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아침
한희수 지음 / 은(도서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마지막 장까지 힘겹게 읽고 덮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길고 긴, 힘든 싸움을 옆에서 지켜본 기분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한 열 편쯤 몰아서 본 것 같았고,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유월의 아침>은 작가 한희수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했다. 그리고 책은 ‘믿음, 소망, 사랑’으로 각 장이 나누어져 전개된다. 이야기는 한 신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학생과 교수들, 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처음 이름에 익숙해지기 위해 여러 번 눈에 익혀야 했다. 신학교에 투서가 날아들었다. 학생 중 한 명이 남자 학우와 대가성 성관계를 가졌고, 교수들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투서 내용의 사실 확인을 하고 학생들과 교수들의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이 이 책의 주된 줄거리였다.

 

 

이 책을 읽기 전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다. 그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믿음’이 가장 기본이고 우선시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믿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왔다. 일단 믿음이 전제되어야 소망도 사랑도 가능하다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생각에 의문을 품고 물음표를 던진다. ‘믿음’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증명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결국 우리는 ‘사랑’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투서가 향하고 있는 여학생은 투서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투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증거도,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그 상황에서 여학생 지영과 신학교를 둘러싼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각으로 현실과 마주했다. 자신의 이익이나 학교의 이익을 먼저 재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저 반감을 갖고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으며, 온갖 억지와 추측이 난무했다.

 

 

답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의 결과를 살아간다고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길을 걷게도 되며 물살에 휩쓸리듯 흘러가게 되기도 한다. 그것을 오직 그 사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라고 나는 물음을 받았을 때도 생각했고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으며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갈기갈기 찢기는 지영의 삶을 지켜보면서 한 사람의 삶을 저리도 나락으로 떨어뜨릴 권한이 과연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은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도 자신에게는 관대한, 그런 성향이 저마다 조금씩은 있다. 좀 더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람을 믿으며 사랑을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가 신학교에 보낸 내용증명에 과연 어떤 것이 담겨있었는지 궁금한 마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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