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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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작은 정원들』를 읽으며 북촌은 아니지만 올봄 아이와 함께 도서관 뒤편 동산에서 숲해설가의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돋보기를 가지고 무심코 지나쳤던 이름 모를 풀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잡초라고 뭉뚱그려 불렀던 풀들은 저마다 재미있는 이름과 사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며 식물도감도 만들었습니다. 좁은틈 사이에 예쁘게 피어 있던 제비꽃도 발견하고 꽃마리라는 아주 작은 풀꽃도 만났습니다. 얼마나 예쁘던지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작은 풀꽃을 관찰하고 소중하게 도감에 붙이던 아이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그날의 시간은 아이와 함께한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는데 어느 날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삶의 방향을 바꿔 산림치유지도사와 숲해설가 되었습니다. 이후 북촌 곳곳을 다니며 식물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정원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나 이름이 잘 알려진 식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에 소개된 풀과 나무와 꽃 중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꽃마리와 제비꽃을 만나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름을 알지 못할 때는 그저 길가에 자라는 풀에 불과했는데 이름을 알고 나니 생김새도 눈에 들어오고 어디에서 자라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알아갑니다. 저자는 북촌의 작은 식물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봅니다. 그러면서 책은 비움과 인내, 다정함과 회복, 시선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각 주제에 따라 여러 식물을 소개하며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합니다.


언젠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제비꽃에게 위안을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좁은 시멘트 틈 사이에 핀 제비꽃은 작지만 눈에 띄었습니다. 척박한 곳에서도 당당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 사진으로 남겨 두고 종종 꺼내 보곤 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책에 나오는 식물들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특히 꽃마리에 관한 글은 아이와의 추억이 떠올라 그 부분을 읽고 필사도 했습니다. 필사를 하니 글을 읽기만 했을 때보다 마음에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필사도 함께 추천합니다.


책에 실린 북촌의 지도들을 보며 골목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오래된 한옥과 담장 사이를 걷다 보면 책에서 만난 식물들을 직접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 책을 들고 아이와 함께 북촌을 걸으며 책에서 보았던 식물들을 함께 찾아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의 이름도 서로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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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단짝 ㅣ 팡 그래픽노블
마리나 테나 지음, 김민숙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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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라는 병이 제1형과 2형으로 나뉜다는 사실이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당뇨는 가족력이 있거나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좋지 않으면 걸리는 병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완치보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1형 당뇨는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며 주로 어린 나이에 발병해 평생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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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저자는 제1형 당뇨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그래픽노블로 담아냈습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밝고 선명한 색감은 질병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했습니다. 초록색과 주황색 그리고 빨간색 등 강렬한 색감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주인공 마리나의 머리카락 색은 성장 과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린 시절의 초록색에서 청소년기에 주황색으로 바뀌고 성인이 되며 빨간색으로 변합니다. 이런 색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자신의 질병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마리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밝은 색체와는 다르게 이야기에는 어린 나이부터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에서 오는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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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히 사춘기를 보내는 마리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춘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리나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예민해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버거웠을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마리나는 자신의 몸과 질병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때론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합니다. 치료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어린나이에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리나의 일탈을 쉽게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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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형 당뇨는 매일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투여하며 먹는 음식과 몸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마리나에게는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생활이 평생 이어진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마리나의 삶이 질병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평생 함께해야 하는 당뇨를 왜 자신의 단짝이라고 말했는지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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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의 초대 ㅣ 창비아동문고 355
황지영 지음, 김푸른 그림 / 창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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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어린이 동화 『윤지의 초대』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 아이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법한 일들이라 책을 읽으며 얼마 전 아이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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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친구들을 좋아하고 누구와도 잘 지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최근 짓궂은 친구 한 명이 아이의 옷을 마구 던지며 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옷뿐 아니라 필통을 축구공처럼 차는 바람에 안에 있던 연필과 자까지 부러졌습니다. 이 정도면 그 친구에게 따끔하게 말할 법도 한데 아이는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그저 장난을 친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엄마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최대한 이해시키고 싶어 친구와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행동까지 참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이도 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본인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자신이 싫은 소리를 하면 친구가 기분 나빠하거나 자신과 놀지 않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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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의 초대』를 읽으며 아이들이 친구 관계에서 겪는 고민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책 속 아이들은 친구의 행동을 오해하기도 하고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만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곱 편의 동화는 친구 사이의 갈등뿐 아니라 가족과 의 관계나 낯선 상황에서 겪는 경험도 다룹니다. 자신을 키우는 엄마가 포기한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도 있고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 예절을 알아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모험을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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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이도 함께 읽었습니다. 공감할 만한 일상의 이야기가 아이에게는 자신의 학교생활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는 친구에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겠다고 합니다. 친구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자신의 생각도 솔직하게 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윤지의 초대』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좋은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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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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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그 중심에 있는 도쿄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가까운 곳이지만 아직 방문한 적이 없어서인지 도쿄는 어떤 모습일지 늘 궁금했습니다. 『도쿄 인사이트 산책』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의 창작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도쿄를 바라보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건축가와 요리사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예술가 출판 디자이너는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저마다 다른 풍경을 발견합니다. 오래된 건축물에서 도시의 시간을 읽고 음식에서 계절과 문화를 발견하고 거리의 패션과 예술 그리고 책을 통해 도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도시가 보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 책을 읽으며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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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공항과 역이 그 도시의 현관이자 얼굴과 같은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책에 실린 사진과 설명을 통해 만난 오산바시 국제여객터미널은 독특한 건축양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벽과 바닥의 구분 없이 종이를 접듯 이어지는 구조는 흔한 건축물의 모습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넘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리를 통해 도쿄를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로웠습니다. 계절에 따라 식재료와 조리법은 물론 식기와 식당 내부의 장식까지 달라지고 화장실의 향까지 바꾼다는 이야기에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섬세함이 돋보였습니다.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되면 이러한 일본의 음식문화의 세심한 배려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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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시선으로 본 도쿄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도시였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을 자유롭게 즐기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특히 오타쿠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는 특정 분야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여 그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상하게 바라보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맘껏 즐기는 분위기가 좋아 보입니다. 이런 자유로움과 다양성이 도쿄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미술과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예술가와 출판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보는 도쿄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찾고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과 개성 있는 서점과 출판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도쿄의 예술과 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줍니다. 관광지로만 생각했던 도쿄가 내가 좋아하는 미술과 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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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창작자가 같은 도시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도 어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와 건물이나 작은 가게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은 도쿄라는 도시를 알아가는 동시에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언젠가 도쿄를 방문하게 되면 다섯 명의 창작자가 추천하는 식당도 장소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책에서 만난 도쿄와 내가 직접 경험하는 도쿄가 얼마나 같고 다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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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 존 케이지와 4분 33초 ㅣ I LOVE 그림책
니콜라스 데이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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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숲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피아노가 놓인 무대 위로 연주자가 걸어갑니다. 관객들은 곧 이어질 연주를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1952년 미국의 메버릭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는 특별한 신곡을 연주했습니다.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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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아무것도 : 존 케이지 4분 33초』에서 만난 이 작품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제목도 있고 연주자도 무대에 있는데 정작 피아노에서는 아무것도 연주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것을 연주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바로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음' 때문에 특별한 일이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았기에 비로소 들을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는 모순적인 상황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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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피아노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공연장이 완전히 조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좌석은 삐걱거리고 관객들은 웅성거립니다. 휙휙 거리는 소리와 씩씩대는 소리,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비가 후드득 떨어지고 나무가 살랑거리는 그 순간에도 소리는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침묵 속에는 사실 수많은 소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피아노가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자 오히려 주변의 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우리가 평소에 듣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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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피아노 선율이 흘렀다면 듣지 못했을 소리들이 피아노가 침묵하자 또렷해집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수많은 소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침묵도 하나의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4분 33초>였습니다. 관객에게 정해진 소리를 들려주는 대신 그 순간 자신을 둘러싼 소리를 직접 듣게 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연주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관객은 오히려 더 많은 소리를 들었다는 점에서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연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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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독특한 연주에 대해 표현한 장면들입니다. 음악에서 받은 감각과 정서를 색과 선과 형태로 옮긴 칸딘스키의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함께 읽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연주를 담은 이 그림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했습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음악을 그림책으로 만나 편견이나 부담 없이 받아 들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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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그림책 『아무것도 : 존 케이지 4분 33초』를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음악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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