 팔이 잘려도 아버지는 일을 계속 시켰다. 


타라의 다친 곳을 고쳐주고, 위험에서 보호해주던 오빠 숀- 이는 타라가 줄곧 부모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었다-은 점차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타라를 조종하고 통제하려 든다. 엄마는 숀의 이런 폭압적인 행동을 알면서도 침묵한다.


부모의 방임과 정서적 학대는 타라에게 당연한 세계였다. 

모르몬교 교리 안에서 여성의 역할은 남성의 결정을 따르는 보조자일 뿐이다.

거부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지만 이 세계에서 추방되면 갈 곳이 없기에 순종할 수 밖에 없었다.


집안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타일러 오빠는 대학을 가기 위해 집을 떠났다. 그리고 타라에게 대학을 갈 것을 권유한다.

이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지속적인 반대와 냉대 속에서 타라는 가족의 눈을 피해 힘겹게 공부해야만 했다.


그렇게 열일곱을 맞은 타라는 브링검 영 대학에 입학하며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와 너무나 다른 세계에서 타라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세계를 평가한다.

하지만 배움은 타라를 조금씩 회의하게 만들고, 깨닫게 한다. 아버지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아버지의 과대 망상으로 가족들이 모두 헛된 공포에 떨며 살아왔다는 사실. 숀의 행동은 조종과 폭력이라는 것.

하지만 자신의 전부였던 익숙했던 세계를 한순간에 벗어나기란 어려운 것이다.

벗어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만, 아직 타라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전까지는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이해했다. 내가 아버지의 세상을 거부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세상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살 용기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사실 말이다."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p401 / 열린책들


"그에 따르면 적극적 자유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스스로를 스스로가 다스린다는 의미였다. 그는 적극적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이성과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나 믿음, 중독, 미신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자기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말이다."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p399 / 열린책들


타라는 이사야 벌린의 자유 개념에서 '적극적 자유'를 배운 후 자기강박에 대한 의미를 찾던 중 정신적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동안 아버지의 세뇌 속에서 공포스러워 했던 것 - 예방접종을 스스로 맞는다.


대학 졸업 후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진학한 타라는 역사 기록학을 결심하는데 이는 자신의 지식이 항상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로부터 제한 받아 왔던 경험 때문이다. 


"나는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잡히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잘못 알고 있던 규모가 너무도 커서 그것을 바로잡으면 세상 전체가 변할 정도였다. 이제 역사를 이해하는 길로 통하는 문을 지키는 위대한 문지기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무지와 편견을 해결했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나는 그들의 저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적 편견이 가미된 주장들을 서로 교환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배운 역사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운 역사와 다르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도 틀릴 수 있고, 칼라일이나 매콜리, 트리벨리언 같은 위대한 역사학자들도 틀릴 수 있다. 그들이 논쟁의 불을 지핀 후 남은 재로부터 내가 살 수 있는 세상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p373 / 열린책들


텅빈 말이었지만 엄마가 자신을 딸로 보호해줬야했다는, 변화의 희망이 담긴 말을 듣고 타라는 과거를 타인에게 숨기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는 자식에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에 침묵하는 부모가 수치스러운 과거였기에, 그렇지 않다는 희망만 있다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타라의 희망은 자신의 자아를 종교와 아버지의 통제 속에 가두려하고, 이를 침묵으로 동조하는 엄마를 다시 조우하며 깨지고 만다. 

정체성을 되찾은 타라의 변화는 가족에게 사탄에 들린 모습일 따름이다. 타라는 신경 쇠약에 걸리면서 힘겹게 시간을 견뎌낸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타라는 남과 달랐던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 들이며 새로운 역사를 써간다. 

무릇 교육이란 타라가 경험하고 실천한 것들이 아닐까.

27세에 박사 학위를 취득한 타라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만 부모님을 만나지 못한다. 배움을 발견했지만 가족을 잃은 타라.

그나마 다행인건 적절한 타이밍에 타라의 곁을 지켜준 외가 친척들과 자신을 믿어주는 타일러, 리처드 두 오빠의 존재다. 

타라의 형제는 배움을 위해 산을 떠난 세 명과 그 곳에 남아 무지한 삶을 이어간 네 명이 극명히 갈라져서 그 틈은 점차 벌어져만 간다.


그 후 2년간 타라는 아버지의 잘못을 목록으로 써가며 분노하고,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려 노력하지만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의 시선이 아닌 자신을 기준으로 자신의 선택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짓누르던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더 이상 아버지의 세계가 아닌 스스로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정의하게 된 것이다.


"오래된 불만들을 끊임없이 들먹이며 탓하기를 멈춘 후에야, 아버지의 죄와 내 죄의 무게를 견주는 것을 멈추고 내 결정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등식에서 완전히 뺀 후에야 가능해진 일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내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도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그럴 만큼 큰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했기 때문에."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p505 / 열린책들


드디어 과거에 갇혀있던 열여섯 소녀와 작별한 타라. 타라는 새로운 자아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타라는 이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중동을 여행할 때 타라의 남자친구 드루는 무슬림들에게 '빈라덴은 이슬람주의자가 아니다. 이슬람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그런 짓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같다. 

타일러의 지적처럼 타라의 아버지는 종교적 믿음을 이유로 대지만 자식들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고 통제하려 했을 뿐이다. 가족애와 단결로 포장한 억압이었다. 보는 내내 불쾌했던 아버지의 왜곡된 신념은 공포를 통해 믿음을 강요하는 일부 그릇된 종교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다뤘던 모습은 너무도 가슴 아파하며 읽었던 <이상한 정상가족>도 떠올리게 했다. 

타라처럼 폭력적인 상황이 아니여도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통제하며 스스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막는 케이스가 우리 주변에도 얼마나 많은가. 교육이란 그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에게 배움은 이토록 지난한 과정은 아니었지만, 내 안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새로운 세상과 부딪힐 때 배움의 참뜻을 느끼는 것 같다.

항상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했지만 <배움의 발견>을 읽고 타라와 같이 내게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깊은 탐구를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에게 계속 배움의 기쁨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고 지금 타라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당차고 어여쁜 한 여성을 만났다.

(덤으로 타라의 가족사진도 찾았다. 아버지 좀 양아치 느낌.....)

아무튼 힘겹게 찾은 자아를 지켜나며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기를, 이 메시지가 닿진 않겠지만 응원한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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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현실 편 : 역사 / 경제 / 정치 / 사회 / 윤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1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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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구체성을 소거한 비현실적인 지도가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안내하듯,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화한 이 책이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 여행의 안내서가 되기를 기대한다.세부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은 여행을 시작한 당신의 몫이다."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웨일북 p385


2년 전쯤 채사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통해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 알아보는 강연이었는데 쉬우면서 오래 여운이 남았다. 그의 강연을 듣고 너무 노잼이라 중간에 덮어버린 <이방인>을 다시 읽었다. 뭔가 밑바탕이 되는 사상을 이해하고 읽으니 그냥 미친놈 같아 보였던 뫼르소가 이해되고, 소설이 깊고 풍부하게 읽혀졌다. 참 고마운 강연이었다.


팟캐스트 '지대넓얕'을 거의 매회 정주행했던 나는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지만 팟캐스트와 내용이 겹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 청취했던 내용들이 서서히 잊혀갈 때, 이 책을 접했다. 선입견은 깨졌다. 매회 주제에 따라 파편화된 지식을 전했던 팟캐스트와 달리 이 책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순으로 카테고리화 되어 있지만 거시적 맥락에서 전개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현실이 보다 명료하게 보였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역사는 권력의 행방과 경제체제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정치는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사회와 윤리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역사 파트에서는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핵심 개념 두 가지로 '생산수단'과 '자본주의'를 꼽았다. 생산수단은 왕과 노예와 같은 계급을 만들고 이 시스템은 근대시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부루주아라는 토지가 아닌 생산수단을 보유한 새로운 계층이 등장한다. 근대 이후는 이들이 지배하는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넘쳐나는 물건은 식민지를 만들어 강매하게 한다. 제국주의 시대가 문을 연다. 각 나라 간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이는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택한 가격 경쟁은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는 노동자 계급은 투쟁하여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고, 자본주의는 공급해야할 영역이 침해받을 것에 대한 공포로 공산주의와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공산주의의 자멸로 냉전체제가 종식되자,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냉혹함으로 무장한 '신자유주의'로 이어지게 된다.


경제 파트는 역사의 궤와 동일하게 흐른다. 다만 자본주의의 발전방향으로 신자유주의 외에 정부가 개입해 세금을 늘려 최소수혜자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후기 자본주의를 함께 거론한다. 오늘날에도 항상 갈등을 빚고 있는 '성장' 중심이냐 '분배' 중심이냐는 무인도에 표류한 A, B, C,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원주민 X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는데 너무나 찰떡이다. 한국은 줄곧 성장 중심의 경제체제였다. 박근혜 정부까지도 낙수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특히 청년층의 희망은 더욱 사라져갔다. 분배로 키를 바꿨을 때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다. 지금 정부는 공산주의라는 얘기까지 듣는다. 이렇게 과도기를 심하게 앓아서야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쉽게 방향을 바꾸기 어려울 것 같다. 걱정되는 것은 저자가 얘기하듯 성장과 분배를 전환할 '타이밍'이다. 너무 늦어서 최소수혜자들의 삶에 답도 없기 전에 우리는 분배에 조금 더 포커싱해야할 것 같다는 건 내 개인적인 생각.


정치 파트는 이 세계를 양분하는 '보수'와 '진보' 개념에 대해 다룬다. 보수는 경제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 진보는 경제 체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인데 현재 자본주의 사회- 신자유주의경제체제에서는 이를 추구하는 것이 보수, 반대하며 노동자의 권리나 복지강화 등을 주장하는 것이 진보다.

보수는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진보는 사회 시스템에 둔다. 보수냐 진보냐의 선택 문제가 합리적이려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이익을 대변하는 개념을 선택해야한다. 자본가는 보수를, 노동자는 진보를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자본가이면서 진보를 택했다면, 윤리적인 판단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노동자이면서 보수를 선택하는 것인데, 세계 어디나 가난한 사람이 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지는 미스터리인듯 하다.

그리고 그나마 완벽에 가까운 체제라고 여겼던 민주주의도 나름의 결점을 가지고 있으며, 민주주의 단점을 '독재의 가능성'이라 꼬집는다. 이상하다. 우리는 독재 정권에 맞서 피를 흘려가며 민주화를 이뤄내지 않았나?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무지한 대중에 의해 독재자가 선출되는 경우와 기득권 집단의 독재로 상정된다.  여하튼 민주주의가 완벽한 체제라는 데에는 의문을 가져야함이 분명하다. 


사회 파트에서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극단화된 이기주의와 전체주의를 다루며, 전체주의에서 개인을 구하기 위해 절대 침해받지 않을 '자연권'- 생명, 재산, 자유에 대해 얘기한다. 

윤리 파트에서는 도덕 법칙과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윤리라는 의무론과 행위의 결과가 이익과 행복을 창출하면 윤리라는 목적론의 대립, 이에 대한 하이에크와 존 롤즈의 정의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꽤나 균형잡힌 시각으로 각 개념에 대해 접근하고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팟캐스트에서 보여준 채사장의 신념과 다르게 정보 전달로써 책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신자유주의와 후기 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보수와 진보까지. 대립되는 개념의 장점과 단점을 고루 거론하며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어떤 체제를 옹호할 지 판단을 맡기는 듯하다. 


하지만 '미디어'에 있어서 채사장의 시각은 확고하다. 미디어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 메이저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언론이 가진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고 발휘하고 있는 언론의 존재를 외면하며, 모든 미디어를 싸잡아 같은 프레임으로 보고 있어 아쉽기도 했다.


여하튼 자본주의의 폐해와 민주주의의 한계를 목도하고 있는 지금, 완벽한 체제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사유와 협의를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이 책은 예시는 쉽고, 개념은 명료해서 현실세계의 시스템에 무지했던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개괄서이다.  실제로 so 이과생인 남편을 이해시키고 토론하는데 이 책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 저자 채사장의 말대로 이제 거시적인 틀은 잡았으니 그 안의 세부적인 그림을 채워가는 것은 내 몫이다. 우선 사회민주주의 개념에 꽂혔다. 유럽이 가진 정치적 합리성, 그 근원을 깊게 파보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학과 종교 등의 베이스가 필요할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두 번째 편이 기대되는 이유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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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구체성을 소거한 비현실적인 지도가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안내하듯,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화한 이 책이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 여행의 안내서가 되기를 기대한다.세부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은 여행을 시작한 당신의 몫이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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