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여인 어을우동
김경민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 그녀는 그저 요부였다고만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이 울기도 했고, 그녀와 함께 가슴아파했다.

 

사대부 박윤창의 여식으로 태어나 정4품 혜인의 작위까지 받았던 왕실의 여자,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고자 했던 그 여인이 어쩌다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璿源錄)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일까. 기록에 의하면 그녀는 기생 연경비를 사랑했던 남편 태강수(泰江守) 이동(李仝)에 의해 쫓겨났다. 내쫓긴 그녀는 5년 뒤 풍기문란을 이유로 의금부에 갇혔다 5개월 후 참형에 처해졌다. 그녀와 간통한 자들은 국문도 없이 쉽게 풀려났는데도 말이다. 법 밖의 법으로 어우동을 참형에 처한 성종은 어떤 마음을 먹고 있었을까.

 

어우동과 왕 성종, 끝까지 거절당하면서도 일편단심으로 어우동을 사모하는 갑상, 어우동의 의리 있는 계집종이자 갑상을 흠모하는 연이, 질투에 눈이 멀어 결국 어우동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폐비 윤씨, 왕실 종친으로 어우동의 벗이었던 방산수 이난 등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우동과 성종은 찰나의 순간 마주친 인연으로 벗이 되고, 작수성례를 치르고 합방까지 하게 된다. 드디어 어우동에게도 달콤한 행복이 찾아들었나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우동 앞에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주는 것뿐이었다. 올가미가 채워진 어우동의 목이 하늘로 치솟는 순간 성종 앞에 떨어진 대삼작노리개를 보면서는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억울하게 지아비로부터 버림을 받았는데도 죄인처럼 살아야하는 그 시대 여인들의 한 서린 삶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칠거지악이라니. 여인들을 옭아매던 악습에 몸서리쳐졌고 무서웠다.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간 왕의 여인 어을우동과 성종, 참으로 슬픈 이야기였다.

 

 

 

 

‘괜찮사옵니다. 괜찮사옵니다. 눈물을 흘리지 마옵소서. 어찌하여 소첩 가는 길에 눈물을 보이시나이까. 그러지 마셔요. 그러지 마시어요. 서방님의 말씀대로 비익조가 되어 날 것이며 연리지가 되어 뿌리박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소첩 마지막 가는 걸음에 그 귀한 눈물 아껴 두어, 후에, 후생에 다시 만나 환희의 눈물로 뿌려 주시옵소서. 그리하시면 되옵니다. 원망치 않을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걱정 마시어요. 원망으로, 한으로도 남기지 않을 것이옵니다. 어찌 서방님을 마중 나가는 길목에, 그 마음에, 원망과 한을 뿌려 놓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그때는 더없이 사모하는 마음만을 내려놓을 것이옵니다. 우둔하였고, 속 좁은 아녀자의 것이 아닌, 한없이 지혜로운 것만 내려놓을 것이옵니다. 그리 소첩 먼저 가옵니다. 그리고, 그리고 다시는 이별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방님의 발목을 붙잡고, 손목을 붙잡고, 그리 놓지 않을 것이옵니다. 은애하였습니다. 은애하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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