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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평점 :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대표작이 아니라 화가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뭉크의 삶과 작품을 다룬 책을 읽으며 그의 우울한 생애와 <절규>를 함께 떠올렸습니다. 그때 가졌던 인상은 <태양>을 보고 나서 조금 달라졌습니다. 한 작품이 작가를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뭉크뿐 아니라 우리가 사랑해 온 화가들의 낯선 그림들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이 스며 있는 또 다른 작품들을 보며 한 예술가를 대표작으로만 기억해 왔던 나의 시선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목차를 넘기다 보니 작가의 프롤로그가 따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각 장에서 만나는 화가와 작품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총 18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작품 자체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화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삶의 여러 모습들을 작품과 함께 이야기 하고 있고 하나의 그림을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화가와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의 작품들은 윌리엄 터너의 익히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이 아닌 터너가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린 풍경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71점의 판화 연작이었습니다. 이렇게 71점의 판화 연작 작품 전체를 공개한 건 100년만의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미술관에는 그의 판화 작품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도록 돋보기도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판화 작품임에도 세심한 빛 표현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익히 알고 있었던 작품이 아닌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마주하니 한 화가를 대표작 몇 점으로만 기억해 왔던 나의 시선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다른 작업들을 통해 예술가의 시간과 고민을 이해하게 되었고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화가들을 다른 작품을 통해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라고 느낍니다.
49세 무렵에 세관원이었던 앙리루소는 전업 화가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작업을 이어간 그의 작품들은 그 시대에서 뿐 아니라 지금 보아도 여전히 독창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언젠가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나에게 앙리 루소는 늦은 시작도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보여 주며 작은 용기를 줍니다.
앙리 루소 뿐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화가들을 대표작으로 기억하지 않도록 해주는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을 통해 그들의 삶의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