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의 정원
백지혜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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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동안 감기 몸살로 집 안에만 머물렀습니다. 개나리가 피었는지 진달래가 피었는지도 모른 채 계절을 놓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봄이 지나가 버릴까 아쉬웠는데 오랜만의 외출에서 늦은 봄꽃들을 만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시멘트 턱 갈라진 틈으로 매년 어김없이 피어나는 보랏빛 제비꽃도 다시 만났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데도 계절이 오면 잊지 않고 보여주는 모습에 반가웠습니다. 얼마 전에는 작약도 보았습니다. 겹겹의 꽃잎을 무겁게 품은 작약은 무척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열두 달의 정원』에도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이 담겨 있습니다.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그려진 꽃들은 실제 정원에서 바라보던 빛깔과 모양을 그대로 담은 듯했습니다. 병풍처럼 길게 펼쳐지는 책장을 따라가다 보면 계절 전체를 느끼는 듯합니다. 뒤편에는 꽃과 곤충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작은 화분 몇 개뿐이지만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두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직접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작은 싹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스쳐 지나가던 꽃들이 이제는 계절의 속도를 알려주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열두 달의 정원』은 아이와 함께 읽으며 계절마다 어떤 꽃을 만나는지 이야기 나누기도 좋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천천히 펼쳐 보다 보면 놓치고 지나가던 계절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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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 달리 창작그림책 26
김모리 지음, 마담규 그림 / 달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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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 그림책을 만나기 전 자주 듣고 있던 곡이 있습니다. Andrea Vanzo의 <Spring Nostalgia>입니다.

그림책을 읽고 나서 이 곡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봄의 기억처럼 떠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 시간들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추억으로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한때 집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봄날의 햇살처럼 밝았던 집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떠나갔고 집은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내가 문제인 걸까? 텅 빈 집은 자신이 바뀌면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자신을 가꾸기로 합니다. 텅 빈 정원에 하나둘씩 풀이 자라고 채워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채워진 정원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풀들은 각각 제멋대로 자라 정원의 모습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지난날 함께하며 웃고 울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며 각자의 계절 속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때의 마음과 관계는 다시 예전 그대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지나간 봄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는 것처럼 마음 한편에 남아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는 떠나간 시간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다시 자라고 채워지는 마음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원을 가꾸기 위해 남겨야 할 풀도 있고 보내야 할 풀도 있듯이 사람 마음 역시 그렇게 지나간 것들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새로운 계절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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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프리 메이슨 지음, 오영진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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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나의 엄마에게 그리고 나에게, 또 내 딸아이까지 세대를 이어 함께 쓰고 간직하고 싶은 책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책을 자서전이라고 하는데 내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을 남긴다면 어떨지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는데 이 책을 만나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기고 기록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필사를 하는 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보니 나의 인생기록을 꼼꼼하게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나의 탄생에 대한 기록은 꽤 자세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생년월일, 태어난 시각, 이름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처음으로 걷게 된 때, 어떻게 보살핌을 받았는지, 내가 태어난 해에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이외 여러 질문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적어봅니다. 그리고 첫 장을 끝내고 다시 읽어보니 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이어 어릴 적 꿈과 10대 시절의 이야기에서 특히 친구에 대해서 기억하고 쓰면서 단짝이었던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둘이 함께 듣던 음악과 읽었던 책,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이야기와 주고받던 편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자 친구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어느 순간에 잊히고 추억 속 한 부분으로 남았던 친구는 소식이 끊긴 지 오래입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선택하며 잊힌 관계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소울메이트가 있냐는 질문에 첫 번째로 생각났던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여러 장 중에서 <10장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두 번째로 기록했습니다. 첫사랑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 연애 시절에 이야기, 남편과 결혼에 대한 질문들을 하나씩 읽고 적어 내려가다 보니 오래 전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나온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쌓여 있었다는 것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쓰며 언젠가 나에 이야기도 한 권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좀 더 쓰고 싶은 이야기도 생각이 났고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더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어머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오래 남겨두고 싶어 졌습니다.

삶에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만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하게 지나온 날들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모이니 결국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시간들이었다는 걸 알아갑니다. 이 기록은 아이들에게 나를 기억하는 이야기가 되어 오래 남을 것입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텐데 거창한 자서전이 아닌 나를 기억하는 이야기로 꺼내 글로 남겨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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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5
펠리치타 살라 지음, 김세실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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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아이가 종종 하는 말이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아이를 가만히 보면 정말 할 게 없어 심심한 건지 아니면 하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차마 말은 못 하고 "심심해"를 반복하는 건지 살펴보는데 보통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단계를 밞아가는 게임을 즐기는 아이는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무척 좋아합니다. 그럴때면 엄마에게 자랑하느라 바쁜 아이입니다.

친구들처럼 최신 휴대폰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휴대폰은 꽤 가까운 친구입니다. 잠깐의 쉬는 시간에도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몰입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루 1시간이라는 제한이 걸려 있지만 하교 후나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조금씩 하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갑니다. 아쉬운 마음이 남은 상태에서 숙제와 공부까지 마치고 나면 아이는 "심심해"라고 합니다.

휴대폰 게임의 자극은 아이들에게 정말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아이는 책 읽는 즐거움도 알고 있어 심심하다고 말할 때 『심심해』 속 리타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자신처럼 심심해를 반복하는 리타에게 공감 가는 듯했습니다. 리타는 심심함 속에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강한 자극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생각으로 이야기를 채워 가는 모습을 보며 심심한 시간도 아이에게는 필요한 시간임을 느끼게 됩니다. 책은 역시 아이의 상상력을 넓혀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심심한 시간은 필요합니다. 어른들 또한 휴대폰을 통해 느끼는 자극은 중독으로 이어지는데 한 번 잡으면 쉽게 놓기가 힘듭니다. 심심하게 뇌를 쉬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리타가 심심하다고 말하던 시간은 사실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멍하니 있는 듯해도 머릿속에는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그렇게 리타는 자라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다 보면 스스로 놀이를 찾고 생각하는 힘도 조금씩 자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타가 심심함을 얼마나 리얼하게 온몸으로 표정으로 표현하는지 읽다 보면 웃음 짓게 되는 『심심해』는 자극에 익숙해진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가끔은 심심한 시간이 삶에 꼭 필요한 부분임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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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늑대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웅진 세계그림책 281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원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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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신작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옛날옛날 늑대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의 표지에는 숲 속의 작은 집 한 채와 길을 걷고 있는 세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토마스, 핀, 잭 세 소년은 깊은 숲 속에 오두막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오두막 안을 들여다봅니다. 거기엔 할머니가 계셨고 아이들은 장난으로 문을 두드린 후 달아납니다. 다음날에도 아이들은 장난을 쳤고 그다음 날에도 오두막에 갑니다. 잭은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를 꺼내며 오두막의 할머니는 틀림없이 마녀고 아이들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결국 잭은 혼자 할머니 오두막을 찾아갑니다. 할머니가 정말 마녀인지 확인하고픈 잭의 호기심은 두려움보다 다 커졌고 이야기는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저 또한 그림의 분위기와 숲 속 오두막에 사는 할머니가 늑대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그 어느 곳에서도 할머니가 마녀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잭의 아빠는 할머니가 마녀이고 아이들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사실 할머니를 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숲 속에 늑대가 살고 있다는 게 더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두려운 존재는 할머니가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막연한 상상과 혹은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늑대이야기와 마녀 그리고 깊은 숲이라는 설정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옛날옛날'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빨간 망토 소녀와 늑대이야기》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옛 동화 속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마녀나 늑대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이 이야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해프닝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았습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쉽게 오해하고 편견으로 사람을 판단한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세 아이와 할머니 늑대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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