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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평점 :





『나만 아는 단어』는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의 내밀한 단어집'이라는 소개 덕분에 궁금해졌습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유해 온 이들이 어떤 단어를 품고 살아왔는지 알고 싶었고 동시에 나 역시 어떤 단어들을 마음에 담아왔는지 돌아보게 될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단어라도 각자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생겼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공감하는 단어들이 꽤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정확히는 단어 자체보다 그 단어에 담긴 의미에 공감했는데 그중 몇 개의 단어를 소개해 봅니다.
먼저 '변심'이라는 단어 앞에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변심은 보통 변한 마음이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먼저 떠오르는데 작가는 마음을 바꾸는 일만큼 놀라운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복수한 마음을 내려놓고 미워하는 마음을 그만두는 순간에 깊이 공감한다고 한 대목에서 오랫동안 화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을 내려놓았던 제 삶의 한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겨울'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는 12월에서 2월까지 입동부터 입춘 전까지의 계절을 뜻하지만 몇 년 전부터 저에게 겨울은 시련의 계절이었고 몸살이나 독감으로 집에만 머물며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을 주는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2026년의 겨울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웅크렸던 몸을 펴기 위해 준비하는 계절이자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앞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형용사인 '눈부시다'라는 말처럼 올해의 겨울은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끝까지 뜨겁고 부드럽게 살아남아 겨울을 묘사하려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열기와 열심, 겨울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 (p.77)
작가가 말한 겨울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가름끈'처럼 책의 물성과 관련된 단어를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께감이 있는 책에 달린 가름끈은 반가운 존재입니다. 서랍 속에 책갈피는 많지만 막상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는데 특히 이동 중에 책을 읽을 때 책갈피가 없으면 난감합니다. 그럴 때 가름끈이 있으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어느 그림책에서는 가름끈이 이야기의 일부로 나와 책의 물성을 잘 살린 표현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 담긴 50개의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각자의 시선과 이야기로 다시 쓰입니다. 작가들의 내밀한 단어들을 알게 되니 나의 단어들도 모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렇게 모은 단어들이 문장이 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