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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6년 8월
평점 :
"단단한맘과 킴히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해당글은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림을 이야기하지만 책 어디에서도 그림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림을 만나기 전에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예술가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봅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의 그림이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렇게 감정과 이야기를 통해 상상한 그림은 내가 알고 있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림은 설명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처럼 그림은 하나의 설명이나 정해진 답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을 보지 않고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 서로 다른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희·노·애·락의 네 가지 감정으로 나누어 담긴 24명의 예술가와 작품 이야기를 하나씩 읽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이렇게 딱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책 속의 '희' 역시 희망이나 기쁨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노먼 록웰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순간들을 담은 그림을 보았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루에도 웃음과 따뜻함이 있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행복들, 그런 일상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희'에 담긴 이유를 이해해 봅니다.
작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던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에 다녀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노'에는 바스키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전시에서 보았던 그의 그림은 거칠고 강렬했습니다. 분노가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라는 감정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불편함과 답답함을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도 하나의 표현일 것입니다. 분노가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내는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국내 첫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이 열렸을 때 방문했었는데 엄청난 인파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애'에서 호퍼의 이야기를 만나니 전시에서 만났던 그림들이 떠오릅니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이 등장해도 혼자인 것처럼 쓸쓸함이 느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퍼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애'는 눈물이 흐르는 슬픔보단 외로움과 고독에 가까워 보입니다.
누군가 막 물속으로 뛰어든 뒤 남은 물보라를 바라보게 하는 그림은 여러 생각이 들게 했던 작품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보면 밝은 색과 햇빛이 가득한 풍경에서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 수영하고 햇빛을 바라보고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평범한 순간에 '락'의 감정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하며 이제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는 없지만 그가 그림에 남겨놓은 밝은 색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래 남을 것입니다.
『그림은 설명되지 않는다』를 읽으며 그림을 감상할 때 꼭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QR코드를 통해 실제 작품을 찾아보며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며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