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을 보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소리는 '헉' 이었다. 온갖 찬사를 받은 책이었지만 일단 두꺼운 책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첫 만남부터 삐걱 소리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조금씩 읽어나가는데 몇 번씩이나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실제로 집어던져놓고 하루 이틀 후에야 다시 집어들기도 했다.) 고백하건데 이 책의 줄거리는 날 화나게 했다. 정말로 많이.
주인공은 13살 소녀 안나. '전골수구백혈병'이란 희귀병을 앓는 언니 케이트의 치료를 위해 맞춤으로 태어난 안나는 13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언니의 치료를 위해 자신의 피를 내어줘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돈을 모아 한 변호사의 사무실 문을 연다.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라는 당돌한 한 마디와 함께. 재판에서 이기는 것만을 우선으로 하는 이기적인 변호사 캠벨은 왠일인지 소득도 안될 이 일에 뛰어든다. 엄마로 살기 위해 버렸던 변호사의 일을 자신의 딸과 싸우기 위해 다시 잡은 안나의 엄마 사라. 고소장을 받은 순간부터 집 안은 냉랭한 한기가 들고, 그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안나를 위해 아빠인 브라이언은 자신의 소방서 방으로 안나를 데려간다.
고소의 목적은 안나의 '의료 해방' 즉, 안나의 동의 없이 부모의 의견만으로 안나의 신체를 의료적 행위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있다. 그 발단은 병이 재발한 언니 케이트에게 신장 이식을 해 줘야 하는 현실이었다. 왜 안나는 여태껏 당연스럽게 해 오던 일에 STOP을 제기한걸까? 13살이 된 지금에서야 자신의 상황에 부당함을 느낀걸까, 아니면 단순히 언니에 가린 자신을 중심에 놓고 싶었던걸까?
아직 부모가 아니어서 그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어서였는지, 두 딸의 어려움 사이에서 힘들어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린 거라고 주장하는 사라의 모습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한 딸에게 모든 신경을 쓰는 바람에 다른 자식들 즉, 제시와 안나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던 부모의 모습에 더 화가 났다. 한 명의 딸을 살라기 위해 한 명의 딸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게 괜찮은걸까. 내가 안나라면? 글쎄.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아마 난 그렇게 강한 소녀가 되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안나는, 복수를 원했던 것도, 자신만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던 안나는, 정말 강하고 멋진 소녀였다.
이야기의 결말은 아름답다면 아름답고, 조금은 슬픈 해피엔딩이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안나는 원하는 걸 얻고, 자신이 바라는 마지막 소망을 지킨다. '첫 번째 별은 아주 밝게 빛나지만, 두 번째 별을 알아볼 때쯤이면 너무 늦어버'리는 쌍둥이별과 같이, 주변 사람들은 안나를 너무 늦게서야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은 끊임없이 빛나고 있었는데 말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완벽할수만은 없다. 때론 누군가 양보해야 하고, 누군가는 아파야 한다. 책의 결말이 나름대로는 모두 빛나는 듯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소설같은 결말이라, 혹은 소설같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어 마음이 아렸던 책. 최고의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을 지 모른다. 모두가 최고일 수 없기에 오늘도 우리의 선택은 힘들지만, 적어도 '최선'이라 말할 수 있도록 오늘도 생각하고 살아가기에 우리의 삶은 빛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