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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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이기적 유전자 p481


<이기적 유전자>는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지지하고 있는 다윈주의의 찰스 다윈이 쓴 <종의 기원>이 6판을 거듭하며 계속 수정을 거듭한 것과 달리 40년 동안 추가된 두개의 챕터를 제외하고 별다른 수정이 없었다고 한다. 1976년에 쓴 이론이 지금에서도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음 세대에 계속 이어지는 불멸의 코일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서이니 만큼 언젠가 반박이 되고, 그도 책 속에서 추정하거나 의문을 갖고 있는 부분들이 또다른 해답을 찾게 되겠지만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서 70년대 생물학자들을 중심으로 다윈주의에 대해 널린 퍼진 오해, '종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집단선택설을 반박하며 '유전자의 이익을 위해'라는 유전자의 관점을 제기했다.교양과학서를 표방하며 전문용어나 수학적인 산식을 배제했는데, 그럼에도 생물학에 대한 기초가 없는 나로써는 어렵게 읽혔다. 그래도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비유들은 이해를 도와주었다. 그가 시종일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자연선택의 단위는 종이 아닌 이기적 유전자의 단위라는 주장은 무리없이 받아들여졌다. 다만, 그가 반박하는 이론에 대한 설명이 너무 구체적인 반면 자신의 주장에 대한 부분은 거의 비슷 비슷한 내용이거나 '정통적인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똑같이 설명할 수 있다' 등으로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보여서 과학적으로는 유전자의 관점이 타당할지 몰라도(이기적 유전자론이 정설이라니까) '집단선택설'을 추종하는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설득 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1장, 2장, 3장은 기존 집단선택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유전자의 정의와 유전자에 대한 설명을 한다. 

4장부터 6장까지는 독자들에게 무기력을 안겨 준 문제적 표현이 등장하는데 '생존기계'로서의 개체에 대한 설명과 진화로서의 안정한 상태를 의미하는 ESS 개념, 뇌의 역할과 혈연선택과 근연도에 따른 이타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7장과 8장은 혈연관계에서 부모 자식에 관계에 대해 유전자적으로 설명하는데, 자식이 부모에게 취하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에게 더 이타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유전적으로 얻는 순이익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9장에서는 암수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암컷이 상대적으로 생식세포가 더 크고 천천히 생성되는 반면 수컷의 생식세포는 빠르고 단기간에 생성되기 때문에 수컷의 암컷 착취가 빈번히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암컷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가정적이고 성실한 수컷을 찾거나 강한 남성성 유전자를 선호했다고 설명한다. 이게 수컷이 바람둥이일 수 밖에 없는 논리처럼 정당화될까봐 좀 겁나는 내용이었다.


10장에서는 호혜적 이타주의를 설명한다. 이기적 개체들이 왜 집단을 이루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종이 왜 상대에게 이타성을 보이는지를 서로의 이익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이 파트에서 나는 집단선택설과 유전자 관점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 비슷비슷한 설명 같았고, 오히려 종의 이익처럼 느껴졌다.


11장은 그동안 다른 생물학자 또는 동물학자들의 이론을 빌려 설명하던 리처드 도킨스가 창안한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밈meme'이다. 이기적 유전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특수성을 대를 이어 유전자처럼 이어지는 문화적 진화라는 차원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밈의 가장 강력한 복합체로는 종교, 맹신, 독신주의를 들 수 있는데, 줄곧  결혼 안하는 사람은 번식만이 최종 목표인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 격렬한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왔는데, 이런 반박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꽤나 얍실한) '밈'을 제시한 것 같다. 밈은 자기 복제를 하고,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기 위해 대립적 경쟁자와 경쟁한다는 점에서 유전자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리고 리처드 도킨스는 '밈'을 가진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며 꽤나 긍정적으로 끝을 맺고 있다.


12장, 13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초판 번역본에 없었던 새롭게 추가된 장이었다.

12장은 로버트 액설로드의 <협력의 진화> 내용을 옮긴 것이다.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TFT(tit for tats)- 처음 한번은 무조건 협력하고, 배신에는 보복한다-이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내용인데, 이 이론을 통해 리처드 도킨스는 마음씨 좋은 개체가 전략적으로 승리하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세계관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다만 기존에 줄곧 얘기하고 있던 유전자 관점의 진화와 그들의 이기적 특성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을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는지 약간 쌩뚱맞다는 생각은 들었다.


13장은 자신의 새로운 저서 <확장된 표현형>을 요약-홍보하는 부분이다. (노골적으로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트리기 위해 자신이 속한 유기체를 너머 '확장된 표현형'으로 발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개체도 자신의 운반자로 만들어버린다는 어마무시한 유전자의 영향력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오해는 인간의 신념과 행동들을 그거 유전자의 프로그래밍에 의해 움직이는,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기계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에서 유전자의 비정함, 이기적인 이용, 속임수 등을 마주하며 무력감을 갖게 되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는데, (개정판에서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도킨스도 여러번 의식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는 차치하겠다고 언급하고 있고, 뇌의 역할이라던지 '밈'에 대해 유전자의 지배와 독재에 대항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어서 같은 종류의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도 부모-자식 간의 관계와 암수 관계에 대한 설명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이번에도 우리가 무의식 중에 보이고 있는 속성에 대비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고 인상에 남는 부분으로 꼽고 싶다. 다만 혈연을 벗어난 대안 가족에 대한 논의도 일어나고 있고,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 양성 평등 등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다양화되고 진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이 책이 담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기존 기득권적인 주장을 공고히 하는-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이럴 수 밖에 없어라는 논지의- 근거를 주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물론 저자는 인간은 '밈'을 가진 존재로 이런 이기적 유전자의 속성에 굴하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말이다.

조금 더 생물학적인 지식을 쌓은 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때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길 바라며.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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