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2
데이비드 덴비 지음, 김번.문병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이런 종류의 책을 읽기 전이면 왜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뭔가 가슴 벅찬 배움을 얻을 것만 같고, 책 속의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어려움에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임을, 또 한 번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 책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의 저자인 데이비드 덴비는 미국의 영화 평론가이다. 저자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양필수 과목을 1년 동안 청강한다. 고전작품들을 읽고 풀어보는 수업인 이 교양 강좌는 한 학기에 소화하기에는 다소 벅찰 듯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저자는 컬럼비아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토론을 하면서 그가 느낀 것들, 그리고 깨달은 것들을 종합하여 이 책 속에 풀어놓고 있었다. 데이비드 덴비는 올바른 책을 읽음으로써 눈이 머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또 고전작품이 판단이 흐려진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건강한 대응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그의 의도를 들여다보면서, 정말로 고전을 통해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앞으로를 내다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의 위대한 글들, 책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1학기인 1권에는 호메로스, 사포, 플라톤, 소포클레스, 아리스토텔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베르길리우스, 구약성서, 신약성서, 성 아우구스티누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2학기인 2권에는 단테, 보카치오, 흄, 칸트, 몽테뉴, 루소, 셰익스피어, 헤겔, 오스틴, 마르크스, 밀, 니체, 보봐르, 콘래드, 울프가 실려 있었다. 이렇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목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그들 각각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학생들과 토론했던 이야기들을 싣기도 했고, 이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목차를 위에서부터 훑어 내려가면서 낯익은 이름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 생소한 이름을 보았을 때는 궁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고전이라는 학문은 정말 어떤 식으로든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우리가 고전작품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고전작품을 들여다보고 배워야만 하는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열린 독자는 일종의 메저키스트처럼 텍스트에 의해 마구 휘둘리며 상처입고 충격 받는 것을 즐거이 받아들인다고. 따라서 고전 읽기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고 위대한 존재들과의 가슴 두근거리는 만남이라고 말이다.




  사실 위대한 고전작품들을 다룬 것도 대단하다고 여겨지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토론과정을 엿보면서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생인 그들은 아주 자유롭게 그들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았고 또 깊고 놀라운, 그러면서도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이는 교수법의 영향도 컸으리라고 본다. 일 년 동안 다루어야 할 고전 작품들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는 서두르지 않는다. 지식을 전달하려고만 하는 데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보자는 의도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게 관심을 유도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끌어낸다. 이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작품에 대한 의미뿐만 아니라, 학습 태도나 방향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 유익했다.




  다만, 이 책을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위대한’ 그들의 글을 학습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그러나 고전작품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그 대상이 어느 한 작품이더라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수많은 목록들 중에서 겨우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오스틴’이었으니, 솔직히 이렇게 말하는 것도 그저 오스틴의 책을 많이 읽은 것뿐이라 부끄럽다. 적어도 내게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웠지만, 이 책을 한 번 읽고 오롯이 배움을 전달받는다는 것은 욕심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의의는 읽는 사람이 고전작품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고전작품에 대한 지식을 쌓은 후에 이 책을 읽게 되면 느껴지는 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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