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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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세상 탓하면서 해소되지도 않을 억울함 느끼는 것 바라지 않아.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 그냥 무시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상처의 원인을 해집으면서 스스로를 더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최은영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잊고 있던 어느 순간을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속시원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들, 

나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마음 한쪽에 모아놓은 것들,

나를 뾰족하게 만드는 것들,

아주 예전의 기억들이 가끔씩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 지는 것들.

그런 것들을 꺼내서 잘 닦아주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내가 특별히 모난게 아니라고 토닥여주는 기분이다.


자기 아들의 잘못이 밝혀졌는데도, 사과는 커녕, 어쩜 노인네가 저헣게 못되게 늙었대? 못되개 말하는 엄마한테, 

너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늙었다, 왜! 이 …… 씨발년아.

말로 일격을 가하고 싶은데, 겁은 나고, 막상 목소리는 작아지고 울 것처럼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눈물이 났다.

욕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기는 참…


이때부터 계속 눈물바람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카페 구석에 앉아있긴 했지만, 읽는 내내 눈물콧물을.

아, 왜 그랬지?


더 이상 조카를 만나지 못하지만, 절절히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이모도,

어렸을 적 가족에게 버려져 살아온 기남엄마도,

나름의 방식으로 꼿꼿하게 살아온 이모의 죽음도 마음쓰였지만, 

저 할머니, 할머니가 제일로 마음 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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