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설원을 바라보며 서있는 소년의 표지가 매력적이었다.

성장소설을 별로 접해본 적이 없다는것도 한몫했다.

게다가 전작은 미스터리지만, 이번은 성장소설이다. 이 작가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것 같아서  더 기대가 컸다. 추리소설이었다가 성장소설이라니.. 대부분의 작가들은 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나에게는 놀라운 것이었다.

 

특별한 소년이 온다.

외모도 마음도 생각도 남들과 다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와타루, 그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을에서는 이방인이었고, 엄마와 단둘이 살았기 때문에 남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도시같지 않고 작은 곳일수록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눈초리가 매서운 법이다. 거기다 여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다니..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별로 없었던 일이 아닌가.

그리고 그 아이는 동네 꼬마들과는 다르게 생겼다. 머리카락 색도, 눈동자 색도. 아버지에 대해 항상 물어보고 싶었던 와타루지만, 어쩐 일인지 엄마가 꺼려하는 것 같아서 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소년은 진실을 알아버리고 만다. 엄마가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이것밖에 없다.

바로 이 내가 "크로마뇽인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와타루는 자신은 빙하기에 살고 있으며, 자신은 크로마뇽인의 후예라는 것을 잊지않기 위해 그들의 생활방식을 따라간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의 앞에 태연하게 나타난 소녀 사치. 항상 자신에게 뭔가 한가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와타루는,그 한 조각을 사치에게서 찾아낸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던 무렵.. 이번에는 어머니가 와타루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나는 누구일까? 뭘하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다. 마냥 좋아서 지내던 어린시절을 뒤로 하고, 현실과 마주칠때마다 묻게 되는 물음이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찾지 못해서 평생을 헤매는 사람도 있다. 책 안에는 와타루가 헤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걸 찾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리고 느꼈던건.. 아이들은 착실하게 어른을 보고있다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마주친 엄마들은 아이들이 옆에 있건말건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듯하지만, 나중에 그들끼리 모였을때 반드시 엄마들이 한 얘기가 흘러나오게 된다. 이래서 아이들 앞에서는 말도 함부로 못하는 것인가보다. 어른들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요즘의 어른들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매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나조차도 말이다.

 

- 다른 사람이 보는것과 내가 보는 것이 똑같은지, 불안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같은 것을 보고 듣는 데도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과 내가 느끼는 것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그것은 애당초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사춘기가 너무나도 고독했던 와타루지만, 그에게도 믿고 의지할 친구가 생겼으며, 자신의 뿌리를 마침내는 찾게 된다.  한시라도 자신을 찾고자 했던 끈을 놓지 않은 와타루에게 그런 보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매서움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을 인식시켜 온 와타루. 힘든 날도 많았고, 그만큼 사람들과도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안경이 하나씩 끼워져 있고, 안경앞에서는 어떻게 해도 이겨낼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자신의 곁에는 항상 믿어주고 다독여주는 어머니가 계셨고, 빠져있던 한 조각인 사치도 있었다. 와타루에게는 존재 자체로 힘을 주는 사람들이다.

 

남들에게 보이진 않아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 주눅들 필요없이 자신이 원하는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도 가능하다. 자신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다른 무엇도 아닌 믿음과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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