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박찬원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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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은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소설입니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나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라는 이름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폭풍의 언덕'이라는 제목을 떠올리면 광기 어린 집착을 지닌 히스클리프와 폭풍 속에 서있는 외딴집의 이미지가 함께 떠오르곤 합니다. 그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비슷한 꿈을 꾼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오래도록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게 된 폭풍의 언덕에서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맡은 역할과 각 인물의 선택, 그리고 서로 얽힌 관계가 만들어 내는 흐름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격렬한 사랑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다시 읽으며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이 어떻게 비극과 갈등을 만들어 가는지 이야기를 따라가며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저자 에밀리 브론테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다시 책을 읽으며 그녀의 작품과 활동이 궁금해졌습니다. 소설과는 다르게 그녀는 평생 조용한 삶을 살았고 가족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았고 장편 소설로는 폭풍의 언덕 한편 뿐인데 소설 속 이미지들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다시 한번 놀랍게 느껴집니다. 조용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이렇게나 거칠고 강렬한 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 그녀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소설 속 주인공인 캐서린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큰 고통이 곧 히스클리프의 고통이고 자신이 곧 히스클리프라고 말할 만큼 깊은 애정을 드러내지만 결국 애드거 린턴과 결혼을 합니다. 그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왜 다른 선택을 했을까 생각했는데 어쩌면 캐서린이 살아가던 시대의 사회적인 환경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히스클리프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미 남편이 있음에도 반가움을 숨기지 않는 캐서린의 모습을 보며 히스클리프 입장에서 그런 그녀의 모습이 또 다른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서로의 선택의 엇갈림이 비극으로 이어지게 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선택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읽은 폭풍의 언덕은 오래전에 읽었을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인물과 이야기를 바라보게 만듭니다. 『폭풍의 언덕』이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실을 들었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지며 두 인물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소설인 만큼 영화로 만나면 또 다른 느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 보면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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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죽음은 있는가 -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는 일주일 동안의 사색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소온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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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죽음이 있는가』를 처음 만났을 때는 식물 생태를 설명하는 교양 과학 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식물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메일로 간단한 질문을 보내는 학생과 그 질문에 답하는 교수의 이야기를 보니 익숙한 관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잎이 마르거나 꽃이 시들면 우리는 식물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건 인간의 기준에서 본 판단이라고 합니다.

식물의 특징을 기준으로 보면 식물은 한 개체가 여러 개체로 복제될 수 있고 나무의 몸 안에는 이미 죽은 세포들이 존재하며 또 한 부분이 죽어도 다른 부분은 계속 살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식물에게는 완전히 끝나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인간과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식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생명과 죽음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식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 다르게 하면 생명을 이해하는 시선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학생의 질문을 통해 생명을 생각하는 한 주를 보내며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일을 겪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생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일이다. 주어지는 목숨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살아남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 말하는 이 문장은 책이 전하려는 생각을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이란 거창한 의미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것이고 이어지는 과정이란 점에서 죽음에 대해서도 조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식물에 죽음이 있는가』를 통해 식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생명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질문과 답으로 생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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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5학년 도둑 시리즈
김연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지구별아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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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을 읽으니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한 아이를 데리러 하교 시간에 맞춰가면 아이는 학교 앞 맞은편에 있는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공원에서 뛰어놀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들려오는 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듣기에도 민망할 만큼 적나라한 욕설을 하는 아이들이 어른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끝마다 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를 공원에서 놀지 못하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아이가 욕설을 따라 하지는 않았지만 내 아이가 아니라도 험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이들이 걱정되었습니다.

책에는 열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소개됩니다. 응원하는 팀이 져서 화풀이 말을 하는 상황, 외국인에게 차별적인 말을 하는 상황, 온라인 댓글에서 공격적인 말을 쓰는 상황 등은 실제로 겪을 법한 문제라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뿐 아니라 은어나 줄임말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쓰다 보면 어느새 말이 습관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점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NPC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 나오는데 저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습니다. 살펴보니 불쾌함이나 짜증을 입 밖으로 내뱉지만 상대에게 직접 시비를 걸기 위한 말은 아니라고 하며 누군가 그 말에 대해 따지면 혼잣말이었다고 말하는 행동을 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미 기분이 상한 상태가 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혼잣말이 자칫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말이란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도 자신의 말습관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지 않은 언어습관을 보일 때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 왜 그런 말을 사용하는지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이해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함께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갑니다.

『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은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던 좋지 않은 언어 습관을 돌아보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와 아이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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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에게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13
산드라 르구엔 지음, 세실 그림, 박재연 옮김 / 북극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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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에게』는 한 생명이 태어나 가족을 이루어 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저는 이 책의 표지를 보며 우리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를 키우며 힘든 날도 있었지만 아빠와 엄마를 웃음 짓게 만드는 아이 덕분에 행복했던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큰아이를 낳고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하지 못했던 둘째를 맞이하며 터울이 있는 남매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두 아이는 성향도 비슷하고 나이 차이가 있어 다툴 일도 없이 잘 지냅니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 겪었던 힘든 기억은 어느새 잊혔고 조그맣던 손가락과 발가락은 훌쩍 자라 이제는 엄마를 돕는 손과 발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이 함께 보낸 시간도 조금씩 쌓여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으며 그 시간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됩니다.

제가 먼저 이 그림책을 읽고 아이에게 건네며 여기에 있는 이야기는 아빠와 엄마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안아 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그 말이 입안에서 맴돌기만 할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도 조금은 어색해하는 것 같아 마음껏 표현하기보다 아이의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건네는 일이 아빠와 엄마의 진심 어린 사랑을 전하는 방법으로 느껴졌습니다. 아이는 덤덤하게 책을 읽었지만 분명 마음은 전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에게는 사랑 속에서 태어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주며 어른에게는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것인지 그 경험을 이야기해 주어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의 이야기뿐 아니라 큰 판형에 담긴 고릴라 가족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며 숲 속의 장면들도 감각적인 그림으로 표현되어 소장가치가 충분한 그림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에게』를 통해 아이가 태어나 우리 가족의 시간이 어떻게 채워져 왔는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그 시간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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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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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대표작이 아니라 화가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뭉크의 삶과 작품을 다룬 책을 읽으며 그의 우울한 생애와 <절규>를 함께 떠올렸습니다. 그때 가졌던 인상은 <태양>을 보고 나서 조금 달라졌습니다. 한 작품이 작가를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뭉크뿐 아니라 우리가 사랑해 온 화가들의 낯선 그림들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이 스며 있는 또 다른 작품들을 보며 한 예술가를 대표작으로만 기억해 왔던 나의 시선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목차를 넘기다 보니 작가의 프롤로그가 따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각 장에서 만나는 화가와 작품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총 18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작품 자체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화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삶의 여러 모습들을 작품과 함께 이야기 하고 있고 하나의 그림을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화가와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의 작품들은 윌리엄 터너의 익히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이 아닌 터너가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린 풍경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71점의 판화 연작이었습니다. 이렇게 71점의 판화 연작 작품 전체를 공개한 건 100년만의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미술관에는 그의 판화 작품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도록 돋보기도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판화 작품임에도 세심한 빛 표현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익히 알고 있었던 작품이 아닌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마주하니 한 화가를 대표작 몇 점으로만 기억해 왔던 나의 시선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다른 작업들을 통해 예술가의 시간과 고민을 이해하게 되었고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화가들을 다른 작품을 통해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라고 느낍니다.

49세 무렵에 세관원이었던 앙리루소는 전업 화가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작업을 이어간 그의 작품들은 그 시대에서 뿐 아니라 지금 보아도 여전히 독창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언젠가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나에게 앙리 루소는 늦은 시작도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보여 주며 작은 용기를 줍니다.

앙리 루소 뿐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화가들을 대표작으로 기억하지 않도록 해주는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을 통해 그들의 삶의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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