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늑대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ㅣ 웅진 세계그림책 281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원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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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신작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옛날옛날 늑대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의 표지에는 숲 속의 작은 집 한 채와 길을 걷고 있는 세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토마스, 핀, 잭 세 소년은 깊은 숲 속에 오두막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오두막 안을 들여다봅니다. 거기엔 할머니가 계셨고 아이들은 장난으로 문을 두드린 후 달아납니다. 다음날에도 아이들은 장난을 쳤고 그다음 날에도 오두막에 갑니다. 잭은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를 꺼내며 오두막의 할머니는 틀림없이 마녀고 아이들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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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잭은 혼자 할머니 오두막을 찾아갑니다. 할머니가 정말 마녀인지 확인하고픈 잭의 호기심은 두려움보다 다 커졌고 이야기는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저 또한 그림의 분위기와 숲 속 오두막에 사는 할머니가 늑대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그 어느 곳에서도 할머니가 마녀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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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의 아빠는 할머니가 마녀이고 아이들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사실 할머니를 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숲 속에 늑대가 살고 있다는 게 더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두려운 존재는 할머니가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막연한 상상과 혹은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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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이야기와 마녀 그리고 깊은 숲이라는 설정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옛날옛날'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빨간 망토 소녀와 늑대이야기》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옛 동화 속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마녀나 늑대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이 이야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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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해프닝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았습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쉽게 오해하고 편견으로 사람을 판단한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세 아이와 할머니 늑대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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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말의 가시 ㅣ 바일라 26
김영주 지음 / 서유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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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말은 강이나 계곡의 바닥 돌에 붙어 있으며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작은 조류입니다. 돌말에게는 가시가 있다고 합니다. 작고 연약한 돌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시는 공격이 아닌 방어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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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말의 가시』의 이야기는 첫 장부터 무겁게 진행됩니다. 세미는 얼마 전 세상을 등진 민주라는 아이의 사물함을 뒤져봅니다. 세미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민주처럼 세상을 떠날 용기였습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민주의 휴대폰을 통해 수현이라는 또래 남자아이를 만납니다. 세미는 우울한 가정환경 속에 놓여 있었고 수현 역시 세상에 혼자인 듯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두 아이 모두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어느 날 세미는 담임 선생님을 통해 선홍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서점에서 메드 사이언티스트 클럽활동을 하게 됩니다. 거기에 수현도 함께 하게 되며 조금씩 자신의 환경에서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곁에 있어주는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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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던 담임이, 선홍서점의 사장이, 자신과 같이 외로움이 가득한 수현이가 그리고 메드 사이언트시트 클럽의 아이들이 혼자였던 세미와 관계를 이뤄나갑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이야기를 들으며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붙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힘든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작은 버팀목이 됩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척 무거워집니다. 책 속 민주 또한 외로움 속에서 친구대행 아르바이트에 기댔던 거 같은데 진심이 없는 관계는 민주에게 어떠한 위로나 도움이 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쓸쓸히 세상을 떠났을 민주의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는데 책을 함께 읽은 아이도 민주의 죽음이 슬프면서도 무척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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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돌말의 가시가 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세미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한 아이가 다시 삶 쪽으로 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주며 관계를 맺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마음이 지친 아이들이나 지금의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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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예의 바른 괴물 봉바르봉의 심부름 ㅣ 미운오리 그림동화 23
큐라이스 지음,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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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땅 속, 봉바르봉의 집과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괴물이라 불리지만 커다란 덩치에 비해 귀여운 외모는 괴물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엄마는 봉바르봉에게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북극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용암케이크를 갖다 드리는 일입니다. 봉바르봉은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한 후 길을 떠납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의 바른 괴물 봉바르봉의 심부름』은 봉바르봉이 심부름을 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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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바르봉이 심부름을 가는 곳은 먼 북극이라 거리가 가늠이 되지 않았던 봉바르봉은 중간에 잘못 나오기도 하고 사진을 함께 찍자는 요청에 함께 해주고 봉바르봉이 섬인 줄 알고 잠든 지미를 깨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땅 위에 내려놓고 다시 심부름을 떠납니다. 괴물이라 불리지만 봉바르봉은 커다란 덩치와 달리 작은 존재들도 세심히 살피고 다정하고 섬세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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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괴물이라는 선입견으로 바라본 봉바르봉이 사실은 누구보다 타인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무섭고 거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조심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는 봉바르봉의 모습에서 진짜 다정함은 작은 순간에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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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을 읽은 아이는 봉바르봉의 외모가 괴물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봉바르봉의 행동은 덩치에 맞게 행동하지 않지만 배려하는 모습이 귀엽다고 합니다. 저는 작가님의 다른 그림책을 읽었었는데 유쾌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번 그림책도 웃으며 읽었는데 다정함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전해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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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이라는 익숙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는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괴물이라고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세심하고 배려 깊은 행동을 보면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아이가 봉바르봉과 봉바르봉의 엄마가 양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해 한참을 웃었습니다. 봉바르봉의 심부름 여정을 함께 읽다 보면 중간중간 나오는 엉뚱한 장면들과 귀여운 행동들 덕분에 웃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봉바르봉의 엉뚱하고 다정한 심부름 이야기를 만나보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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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작새 ㅣ 사이그림책장
헤르만 헤세 지음, 오승민 그림, 엄혜숙 옮김 / 가나출판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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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작새』로 불리는 게 정말 잘 어울리는 공작 나방의 아름다운 모습을 모두 담아 감탄하게 만든 이 그림책은 황홀한 그림에도 감탄하게 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질투나 욕심 그리고 흔들리는 마음들을 담아내 어른에게는 지난날 어린 시절의 내 안에 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성장의 순간들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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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을 방문하게 된 하인리히는 친구의 취미인 나비 수집 상자를 보게 됩니다. 거기서 지난날 자신의 부끄러워 던 기억을 친구에게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적 나비수집에 열정적이었던 하인리히는 집안 형편으로 좋은 나비 수집 케이스를 마련할 수 없었지만 나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누구보다도 컸습니다. 친구 에밀 또한 나비 수집을 하였는데 하인리히와는 다르게 나비를 잘 보관했으며 복원하는 기술까지 까진 에밀은 하인리히의 나비들을 보며 값을 매기고 결점을 지적해 하인리히는 이후 에밀에게 자신의 나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공작나방을 수집하게 된 에밀의 소식을 들은 하인리히는 에밀에게 보여 달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공작나방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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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사랑하는 하인리히의 순수한 열정을 보며 어렸을 적 나 역시 수집하며 열광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는 그것이 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고 가장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런 마음들이 사라져 버렸던 경험 또한 하인리히와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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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가 느끼는 열정과 질투 그리고 양심의 가책과 부끄러움 감정들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자신을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 듯한 마음까지 이야기에 담겨 있어 지난 시간 속 나의 감정들도 함께 돌아보게 됩니다. 성장이란 늘 빛나는 순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안에는 질투하고 흔들리고 후회하는 마음 또한 함께 존재하며 이 책은 그런 감정들 역시 성장의 과정 안에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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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판형의 그림책은 아름다운 공작나방을 담아내기 충분한 듯합니다. 매력적인 그림 감상 또한 이 책의 추천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가 어린 시절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야기 또한 천천히 곱씹어보며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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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 9가지 형태로 보는 현대 미술
스즈키 히로후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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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데미안 허스트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책과 사진으로 보았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긴 대기줄이 이어지고 넓은 전시장이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혼잡하긴 해도 거대한 작품의 규모와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를 실제로 보니 왜 그의 작품이 화제가 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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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은 책과 리플릿을 통해 이미 접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왜?라는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해설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 의문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렇게 현대미술 앞에서 막막함을 느낀 나에게 『미술관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은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을 알려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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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여주고 왜 만들어졌으며 무엇으로 그렸는지를 회화중심의 작품에서는 비교적 쉽게 느껴졌습니다. 작품 옆 캡션에도 제목과 설명이 간단하게 적혀있지만 그림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화가 보는 사람에게 장면과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현대미술은 작가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더 가까웠습니다. 작품을 보지만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마 현대미술과 거리를 두게 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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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는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면 되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무엇을 표현했고 왜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재료와 형식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설명하기에 막연했던 작품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현대미술을 9가지 형태로 나누어 보는 방식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떤 의도와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실전 편을 통해 스스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책과 함께 하다 보니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단순히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작업으로 보는 것에서 인간의 불안과 죽음, 생명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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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회화 중심의 전시뿐 아니라 현대미술 전시도 더 자주 찾아가 보고 싶어 집니다. 작품의 낯선 느낌도 즐기며 작품 앞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설명보다 내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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