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과식하는가 - 무의식적으로 많이 먹게 하는 환경, 습관을 바꾸는 다이어트
브라이언 완싱크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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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잠깐 컴퓨터를 하려고 앉았다가 전에 다운 받아둔 미국드라마 파일을 연다. 잠깐 보고 꺼야지 하는 사이 컴퓨터 책상 위엔 간식거리가 즐비하다. 코코아 한 잔, 스낵 한 봉.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고 40분짜리 드라마가 채 끝나기 전에 그릇은 싹 비워져있다. 잠시 영상을 멈춰두고 다른 먹을 것을 찾아가지고 온다. 드라마가 다 끝난 후에야 먹고 난 잔해를 보고 경악한다. 또 먹었다. 그 때서야 바지런떨며 움직인다한들 몸 속에 들어간 칼로리며, 축적되고 있을 지방과 탄수화물은 내 손을 떠난지 오래다.

 

흥! 나는 저런 멍청한 짓 안해. 라고 혀를 쯧쯧차는 사람들. 그러나 정말 이런 일화가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TV와 컴퓨터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먹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 몸 속의 지방을 쌓아가고 있다. 문제는 무의식적인 섭취! 바로 여기에 다이어트의 비밀이 숨어있다.

 

원제 Mindless Eating, 부제 Why we eat more than we think인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새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들을 분석한다. 일명 '숨은 설득자'다. 읽다보면 당연한 소리들이라 무시하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소한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10kg이 찔 수도, 10kg이 줄어들 수도 있음을 저자는 여러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만하면 궁금해지지 않는지? 이 책은 친절하게 다이어트 레시피를 짜주는 책보다 더 효과높은 다이어트 방법을 당신에게 제시해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다. 특히 서두를 여는 한 마디, "최고의 다이어트는 자신이 다이어트 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강박적인 사고와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가령 난 오늘부터 절대 초콜릿을 먹지 않을거야라고 다짐했는데 몇 일 후 결국 초콜릿 한 개를 먹게 되고, 당연하게도 결과는 하나가 아닌 한 통으로 끝날지 모른다. 끝은? '다이어트에 실패했어' 란 한마디. 그러나 이 책에선 말한다. 먹고 싶은 걸 먹으라고. 다만 똑똑하게 먹어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우리는 먹는 것에 있어서 우리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배가 부르면 그만 먹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안 먹고, 좋은 음식은 챙겨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 큰 그릇으로 먹을 때 더 많이 먹고, 좋은 광고, 라벨이 붙어있을 때 그 음식을 더 선호한다. 그 뿐이 아니다. 포만감에 상관없이 그릇이 바닥이 보여야 다 먹었다고 생각하며,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더라도 보이면 먹는다. 이쯤되면 슬슬 자신의 혀와 위장과 감각을 믿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에게 아직 방법은 있다. 무의식! 위에서 소개된 '숨은 설득자' 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음식을 더 먹게 만든다. 이제 방향을 전환할 시간이다. 우리의 몸은 100~200 칼로리 정도 덜 먹어도, 덜 먹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 것이 '무의식의 폭' 이다. 간단히 말해 매 끼니 밥 한 숟가락을 덜 먹고, 자연스레 먹던 식후 커피 한 잔, 캔디 하나를 먹지 않는다. 그 것만으로 1년에 5kg 이상을 감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일까? 그렇지 않다.

 

3년쯤 전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무게를 감량한 기억이 난다. 물론 처음에는 빼야겠단 마음으로 밥의 양을 조금씩 줄이고, 생각없이 집어먹던 과자를 줄였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렀다. 먹고 싶은 건 여전히 모두 먹으면서도 1년 동안 8~9kg 정도의 몸무게를 감량했다.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돌이켜 보니 바로 '무의식 다이어트' 였다. 좀 덜 먹고 좀 더 움직이고.

 

사실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요즘 무의식적으로 먹거리를 집어들게 되는 나의 식탐과 움직이지 않는 태도를 바꿔볼까 하는 욕심이었다. 그리고 책을 마친 지금, 즐거운 외침을 내지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 또 하나는 이미 내가 경험해 본 방법이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불어난 몸무게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이 '무의식 다이어트' 의 효과는 강력하다. 다들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100kcal의 마법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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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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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유혹적이다. <내 남자> 라니. 어떤 사랑이 우리를 가슴뛰게, 저미게, 폭발하게 할까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연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사랑 이야기인가 싶더니, 특별한 관계의 두 사람 이야기다. 조금 더 넘겨보니 그 관계를 묶고 있는 심상찮은 일화가 등장한다. 특별을 넘어 누군가에겐 혐오스럽게 보일 관계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사랑을 더럽다 할 수 없었다. 치명적이게 아름답다. 세상이 그들을 보는 눈을 떠나 그들 스스로를 탐하는 모습은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불쾌한 감정을 안겨주지 않을까 싶다. 서로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두 사람이 다름아닌 아빠와 딸이기에. 공식적인 관계는 열몇살 차이의 양아버지와 양딸이다. 그러나 비슷하게 찢어진 눈매, 가끔씩 드러나는 비슷한 몸짓,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는 웃음. 그들은 묘하게 닮아있다. 그런 두 사람, 하나와 준고가 주인공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여자와 한 남자, 다른 사람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두 사람이 오랜시간 지켜온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라고 말하기 위해 험난하게 지켜온, 그러나 두 사람을 제외한 세상은 사랑이라 말하지 않는.

 

이 책의 표현은 절제된 듯 폭발적이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책 곳곳에서 읽는 이를 전율케한다.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준고의 애인어었던 고마치가 보는 하나의 입술을 묘사한 부분.

'그런데 입술만 빨갛게, 저세상에서 차갑게 타오르는 불길 같았다. 벌린 입에서 분홍색으로 빛나는 혀가 쏙 나온다. 아이의 혀가 저렇게 끈끈하고 촉촉한 것일까.'

아이의 입술에 대한 한 두줄의 문장만으로 작가는 어린 중학생 소녀는 성숙하고 매혹적인 '여자'로 만들어버린다. 그럼으로써 애와 어른의 사랑이 아닌, 정신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을 그려내는 것이다.

 

책의 구성 또한 독특하다. 화자가 바뀌면서 시간은 '지금'에서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하나하나 벗겨지는 베일 속에 의문스럽던 두 사람의 지난 행적이 보여진다. 왜 두 사람이 저렇게 미치도록 서로에게 빠져들었는지. 그 궁금증 때문이라도 독자들은 책의 마지막 단어가 나올때까지 책을 덮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책을 읽고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은 무한가지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건. 그들이 행한 사건에 대해서건. 대부분의 도덕적 잣대에 의해서 이 책은 폭삭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남자>는 연애소설이다. 때론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으로 치명적이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지독한 사랑이야기다. 그러니 부디, 눈살을 찌푸리건 고개를 끄덕이건, 한 번 귀나 기울여보길. 세상은 넓고 이런 사랑도 있겠거니 묻어두길. 하나가 준고에게 했던 한 마디에 여운이 남는다. "우리가 사랑을 나눴다는 거." 조금 오래 기억의 가장자리에 남을 것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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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글쓰기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의 지혜
애니 딜러드 지음, 이미선 옮김 / 공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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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소리 하나. 번역서를 즐겨보지만 구태여 원작 제목과 번역본 제목을 비교하거나, 번역 자체의 질을 따질 정도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나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덮는 순간 난 원제를 찾아봤다. 아무리 봐도 이 책의 제목은 '창조적 글쓰기' 로는 마뜩치 않아 보였기에. 원제는 <The Writing Life>. 구지 해석하자면 글쓰는 삶 정도일까? 번역서 제목을 다시 본다. <창조적 글쓰기>, 제목만 보면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이 한 바탕 쏟아질 것 같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낚일 사람들을 위한 조언 하나.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적 조언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고, 어떻게 하면 소설가의 특성들을 배울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부분은 단 한 부분도 없다. 물론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지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지 바로 보고 알 수 있는 방식이 아닌 스토리텔링으로. 즉, 해석은 읽는 자의 몫이다.

 

요컨대 이 책은 저자인 애니 딜러드의 글쓰기 인생론이다. 자신의 삶과 그 속에서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글쓰기의 요소들을 분석해낸다. 일화에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부분은 교묘하다. 그녀가 전하는 일상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보면 어느 새 이야기는 글쓰기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 있곤 한다.

 

총 6가지로 나누어 글쓰기를 조목조목 따져본다. 처음엔 글쓰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글을 쓰는 것 자체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면서 속도는 중요치 않다며 대가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부분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도 일깨워준다. 중요한 건 큰 그림을 보는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젠 글쓰기의 소재를 찾기 위해 일상에서 상상력을 동원하는 일화들을 소개한다.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 속은 온갖 글쓰기의 소재로 가득차있다! 글쓰기를 위해서 필요한 자세인 몰입을 이야기한다. 옹골차게 준비했지만 이야기가 끝날 때쯤은 산산히 부서지는 비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때로 글의 한 부분이 글 쓰는 자에게로 찾아온다. 저자는 그 것을 아끼지 말라한다. 아껴두면 서랍 속 모셔둔 글귀는 어느 날 재가 되어 나타날 뿐이라고. 글 쓰는 자에게 중요한 건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장에서 그녀는 이야기한다. "내 한정된 경험에 의하면 그림 그리기는 글쓰기와 달리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오감이 즐겁다. 그림을 그린 후보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더 즐거운 법이다." 라고. 그녀는 글쓰기와 달리, 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이 한 문장이 그녀가 하고 싶던 한 마디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글쓰는 과정 그 자체가 즐겁기에 그녀도, 또 다른 글을 쓰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쓸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인간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기적인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자신의 생각을 고집스레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그러니 다들 괴롭다 괴롭다 하면서도 오늘도 또 한 자 한 자 백지를 채워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책은 애초에 생각했던 것처럼 글쓰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오늘도 부족한 글을 쓰는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 하루치 비타민이 되어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던 듯하다. 기대치를 낮추고 편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기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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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김선우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비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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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즐기는 지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아릿하게 기억에 남는 지인의 대답은 "그냥 느끼세요." 였다. 질문의 요지가 ’어떻게 느끼는건데요?’ 였는데, ’그냥 느끼세요’ 라니. 더 물어볼 엄두가 안나 ’아, 그렇군요.’ 로 짧은 문답이 끝났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로도 여전히 시는 어렵다는 생각에 책장에 꽃혀있는 몇 편의 시도 볼 생각 없이 묵혀두고 있던 차였다, 이 책이 나에게 온 건.

사랑과 행복. 두 개의 키워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아끼고 애타게 찾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사랑. 아무리 말해도 모자라고, 아무리 들어도 고픈 이 한 단어, 사랑. 시가 가장 많이 노래한 주제도 ’사랑’이었다. 바로 이 주제를 가지고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애송되는 알짜배기들을 모아 장석남, 김선우 시인의 해설을 덧붙인 책이 바로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다.

사랑으로 풀어낸 50편의 시는 아름답고, 잔잔하고, 때론 위트있으며, 지독히도 고독하기도 하고, 발칙하기도 한 노래들이다. 안도현 시인은 쉬운 가사말로 ’그대에게 가고 싶’다며 고백하고, 황지우 시인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기다림의 고통을 살갑게 노래한다. ’가끔...전기가...나가도...좋았다...’ 며 당돌하게 고백하는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박라연 시인의 노래는 수줍지만 솔직한 속마음의 표현일거다. 그런가하면 남진우 시인은 ’어느 사랑의 기록’ 속에다가 발칙한 사랑의 장면을 그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이 어디 달짝지근하기만 할까? 신달자 시인은 상처조차 감싸안는 ’열애’의 시간을 회상한다.

그러거나 이러거나 사랑이란 결국 아름다운 것 아닐까. 이문재 시인이 똑부러지게 사랑을 정의했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올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이다. 즐거운 일을 할 때, 맛있는 걸 먹을 때 누군가 함께 하기를 바라는 자신이 보인다면, 그렇다. 당신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간단한 사랑 정의가 또 있을까 싶다. 결국, 사랑이란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이 아닐까.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책을 뒤적뒤적이다가 문득 무릎을 탁 쳤다. 그 때, 지인이 했던 말이 가슴으로 징-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냥 느"끼라던 말, 도대체 잔뜩 멋부린 글자 몇 개를 어떻게 느끼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시를 읽는 데 글자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여졌다. 아, 이런 게 시를 읽는다는 거구나. 아직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도 명쾌하게 알려주고 싶지만, 도움을 청하는 당신에게 내가 해줄 말은 하나뿐이다. "그냥 느끼세요."

다행히 이 책에는 여전히 어려움에 허우적대는 나와 당신을 위한 친절한 길잡이가 있다. 장석남과 김선우 시인의 친절한 해설이 그것이다. 서로 다른 느낌의 두 해설자가 들려주는 또 다른 사랑 이야기 그리고 시인 이야기는 아리송한 시의 골목골목을 짚어주는 휴대용 네이게이션과도 같다. 물론 한낱 기계보다 더 친절하고 사람 내 가득한 입심을 보여준다. 시인의 나이까지 콕 집어가면서 숨은 얘기를 전해주는 장석남 시인과 도발적인 감성으로 해석을 가미한 김선우 시인의 해설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나의 책 사용법

 시란 혼자 몰래 즐겨도 애틋하니 즐거운 법이지만, 나눌 때 그 기쁨이 배로 커지는 게 아닐까. 주제가 사랑인지라 읽는 내내 누군가가 문득 동그마니 떠오르기도 하고, 애타게 그리워지기도 하고, 괜시리 기억에 젖어들기도 했다. 그래서 여느 소설에서 나오듯 편지에 꾹꾹 눌러 적어볼까 하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마음에 들었던 글귀를 적고는 그의 번호를 누르고 가만히 전송 버튼을 누른다. [너에게보내는] 으로 시작해 짧게 글귀를 적어놓고, 마지막에 _시인의 이름 석자를 적어 보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답장이 왔다. 딩동-. "누가 할 소리를 이리도 먼저 콕콕 집어 해놓은거야? 얄밉게 시리..." 라며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그.

52분부터 10분마다 시간맞춰 2분 12분 22분 32분 42분 52분 다시 2분 12분.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찍어 보낸 9통의 문자에 그는 즐거웠다며, 더더 사랑하게 됐다며 대답해줬고, 조금은 느리게 가던 토요일 오후는 기분좋은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었다.

 여자건 남자건. 사람이란 때로 작고 별것아닌 것에 큰 감동을 느끼게 마련. 조금 생소하고 닭살돋을지 모르지만, 오늘 사랑하는 님을 위해 맘에 드는 구절 몇 자 꾹꾹 눌러 색다른 문자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시인만이 아는 비밀을 꽁꽁 감추어둔 시 구절 속에서, 우리만의 사랑스런 기억을 끄집어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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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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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을 보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소리는 '헉' 이었다. 온갖 찬사를 받은 책이었지만 일단 두꺼운 책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첫 만남부터 삐걱 소리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조금씩 읽어나가는데 몇 번씩이나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실제로 집어던져놓고 하루 이틀 후에야 다시 집어들기도 했다.) 고백하건데 이 책의 줄거리는 날 화나게 했다. 정말로 많이.

 

주인공은 13살 소녀 안나. '전골수구백혈병'이란 희귀병을 앓는 언니 케이트의 치료를 위해 맞춤으로 태어난 안나는 13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언니의 치료를 위해 자신의 피를 내어줘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돈을 모아 한 변호사의 사무실 문을 연다.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라는 당돌한 한 마디와 함께. 재판에서 이기는 것만을 우선으로 하는 이기적인 변호사 캠벨은 왠일인지 소득도 안될 이 일에 뛰어든다. 엄마로 살기 위해 버렸던 변호사의 일을 자신의 딸과 싸우기 위해 다시 잡은 안나의 엄마 사라. 고소장을 받은 순간부터 집 안은 냉랭한 한기가 들고, 그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안나를 위해 아빠인 브라이언은 자신의 소방서 방으로 안나를 데려간다.

 

고소의 목적은 안나의 '의료 해방' 즉, 안나의 동의 없이 부모의 의견만으로 안나의 신체를 의료적 행위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있다. 그 발단은 병이 재발한 언니 케이트에게 신장 이식을 해 줘야 하는 현실이었다.  왜 안나는 여태껏 당연스럽게 해 오던 일에 STOP을 제기한걸까? 13살이 된 지금에서야 자신의 상황에 부당함을 느낀걸까, 아니면 단순히 언니에 가린 자신을 중심에 놓고 싶었던걸까?

 

아직 부모가 아니어서 그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어서였는지, 두 딸의 어려움 사이에서 힘들어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린 거라고 주장하는 사라의 모습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한 딸에게 모든 신경을 쓰는 바람에 다른 자식들 즉, 제시와 안나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던 부모의 모습에 더 화가 났다. 한 명의 딸을 살라기 위해 한 명의 딸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게 괜찮은걸까. 내가 안나라면? 글쎄.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아마 난 그렇게 강한 소녀가 되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안나는, 복수를 원했던 것도, 자신만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던 안나는, 정말 강하고 멋진 소녀였다.

 

이야기의 결말은 아름답다면 아름답고, 조금은 슬픈 해피엔딩이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안나는 원하는 걸 얻고, 자신이 바라는 마지막 소망을 지킨다. '첫 번째 별은 아주 밝게 빛나지만, 두 번째 별을 알아볼 때쯤이면 너무 늦어버'리는 쌍둥이별과 같이, 주변 사람들은 안나를 너무 늦게서야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은 끊임없이 빛나고 있었는데 말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완벽할수만은 없다. 때론 누군가 양보해야 하고, 누군가는 아파야 한다. 책의 결말이 나름대로는 모두  빛나는 듯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소설같은 결말이라, 혹은 소설같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어 마음이 아렸던 책. 최고의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을 지 모른다. 모두가 최고일 수 없기에 오늘도 우리의 선택은 힘들지만, 적어도 '최선'이라 말할 수 있도록 오늘도 생각하고 살아가기에 우리의 삶은 빛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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