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류명찬 글, 임인스 원작 / 보리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가 멀다 하고 성폭력 사건이 뉴스에 나온다. 이제는 뭐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범죄가 다 일어나면 안 되는 것들이지만 특히 성폭행 범죄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살인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성폭행은 피해자의 마음을 죽이는 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행 범죄자들의 처벌은 경미한 편이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성폭행 피해자들은 범죄의 공개와 더불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2차적으로 피해를 입으니 참 희한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걸레의 사전적 정의는 ‘더러운 곳을 닦거나 훔쳐 내는 데 쓰는 헝겊’이다. 그리고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를 두고도 우리는 보통 ‘걸레’라는 표현을 쓴다. 인터넷에 검색창에 ‘걸레’를 입력해보면 사전적 정의의 걸레보다는 후자의 걸레가 더 많이 검색이 된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리고 지금도, 뒤에서 ‘걸레’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몸을 함부로 굴린다는 소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소문은 진짜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데 한번 ‘걸레’로 인식된 이들 중에서 그 인식이 뒤집히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 책 <걸레>는 성폭행의 잔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의 피폐해진 삶이 그려져 있고, 그와는 반대로 성폭행 가해자가 양심의 가책 없이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성폭행 사건의 방관자들이 있다.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없다고 해도 성폭행을 묵인했고 또 손가락질 등으로 피해자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다. 우리사회는 성폭행 피해자를 잘 안아주고 보듬어주지 않는다. 가족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하고 연인이나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들은 점점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고 또 애초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고도 한다. 이 책 속의 소녀 역시 성폭행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소녀를 사랑했던 소년, 신천명은 소녀를 구하려다 학교 옥상에서 추락해 십 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야 했다. 그리고 그가 깨어났을 때 이미 소녀의 삶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소년은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 것까지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가해자를 하나씩 찾아 나선다. 너무나 담담하고 태연하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신천명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정말 상처받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증오가 절정을 이루면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성폭행, 그 고통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너무너무 힘들 거라고만,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아플 거라고만 짐작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성폭행 피해자들이 손가락질 받지 않기를, 성폭행 피해자가 더 이상은 생기지 않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