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 존 케이지와 4분 33초 ㅣ I LOVE 그림책
니콜라스 데이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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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숲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피아노가 놓인 무대 위로 연주자가 걸어갑니다. 관객들은 곧 이어질 연주를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1952년 미국의 메버릭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는 특별한 신곡을 연주했습니다.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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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아무것도 : 존 케이지 4분 33초』에서 만난 이 작품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제목도 있고 연주자도 무대에 있는데 정작 피아노에서는 아무것도 연주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것을 연주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바로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음' 때문에 특별한 일이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았기에 비로소 들을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는 모순적인 상황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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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피아노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공연장이 완전히 조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좌석은 삐걱거리고 관객들은 웅성거립니다. 휙휙 거리는 소리와 씩씩대는 소리,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비가 후드득 떨어지고 나무가 살랑거리는 그 순간에도 소리는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침묵 속에는 사실 수많은 소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피아노가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자 오히려 주변의 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우리가 평소에 듣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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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피아노 선율이 흘렀다면 듣지 못했을 소리들이 피아노가 침묵하자 또렷해집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수많은 소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침묵도 하나의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4분 33초>였습니다. 관객에게 정해진 소리를 들려주는 대신 그 순간 자신을 둘러싼 소리를 직접 듣게 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연주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관객은 오히려 더 많은 소리를 들었다는 점에서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연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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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독특한 연주에 대해 표현한 장면들입니다. 음악에서 받은 감각과 정서를 색과 선과 형태로 옮긴 칸딘스키의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함께 읽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연주를 담은 이 그림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했습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음악을 그림책으로 만나 편견이나 부담 없이 받아 들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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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그림책 『아무것도 : 존 케이지 4분 33초』를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음악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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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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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맘과 킴히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해당글은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림을 이야기하지만 책 어디에서도 그림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림을 만나기 전에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예술가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봅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의 그림이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렇게 감정과 이야기를 통해 상상한 그림은 내가 알고 있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림은 설명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처럼 그림은 하나의 설명이나 정해진 답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을 보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 서로 다른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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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의 네 가지 감정으로 나누어 담긴 24명의 예술가와 작품 이야기를 하나씩 읽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이렇게 딱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책 속의 '희' 역시 희망이나 기쁨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노먼 록웰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순간들을 담은 그림을 보았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루에도 웃음과 따뜻함이 있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행복들, 그런 일상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희'에 담긴 이유를 이해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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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던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에 다녀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노'에는 바스키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전시에서 보았던 그의 그림은 거칠고 강렬했습니다. 분노가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라는 감정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불편함과 답답함을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도 하나의 표현일 것입니다. 분노가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내는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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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국내 첫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이 열렸을 때 방문했었는데 엄청난 인파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애'에서 호퍼의 이야기를 만나니 전시에서 만났던 그림들이 떠오릅니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이 등장해도 혼자인 것처럼 쓸쓸함이 느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퍼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애'는 눈물이 흐르는 슬픔보단 외로움과 고독에 가까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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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막 물속으로 뛰어든 뒤 남은 물보라를 바라보게 하는 그림은 여러 생각이 들게 했던 작품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보면 밝은 색과 햇빛이 가득한 풍경에서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 수영하고 햇빛을 바라보고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평범한 순간에 '락'의 감정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하며 이제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는 없지만 그가 그림에 남겨놓은 밝은 색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래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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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설명되지 않는다』를 읽으며 그림을 감상할 때 꼭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QR코드를 통해 실제 작품을 찾아보며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며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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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작 ㅣ 웅진 우리그림책 158
김도경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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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맘수다카페 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즐거운 나의 집』입니다. 가로로 된 판형으로 아랫집에 사는 생쥐와 윗집에 이사 오게 된 곰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책을 펼치면 아랫집에 사는 생쥐와 윗집에 이사 오게 된 곰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의 집은 즐겁고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윗집으로 이사 온 곰돌이의 층간소음으로 생쥐는 불편함을 겪습니다. 도저히 못 참을 지경까지 이르자 생쥐는 곰에게 항의를 하고 그때부터 곰은 조심조심 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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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8층입니다. 이사 오면서 아랫집에 사는 이웃을 만났는데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운다며 자신들은 웬만한 층간소음은 이해를 한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습니다. 큰아이는 고등학생이고 작은아이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집에서 크게 시끄러울 일은 없지만 먼저 배려해 주신 부분을 생각해서라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윗집도 유치원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층간소음은 저 또한 이해가 되는 부분이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중에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고 특히 밤중에 쿵쿵 거리는 큰 소리는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 참고 있다 조심히 말씀드렸는데 미안해하시며 사과하셔서 이제는 어느 정도 소리에는 이해하고 다시 찾아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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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은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층간소움에 대해 아무리 주의를 주고 야단을 쳐도 그때뿐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면 왜 집 안에서도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편하게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쥐와 곰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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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층간소음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곰이 조심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가 생쥐가 무조건 참고 지내는 것이 좋은 방법도 아닙니다. 서로의 생활이 다른 만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을 살피고 조금씩 맞춰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불편한 점은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도 들어주면서 서로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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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은 나 혼자 편안하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가 조금 조심하고 상대의 사정을 조금 이해하는 작은 배려가 서로에게 편안한 집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만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도 그림책을 통해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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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지각한 날 - 제5회 사계절 그림책상 수상작 ㅣ 사계절 그림책
하목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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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가 되면 학교에 가기 위해 일어나 세수하고 밥을 먹고 가방을 챙겨 학교에 가는 아이가 『학교에 지각한 날』그림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주말이 되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무척 좋아해서 학교 가는 게 힘든 건 아닌지 걱정하다가도 막상 시간이 되면 군말 없이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씩씩하게 등교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놓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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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지각한 날』은 글 없는 그림책으로 스쿨버스를 놓친 주인공이 학교로 가는 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늦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초초할 것 같은데도 아이는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곳에 머물기도 하고 여러 동물 친구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야 했지만 버스를 놓치며 시작된 하루는 전혀 다른 하루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게 될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지각은 오히려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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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학교에 지각을 해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면 엄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연락이 라도 받는다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부터 하고 한편으론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화도 많이 날 것 같습니다. 그림책이기에 주인공의 이런 하루를 걱정하지 않고 따라가 봅니다. 아이들에게는 매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맞춰 생활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맘껏 다른 길을 가보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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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없는 그림책의 묘미는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들어가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무엇을 먼저 발견했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제가 미처 보지 못한걸 아이가 먼저 발견해 이야기해주기도 합니다. 누가 맞고 틀린 것도 없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학교에 지각한 날』도 아이와 함께 보며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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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슷한 일상에서도 아이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림책 읽기를 함께 합니다. 무수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어진 답에 의존하며 스스로 궁금해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은 무슨 신나는 일이 있었는지 재밌는 일이 있었다면 말해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이가 말의 물꼬를 트면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집니다. 매일이 아이에게 새로운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 책이 그런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을 꺼내 주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세상을 정해진 답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보고 궁금해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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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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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맘수다카페 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열의 교양』은 제목부터 관심을 끌었던 책입니다. '서열'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보다는 동물들의 관계가 먼저 떠오릅니다. 반면 '교양'은 지식이나 문화처럼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입니다.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나란히 있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책인지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읽는 방법에 대해 친절히 소개합니다. 순차적으로 읽거나 혹은 관심 가는 챕터부터 읽거나 필요한 순간에 펼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챕터에 있는 인사이트는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일단 순차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첫 챕터의 첫 장부터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드 발의 침팬지 정치학은 서열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했습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힘이 세다고 반드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침팬지와 관계를 맺고 서로 힘을 합치거나 지지를 얻는 것도 자신의 위치에 영향을 주었는데 서열이 단순히 힘의 크기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건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 역시 자신의 능력으로만 집단에서 자신의 위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들에게 얼마나 인정과 지지를 받는지에 따라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침팬지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책은 일상과 관계 속에 있는 서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때론 더 나은 위치에 있기 위해 경쟁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을 서열과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어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상대의 시선을 나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조금은 떨어져 바라보게 됩니다. 서열을 이해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읽고 덮어두기보다 관계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일 때 다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지 살피고 상대의 행동도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내 마음까지 돌아볼 수 있어 곁에 두고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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