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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 고수 Grand Master ㅣ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81
이외수 지음, 손석주 옮김, 전승희 외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11월
평점 :
중학생 시절 우연한 기회에 누나가 사다놓은 이외수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었었다. 사실 중학생이 읽을만한 내용은 아니었었는데 아무래도
그때부터 필자가 조금 까져있었나보다. 그 책의 제목이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단 몇줄만이 오랜 세월이지난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선정적인 묘사도 아니었는데 어덯게 그 부분만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느 맛있기로 소문난 시골의 중국집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줄지어 서있다 행렬중 어떤 남자가 앞에 여자에게 묻는다.."혹시 바퀴벌레를
드셔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앞의 아가씨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 얼마전쯤이었을거에요. 짜장면을 먹다가 평소에 먹던것들과 조금 다른 맛을 가진 것이
씹혔는데 그게 바퀴벌레였을수도 있겠네요" 하고...도대체 이게 뭐라고 기억속에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그 구절때문에 이외수님의 열혈팬이
되어버린것같다. 지금까지 그의 책을 읽는다고 많이 읽었는데도 아직도 그동안 집필하신 작품의 반도 채 읽지못한것 같다. 이외수님의 문체나 상상력이
너무나도 좋다..이외수님의 [고수]...상당히 짧은 단편소설이다. 어쩌면 이 서평의 내용이 더 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농담이고..
이번에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대표소설 세트'라고 한국의 우수한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하여 세계에 우리문학작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제작되어지는 세트물인데 그안에 이 작품도 포함되었다. 벌써 6번째 세트라는데 함께 출판된 분들의 소설들도 쟁쟁한 작품들이 많다. 다 소장할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그러면 하루한권씩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볼기도 쉬울것 같은데...
분량은 약 90페이지정도인데 한쪽은 우리말, 한쪽면은 영어로 되어있다. 게다가 원소설은 60페이지정도까지이고 그 이후부터는
해설이다.
솔직히 말해서 책 한권을 읽는데 정확이 20분 걸렸다. 내용은 화투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해안가마을 당구장에 모여 돈을 걸고 화투를
하는 이야기인데 재미있는점은 화자의 표현을 빌리려서 이야기해보자면 초등학교 4학년정도의 수세미같이 생긴 여자아이가 이야기의 화두로
등장한다는것이다. 기가막힌 화투실력을 가지고 있고 속임수도 없다. 돈을 따는걸 즐기기보다는 돈을 잃고난 어른들의 궁상을 즐긴다.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피도 눈물도 없다는 20대 청년인 삼촌과 함께 다닌다. 그 삼촌은 당구실력도 예술이다. 영화 타짜에서 나올법한 단역 아줌마들도
둘이 등장한다.
상당히 오래된 작품같은데 거부감은 없다. 워낙에 짧은 시간동안의 이야기와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만 가지고 이야기가 펼쳐졌으니
이렇다할만한 새로운 내용들은 없다. 그저 소설에서 이야기하려는 주된 골자가 무엇인지만 파악한다면 훌륭한 문학작품 한편을 감상할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