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공병각 글.그림 / 북스(VOOXS)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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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 아이와 헤어지고 나서, 3일 밤을 울어댔다.

소개팅에 나가있는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어, 친구는 헐레벌떡 뛰어와서 밤새 나를 위로해줘야 했고,

수업이 있어 학교에 가는 길에 만난 친구들은 눈이 퉁퉁 부었다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게 일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다른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어서 나갔더니, 얼굴살이 빠졌다며 힘드냐고 물었다.

 

노래를 들으면 나오는 노래들은 하나같이 다 내 얘기같은 가사였다.

그즈음 많이 들었던 노래는 린의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였다.

목소리도 애절하거니와, 가사가 너무나 와닿아서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마다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절로 고개를 끄떡이게 되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바로 위의 글이 그랬다.

내 사랑이 가장 특별했다고 생각했지만, 노래 가사에 공감해서 "이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는건 결국, 나도 남들과 비슷하게 사랑하고 이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맞는 말만 쓰여있어서 "맞아, 맞아" 속으로 박수를 치면서 봤다.

 

누구나 적어도 한번은 사랑한 경험이 있고,

백만번쯤 이별한 경험도 있다. 이별하면 세상 모든 아픔이 다 나에게 오는 것 같은지..

저자의 글을 보면 그도 다른 사람도 다를것이 없다.

매일 술로 속을 달래며,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웃으면서 본 이야기가 또 하나 있는데, 이렇게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배는 고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밑에 조그맣게 쓰여있는 이야기가, "밥이 넘어가냐?"

이 말이었는데, 나도 한참 그런 생각을 했었다. 눈물이 나고, 힘이 들어도 밥은 먹어야겠다는거.

 

 



요즘처럼 기술이 발달해서 사진을 남발하는 경우도 없다.

필름으로 찍을때는 필름도 아깝고, 정말 써야할곳이 아니면 찍지 않았는데.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나서는 무조건 셔터를 눌러대고, 아니면 지우지 이런 생각이니 말이다.

일회용이라는 말이 딱 맞는것 같다. 이 말이 적용되지 않는것이 없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대학시절에 찍은 사진이 나왔다.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꺼내보지 않아서, 어떤 사진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보면서 내가 이런적이 있었던가.. 이러고 있었다.

사진이라는거, 추억으로 남을때도 있지만 가끔 잔인하기도 하다.

잊고싶은 기억을 떠올려야 하니 말이다. 잊은 연인의 싸이에 찾아가는 것 또한 똑같은 이치가 아닐까. 



헤어지고 나서 한번은 마주쳤었는데, 그 마주침이 무서워서 내가 먼저 피해버렸다.

술 먹고 저녁에 전화를 했더랬다. 물론 내가 아니라, 그애가..

아는 목소리였는데, 짐짓 모른척 잠이 덜깬 목소리로 "누구세요" 그랬다.

새벽에 나가야 해서 계속 잠을 이뤘어야 했는데, 그 뒤로 잠이 오질않았다.

그날은 하루종일 심란함에 일도 제대로 못했다.

나랑 헤어지고 너 "울었니?"

니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겠지만..

곧바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내 나쁜 예감은 잘도 맞아서 다음에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도 금방 알았다.

차라리 몰랐어야했는데..

 

책을 펼치면, 바로 그 애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튀어나오고

혼자 마음 아파서 울어야만 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나만 그랬던것도 아닌데 그때 그 마음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계속 함께하고 싶었던 너. 정말로 좋아했었던 너.

지금도 생각나는 너...

 

계속 주문을 외웠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내 행복은 언제쯤 오려는지 아직도 기약이 없다. 

안에 들어있던 스티커.

편지 쓸때 이용해야겠다.

 

좋았던 기억, 슬펐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책.

저자가 직접 썼다는데, 보면 정말 색연필로 쓴것, 연필로 쓴것.. 이런것들이 다 보인다.

이 마음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얼마나 많은 아픔을 생각해야 했을지..

이제 당신도 행복해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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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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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를 항상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가 최근에 읽는 책들은 여행서적이 많았다.

딱히 여행서적이라고 분류하기보다는, 책 안에 여행을 떠난다는 얘기가 많았던 것이다.

전에 읽었던 '무지개'는 타히티의 열정과 낭만을 보여주더니, '네번째 빙하기'에서는 시릴만큼의 새하얀 설원을 보여줬다. 이번에 읽은 '크로아티아 블루'는 어딜가도 넘실대는 푸른색을 보여주는 그런 책이었다.

표지도 예뻤지만, 책 안에 있는 사진들은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엄마한테 "여기 예쁘지, 사진 진짜 잘 나온다~" 이렇게 말했더니, "그런곳은 어딜 찍어도 다 사진같이 나와." 이렇게 말했다. 틀린말은 아니다. 솔직히 우리 동네만 벗어나면 다른곳이야 어딜가든 사진처럼 보이질 않던가.. ㅎㅎ

 

난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말겠다고 다짐한 '그리스'가 생각난다.

중학교 세계사 시간에 한번 배웠을뿐인데, 거기서 본 신전이라던가, 석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덕에 '그리스로마신화'도 읽어보긴 했지만 말이다. 언제 한번 가보려나하고 있는데.. 크로아티아를 만났다.

사진에는 온통 푸른색이 가득했다. 바다의 푸른빛. 호수의 초록색. 어딜가도 파랑, 파랑, 파랑이다.

이와함께 기억에 남는건, 돌로 만들어진 담들. 그 사이에 난 골목길. 그리고 빨간색 지붕.

 

이별한후에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떠났다는 이곳이지만, 여기서 그녀와의 추억을 훨씬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같이 여행한 곳, 같이 바라본 곳, 같은 꿈을 꾸고 있던 곳이기에 특히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여행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떠난다고 하지만, 다시 한번 그 행복을 맛보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닐까. 놓을 수 없는 달콤함이기에. 마음속에 새겨놓고 싶은건 아닌지..

 

- 그녀를 잃어버린 이후로 나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털어내려 애쓰거나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버둥거렸지만, 나는 늘 엷은 기억을 끌어안은 채 바둥거리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기억을 안고 살아갈 내일이지만, 여행을 통해 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반드시 과거의 기억을 모두 몰아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믿음이 생겼다.

 

약간 아쉬웠던 것은 사진이 많아서 좋기도 했지만, 설명에 풀어놓은 그곳의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옆 페이지로 눈을 돌리면 바로 광경을 떠올릴 수 있는 사진이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상상만으로 끝난다는 게 좀 아쉬웠다. 정보도 많았고, 크로아티아로 여행갈때는 이책을 참고해야겠다.

 

-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는 일은 늘 있게 마련이고, 또 그런 일이 뜻밖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일도 종종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행자들이 길을 잃는 수고로움을 만들어서라도 하는 게 아닐까.

진짜 여행은 길을 잃어버리는 순간 시작되는 걸 알고 있으니까.

 

- 누구에게나 그런 곳이 있겠지요. 어떤 곳에 소중한 기억을 두고 왔거나, 그곳에 내가 간절히 바라는 무엇이 있거나, 떨치기 힘든 기억이 묻어 있어, 가고 싶어도 쉬이 가지 못하고 생각만으로 빙빙 돌게 되는 그런 곳 말입니다.

 

일상에 지쳤을때, 다른곳으로 눈을 돌리고만 싶어진다. 그래서 떠나는것 또한 여행. 거창하게 여행이 아니고 작은 산책이어도 좋겠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홍보가 많이됐거나, 사람들의 입소문을 탄 곳은 북적여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수도 없고, 여유롭게 둘러볼수도 없어서 마음만 더 조급해진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더 추워져서 나무의 색깔이 사라지기 전에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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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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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을 바라보며 서있는 소년의 표지가 매력적이었다.

성장소설을 별로 접해본 적이 없다는것도 한몫했다.

게다가 전작은 미스터리지만, 이번은 성장소설이다. 이 작가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것 같아서  더 기대가 컸다. 추리소설이었다가 성장소설이라니.. 대부분의 작가들은 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나에게는 놀라운 것이었다.

 

특별한 소년이 온다.

외모도 마음도 생각도 남들과 다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와타루, 그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을에서는 이방인이었고, 엄마와 단둘이 살았기 때문에 남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도시같지 않고 작은 곳일수록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눈초리가 매서운 법이다. 거기다 여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다니..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별로 없었던 일이 아닌가.

그리고 그 아이는 동네 꼬마들과는 다르게 생겼다. 머리카락 색도, 눈동자 색도. 아버지에 대해 항상 물어보고 싶었던 와타루지만, 어쩐 일인지 엄마가 꺼려하는 것 같아서 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소년은 진실을 알아버리고 만다. 엄마가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이것밖에 없다.

바로 이 내가 "크로마뇽인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와타루는 자신은 빙하기에 살고 있으며, 자신은 크로마뇽인의 후예라는 것을 잊지않기 위해 그들의 생활방식을 따라간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의 앞에 태연하게 나타난 소녀 사치. 항상 자신에게 뭔가 한가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와타루는,그 한 조각을 사치에게서 찾아낸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던 무렵.. 이번에는 어머니가 와타루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나는 누구일까? 뭘하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다. 마냥 좋아서 지내던 어린시절을 뒤로 하고, 현실과 마주칠때마다 묻게 되는 물음이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찾지 못해서 평생을 헤매는 사람도 있다. 책 안에는 와타루가 헤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걸 찾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리고 느꼈던건.. 아이들은 착실하게 어른을 보고있다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마주친 엄마들은 아이들이 옆에 있건말건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듯하지만, 나중에 그들끼리 모였을때 반드시 엄마들이 한 얘기가 흘러나오게 된다. 이래서 아이들 앞에서는 말도 함부로 못하는 것인가보다. 어른들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요즘의 어른들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매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나조차도 말이다.

 

- 다른 사람이 보는것과 내가 보는 것이 똑같은지, 불안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같은 것을 보고 듣는 데도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과 내가 느끼는 것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그것은 애당초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사춘기가 너무나도 고독했던 와타루지만, 그에게도 믿고 의지할 친구가 생겼으며, 자신의 뿌리를 마침내는 찾게 된다.  한시라도 자신을 찾고자 했던 끈을 놓지 않은 와타루에게 그런 보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매서움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을 인식시켜 온 와타루. 힘든 날도 많았고, 그만큼 사람들과도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안경이 하나씩 끼워져 있고, 안경앞에서는 어떻게 해도 이겨낼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자신의 곁에는 항상 믿어주고 다독여주는 어머니가 계셨고, 빠져있던 한 조각인 사치도 있었다. 와타루에게는 존재 자체로 힘을 주는 사람들이다.

 

남들에게 보이진 않아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 주눅들 필요없이 자신이 원하는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도 가능하다. 자신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다른 무엇도 아닌 믿음과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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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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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나나씨의 책을 만났다.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씨를 그냥 바나나씨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과일이라서 더 그렇고.. 왠지 이렇게 부르면 더 정감가는듯해서.

 

처음에 만난 책은 '티티새'였다.

얇고 작은 책이라서 손에 들기에 딱이었다. 친구가 읽어보라고 권해줬던 그 책을 도서관에서 만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때.. 뭐라고 표현을 해야 좋을까 싶었다.

그리고 두번째 이책 역시.. 마찬가지다. 한껏 눌러놓은 내 마음을 뒤흔들고 곳곳에 숨어있는 감정들을 건드려서 일깨워 놓았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일상에 지쳤을때 만나면 참 좋을 책들이다.

 

-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행복이란 형태가 좀처럼 없다고 생각해 왔다. 어릴 때부터 손님을 대하는 장사를 하면서 많은 살마들의 눈물을 보고 배운 것이다. 삶에는 엇갈림과 슬픔과 고요한 행복만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거푸 나타날 뿐이다.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서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살아온 그녀. 유일한 버팀목이던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언제나 즐겁던 가게일은 그전만큼 집중할 수 없었고, 순간순간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 점장이 오너와 상의를 했다며, 당분간은 다른곳에서 일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에이코는 자신은 정말 지금하고 있는 일이 좋다고 거절을 하고.. 그러자 그럼 옮기는 것 대신에 오너 집의 가정부로 일하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온다. 단순한 일이고, 딱히 손이 가지 않는 일이기에 쉬이 수락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은 그곳에서 그녀는 두마리의 동물들과 곳곳에 놓여있는 식물들을 돌보며 안정을 느끼고.. 집안의 소소한 것들에 신경을 쓰는 오너에게 자꾸만 따스한 감정을 느낀다. 자신의 그런 감정들을 깨달으면서 사모님에 대한 실망감은 더해만 가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타히티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것들을 느꼈을까..

 

읽는 내내,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뜻한 차 한잔과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읽었으면 하고..

타히티의 맑은 하늘과 푸른색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도 문득 지금 이 생활을 던져버리고 싶어졌다. 딱히 계기가 있어야만 여행을 가는건 아니지만.. 한번쯤은 그런 계기가 찾아와도 좋은게 아닐까 하면서..

그리고 또 생각난것은..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이라고 하는 사람을 한번에 찾아낼수는 없는 것일까하는 거였다. 그런 사람은 왜 돌고 돌아서 힘겹게만 찾아야 하는것일까... 그럼에도 만날수만 있다면 하는 희망이 있기에 순간을 견디는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특별한것없이 담담하게 쓰는것 같은데도, 읽고있는 순간마다 잊고 있었던 것들을 알려준다.

 

- 많지는 않아도 진짜 친구가 몇명 있었다. 내 고집과 어눌한 감정 표현까지 모두 헤어리고 갖가지 친절한 말을 해 주는 친구들이.

하지만 결국 친구로는 부족하다. 친구들은 말과 행동과 자세로 위로해 주지만, 그런 때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로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족이 있어야 한다. 서로의 몸 냄새와 일상의 리듬을 알고 있고, 피부로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무심한...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몸을 담고 싶었다.

 

연애이야기 같지만 단순하게 그것만 표현하고 있는것이 아닌 이야기들.

바나나씨의 이야기에는 항상 일상들이 녹아있는 것 같다. 책을 보다가 눈을 들어 잠시 바깥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그런것도 있었지..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들. 특별하지 않기에 더 가슴에 담아둘 수 있는 그런 바나나씨의 이야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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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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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기준은 누가 정한것일까.

사람을 보면서 예쁘다, 안 예쁘다, 잘 생겼다, 못 생겼다를 말하게 하는 기준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시대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다고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이 말하는 미의 기준이란 예쁘다, 안 예쁘다를 떠나서 얼마나 살이 쪘느냐, 안 쪘느냐가 관건인것 같다.

 

실제로 살이 쪘던 사람이 살이 빠지면서 몸의 윤곽을 드러내게 되면, 누구든지 예쁘다고 말하지 않은가.

이혜영이 얼마전에 낸 책에서도, "살을 빼라, 무엇을 입든지 잘 어울리고, 예뻐 보일것이다."라고 했었다.

직접 읽은건 아니지만, 그 책에 있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말을 될거라고 읽은 사람이 얘기해줬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특히 여성들을 판단하는 기준은 몸에 있는 "살" 만으로도 충분하다.

 

55사이즈가 대세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옷의 사이즈는 55, 66으로 나가는게 아니라, 44, 55로 시작되고 있었다. 마른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는건 당연하지만, 옷 사이즈까지 그렇게 줄일 필요야 없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44사이즈가 한참 유행하고 있을때, 뉴스에서 인터뷰 한것을 봤는데, 작년에는 55사이즈로 나오는 옷들을 이제는 44사이즈로 표기한다고 했다. 그래야 옷이 잘 팔린다고. 대부분의 브랜드들도 이런식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를..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씁쓸하던지. 옷을 고를 수 있는 폭도 이만큼 줄어들고 있는것인가 하며...

 

<다이어트의 여왕>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케이블 티비에 나오고 있는 <다이어트 워>와 비슷한 내용이다. 꼭 살을 빼야한다고 생각하는 참가자들을 받고 심사해서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에 나올 14명을 결정한다. 그 중에서 규칙을 정해놓고, 탈락자를 결정하게 되는데, 결정의 기준은 다름아닌 체중계에 올라섰을때, 그전의 몸무게보다 줄었느냐, 늘었느냐다. 물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한몫하고 각자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결정이 된다. 여자들이 둘이상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화장실 가기도 두렵다는데 하물며 14명이 모인 이곳이야 어떻겠는가. 앞에서는 다들 챙겨주는 척하지만, 뒤돌아서는 무섭게 노려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그녀들은 살을 빼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난 뒤에도, 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서워서 맘껏 먹지도 못한다.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을 위해서, 싫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가꾸고 있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살이 빠졌음에도, 방송에 나왔다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하며, 그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밖에 나갈때도 함부로 나갈수도 없다. 연예인들이 가끔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요."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잘못했다가는 블로그나 싸이같은데 사진을 올려놓고 무수한 덧글들이 오갈텐데..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냐..(한편으로는 늘 연예인이 부럽지만 말이다)

한참 인터넷에 충분히 예쁜 몸인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해서 잘 먹지않는 여자를 보았고, 어느 나라에서는 너무 심하게 다이어트를 한 나머지 거식증에 걸린 여자도 봤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아니 나를 이렇게 살에 열광하도록 하는것인가.

 

여자들의 적이라는 다이어트를 주제로 삼아,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여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책.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되는건 아니지만, 자기보다 조금 더 잘나간다는 이유로 앞에서는 빙긋빙긋 웃으면서 말하지만, 뒤돌아서면 누구보다 차가운 그녀들. 모두를 자신들의 적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해서든지 깎아내리려는 사람들... 읽다가 몇몇 사람들만 그렇겠거니했는데.. 마지막을 보면서는 경악했다. 사람들은 역시 무섭다. 그리고 나보다 남이 더 잘나게 놔두지도 않는다.

 

책에 약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여자들의 적인 <다이어트>라고 하면 붙잡고 그냥 읽어볼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연애이야기'가 부족해서 그런지.. 읽다가 잠깐 손을 놨었다. 그러다가 막판에 스피드가 붙긴했지만 말이다. 다 읽었음에도 뭔가 개운치않은 느낌이 든다.

 

다이어트! 정말 어렵다. 늘상 살과의 전쟁에서 살고 있으면서, 먹을때마다 이걸 먹으면 얼마나 살이 찔까, 또 얼마나 움직여야 이것의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 마른 여자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전쟁. 나는 대체 얼마나 살이 빠지기를 바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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