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 - 반지하 원룸부터 신도시 아파트까지
이규빈 지음 / 새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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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십여 분만 걸어 나가면 멀지 않은 곳에 경복궁이 보이던 곳에 살았습니다.

지붕에는 기와가 있었지만 집은 단독주택이었고 지금 돌아보면 한옥의 흔적이 남은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살던 동네에는 그런 집들이 대다수였지만 그중엔 이층으로 된 큰 대문과 정원이 있는 집들이 있었고 그중에 한 집이 친구의 집이라 방문했을 때 보았던 넓은 정원과 멋진 인테리어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은 그렇게 내 기억 속의 첫 집과 잊히지 않는 집에 대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 책입니다.

저자는 아홉 번의 거주 경험을 돌아보며 집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공간에서 만들어진 시간과 장면들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집이 단순히 배경을 넘어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제가 살던 집에도 마당이 있었고 그곳에서 강아지를 키웠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마당에 서서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던 장면도 생생합니다. 대문을 나서면 골목 사이로 비슷한 집들이 이어졌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 시절에는 대문을 잠그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고 이웃과의 관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집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집은 다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아홉 개의 집을 지나온 것처럼 저 역시 여러 집을 경험했지만 가장 많은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은 어린 시절 살던 집입니다. 이웃과 친구들에 대한 애틋한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마음에 남아 있는 이웃 어른이 한 분 계신데 지금도 그분의 삶의 태도를 떠올리며 살고 있고 아이들에게도 종종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래서 제게 집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편리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같은 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실이 당연한 듯 느껴집니다. 아이가 늦게 집을 나섰을 때 이웃이 학교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마운 마음과 함께 걱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관계의 풍경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떠나게 되거나 그보다 먼저 다른 집으로 옮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집의 모습이 바뀌더라도 이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아이들 마음속에 각자의 방식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을 읽고 집이란 머문 장소가 아니라 기억과 관계로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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