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 101
옥토퍼스 퍼블리싱 그룹 엮음, 김수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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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일들이 있다. 사랑하는 당신 떠올리기, 막 태어난 아기 보기, 멋진 예술 작품 만나기... 그리고 여행 떠나기.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특별한 모습을 담고 있는 로맨틱한 장소라면 우리의 가슴은 더 요동칠 것이다.

 

멋진 여행 장소를 찾기 위해서 거쳐야 할 관문 중 하나는 끊임없는 정보 수집이다. 이 과정을 단박에 줄여줄 수 있는 책이 등장했다. 제목부터 매혹적인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다른 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지 않은, 내 책장에만 꽁꽁 숨겨두고픈 책이다. BUT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라도 설렘 가득한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며 추천한다.

 

여행서라고 하면 감성 가득 에세이를 떠올릴 수도 있고, 담백 건조 정보서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분류하자면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건조 무미한 여행지 안내서다. 대략의 위치, 여행지의 특징 및 주요 볼거리, 관련 역사나 이야기 등을 4~6쪽 정도로 담고 있다. 이런 짤막한 여행지 정보가 무려 101가지 실려있고, 올컬러의 화려한 사진이 장소의 숫자 이상으로 더해져 있다.

 

그럼 이건 그냥 실용서구나, 라고 판단해버리기엔 아쉬운 감이 있다. 여행이란 말이 주는 떨림을 백 분 활용한 이 책은, 그간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세계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글과 사진으로 함께 소개하면서 읽는 이에게 멈출 수 없는 두근거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허할 때, 일상이 무료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쭉쭉 읽어나가보길 권한다. 자기도 모르는 새 몸 속에서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기분좋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 로맨틱한,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신혼여행을 원하는 커플. 한가한 여름 휴가를 계획 중인 가족. 모두의 집에 한 권씩 놓아두면 좋을 책이다. 매혹적인 장소가 많아 선택의 어려움이 생길 지 모른다는 부작용은 감수하길.

 

TIP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관광지가 앞 쪽에 포진되어 있는 반면, 채굴되기 전의 다이아몬드처럼 비밀스런 장소들은 뒤 쪽에 숨어 있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앞 뒤를 마구 왔다갔다하며 마음에 쏙 드는 여행지를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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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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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이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힐링노블이다. 감성적이고 따뜻할까? 아니, 치명적이다. 우리는 곧잘 '치유한다'를 '위로한다'는 말로 대체하곤 한다. 그러나 위로는 순간적인 보듬음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쓰라리더라도 상처를 헤집고 드러내서 그 위에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여야 새 살이 상처를 덮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아픈 과정을 낱낱이 담아놓았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그럴듯한 직장을 버리고 훌훌 세상으로 떠나간 여자. 12년차 집시라는 그녀는 말한다. 인생 심각하게 살 필요 없다고. 그렇게 자유로운 마음에서 태어나 세상을 적시는 촉촉한 목소리로 뱉어낸 두 중편 소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과 '천사의 가루'.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주인공은 류짱이다. 머리를 손질하며 그 사람의 과거 미래의 장면을 재연한다. 잠깐의 시간을 통해 의뢰인들은 마음 깊숙이 꽁기꽁기 감쳐두었던 그리움, 미움, 사랑, 상실 따위의 감정들을 정리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농도 진한 감정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작정 현실에서 도망치는 류짱. 그녀의 마음은 치유될 수 있을까 ..?

 

'천사의 가루'는 한 연인의 사랑의 기록이다. 사랑의 시작부터 절정, 사랑하기에 참을 수 없는 고독, 기다림.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남자가 죽어버린다. 남은 여자는 어떤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현실의 삶으로 돌아올까 ..?

 

이 책은 친절하지 않다. 섬세한 묘사와 설명에 독자들까지 움츠러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그만큼 이야기의 말미에서 주인공들이 평온함, 현실감을 되찾을 때 그들과 함께 느끼는 안도의 크기는 크다. 고통도 사랑에도 둔감해진 사람에겐 감정의 바다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의 격정이 심해져 잠 못이루는 사람에겐 파도의 높이를 잔잔하게 낮춰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를 끔찍하게 앓고 난 다음 날 말짱하게 개운해질 때가 있다. 곽세라라는 집시가 물고 온 두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 기분이 딱 그런 정도였던 것 같다. 분명한 건, 한 번 손대면 마지막 글자를 읽을 때까지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 사정이 허락한다면 꼭 소리내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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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완벽한.
장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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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 방식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쉬이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필요치 않은 자리에 쉼표 넣기. 예컨대 이런 식으로.

빠지기 쉬운 유혹 직전의 경계선을 지키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_208쪽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쉼표 하나 때문에 손을 뗄 수 없었다, 이 책으로부터.

 

<외로워서 완벽한>은 영화 감독 장윤현의 에세이집이다.

 

편집자의 입을 빌려 소개하자면 좀 특별하게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감정의 결을 응시하'는,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를 빌려 말하자면 '아름다운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책이다.

 

장윤현 감독을 만나보았다. 그는 예술인의 독특함이라던가 예술업계의 화려함을 지니지 않았다. 동네 아저씨같은 투박함, 소년같은 무구함을 감추고 있었다. 이 사람의 눈과 가슴, 입과 손으로 만들어진 책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real했다. 푹 끓여낸 사골처럼 재료의 맛이 배어진 국물을 우린 진짜배기라 부른다. 책에 대해 떠올리려니 문득, 낙원 상가 뒷골목에 있는 2000원짜리 수더분한 국밥 한 그릇이 떠오른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안전선 안에만 머무르며 즐기는 사람'과 '그 선을 훌쩍 넘어 끝없이 길을 가는 사람'으로 (191쪽).

'외로워서 완벽한'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대답했다. 혼자 영화보기, 혼자 미술관에 가기처럼 혼자가 되었을 때 더 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그래서 공감했다고. 장윤현 감독은 말했다. 외로움의 시간을 완벽해지기 위한 도약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그는 선을 넘어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많은 에세이는 위로와 공감을 목적으로 한다. 별다르지 않은 모습들 속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 느끼며 투명한 손의 쓰담쓰담을 받는다.

어떤 에세이는 힘을 준다. 일어나라고, 행동하라고 부추긴다. 투명한 손이 방바닥에 들러붙은 엉덩이를 떼어내준다.

장윤현의 에세이는 솔직하다. 자신이 본 걸 보여주고, 알게된 걸 알려주고, 그런 식이다. 부담이 없었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거마냥 쉬웠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내 곁에는 커피 한 잔이 오래 놓여있었다. 뜨거울 때부터 차갑게 식을 때까지. 청량하게 식은 커피에서 맡아진 아릿한 향이 나에겐, 외로워서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렇게 식어버린 커피라도 맛있다는 걸, 그 나름의 맛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몰라준다.

(...) 나는 좋은 생두를 썼건, 나쁜 생두를 썼건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일부러 한 모금쯤 남겨놓곤 한다. 갓 추출한 커피의 쓴맛이 신맛으로, 다시 청량함으로 변해가는 것을 즐긴다. _모든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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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살인 사건 매그레 시리즈 7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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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수사반장 매그레의 출장 추리 서비스.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모종의 살인사건에 연루된 프랑스인 교수(장 뒤클로)로 인한 파견 근무다.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장 뒤클로는 네덜란드 해군 사관 학교 교수인 포핑아 씨의 초대를 받고 네덜란드로 강연을 갔다. 강연 후 포핑아씨의 이웃들과 집에서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자정 경 총소리와 함께 포핑아씨가 살해당했다. 살해 현장으로부터 총을 들고 나오는 장 뒤클로 씨가 목격되었다. 네덜란드 경찰 측은 뒤클로 씨를 범인이라 단정짓지는 않았으나 도시 내에 있기를 요청한 바다.



지역 유지인 포핑아 씨의 죽음을 둘러싼 몇 몇의 인물이 있다. 내연녀와 그녀의 아버지, 포핑아 씨의 친구와 제자, 부인과 처제. 명확한 증거에 집착하는 현지 경찰과 달리 매그레는 천천히 마을을 돌며 포핑아 씨의 주변인들을 관찰한다.



매그레 반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 그의 행각은 이상해보인다.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런데 반해 여기저기 들쑤시는 곳은 많고. 나같은 독자라면 맹하게 머리에 물음표 하나 달고 반장의 뒤를 쫓을 지 모른다. 답이 없는 질문의 연속. 답답한채로, 궁금한채로 수사를 쫓다보면 어느 새 결말이 펼쳐진다.



홈즈를 위시한 기존의 추리물에 익숙해져있는 독자에게 이 작품은 낯설다. 사건의 주변부에 끊임없이 질문만 내던지는 수사 과정은 범죄 수사물이라기보단, 심리 상담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포인트가 심농만의 자질이 아닐까. 그의 소설은 첫 번째 읽을 땐 갸우뚱, 두 번째 읽을 땐 음, 세 번째 읽을 땐 아하를 외치도록 만들어진건지도 모른다. 읽은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을 매그레 시리즈는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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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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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육중한 몸집,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 투박한 말투. 심농이 만들어낸 매그레 반장의 모습이다. 뤼팽의 매력적인 외모와 화술, 예의는 애초에 갖고있지도 않다. 홈즈의 비범한 천재성도 그의 소유는 아니다. 굳이 비슷한 인물을 꼽자면 포와르 정도. 그러나 매그레는 그 모두와 다르다. 매그레 시리즈가 다른 추리 소설과 다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수상한 라트비아인>의 첫 문장을 읽으며 난 기대에 차 있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홈즈를 읽었던 순간만큼 흥분되더라는 추천인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문학계 거장들의 찬사 때문만도 아니었다. 열린책들에서 한 달에 두 권씩 맘잡고 펴낸단 계획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 모두에 더해 왠지모를 끌림이 있었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는 추리소설로 분류된다. 이야기 속에선 사건이 벌어지고, 매그레 반장은 범인을 뒤쫓는다. 그러나 심농에게, 매그레에게 중요한 건 범인과 트릭을 밝혀내는 일만은 아닌 듯 하다. 그 점이 일련의 작품들을 단순한 추리물에서 문학작품으로 승격시키는 건 아닐까.



매그레는 투박하지만 섬세하다. 현란한 추리의 기술 따위 선보이지 않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줄 안다. 소설을 읽어나가다보면 느끼겠지만, 천성이 따뜻한 사람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일반적인 탐정들과는 다르다. 우러러보게되진 않지만 재수없지도 않다. 그의 성격은 그대로 작품에 투영된다.



소박한 스케일.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의 서사. 범죄 기법을 알고 난 후에도 왠지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작품이라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단 한 권만으로 심농과 매그레에 대해 잘난척을 하는 건 시기상조다. 한 권 더 혹은 한 번 더 읽어 봐야겠다. 그런데 그러다 정말 빠져버리면 어쩌나. 이거 칠십 몇권이 나온다는데 지갑이 거덜나지 않으려면 여기서 멈추는 게 현명한 짓일지도. 위험 경고가 요란스레 번쩍이고 있다.



(수상한 라트비아인에 대한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오 마이 갓. 난 여태 무얼 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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