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미의 기준은 누가 정한것일까.

사람을 보면서 예쁘다, 안 예쁘다, 잘 생겼다, 못 생겼다를 말하게 하는 기준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시대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다고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이 말하는 미의 기준이란 예쁘다, 안 예쁘다를 떠나서 얼마나 살이 쪘느냐, 안 쪘느냐가 관건인것 같다.

 

실제로 살이 쪘던 사람이 살이 빠지면서 몸의 윤곽을 드러내게 되면, 누구든지 예쁘다고 말하지 않은가.

이혜영이 얼마전에 낸 책에서도, "살을 빼라, 무엇을 입든지 잘 어울리고, 예뻐 보일것이다."라고 했었다.

직접 읽은건 아니지만, 그 책에 있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말을 될거라고 읽은 사람이 얘기해줬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특히 여성들을 판단하는 기준은 몸에 있는 "살" 만으로도 충분하다.

 

55사이즈가 대세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옷의 사이즈는 55, 66으로 나가는게 아니라, 44, 55로 시작되고 있었다. 마른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는건 당연하지만, 옷 사이즈까지 그렇게 줄일 필요야 없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44사이즈가 한참 유행하고 있을때, 뉴스에서 인터뷰 한것을 봤는데, 작년에는 55사이즈로 나오는 옷들을 이제는 44사이즈로 표기한다고 했다. 그래야 옷이 잘 팔린다고. 대부분의 브랜드들도 이런식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를..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씁쓸하던지. 옷을 고를 수 있는 폭도 이만큼 줄어들고 있는것인가 하며...

 

<다이어트의 여왕>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케이블 티비에 나오고 있는 <다이어트 워>와 비슷한 내용이다. 꼭 살을 빼야한다고 생각하는 참가자들을 받고 심사해서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에 나올 14명을 결정한다. 그 중에서 규칙을 정해놓고, 탈락자를 결정하게 되는데, 결정의 기준은 다름아닌 체중계에 올라섰을때, 그전의 몸무게보다 줄었느냐, 늘었느냐다. 물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한몫하고 각자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결정이 된다. 여자들이 둘이상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화장실 가기도 두렵다는데 하물며 14명이 모인 이곳이야 어떻겠는가. 앞에서는 다들 챙겨주는 척하지만, 뒤돌아서는 무섭게 노려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그녀들은 살을 빼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난 뒤에도, 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서워서 맘껏 먹지도 못한다.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을 위해서, 싫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가꾸고 있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살이 빠졌음에도, 방송에 나왔다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하며, 그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밖에 나갈때도 함부로 나갈수도 없다. 연예인들이 가끔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요."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잘못했다가는 블로그나 싸이같은데 사진을 올려놓고 무수한 덧글들이 오갈텐데..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냐..(한편으로는 늘 연예인이 부럽지만 말이다)

한참 인터넷에 충분히 예쁜 몸인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해서 잘 먹지않는 여자를 보았고, 어느 나라에서는 너무 심하게 다이어트를 한 나머지 거식증에 걸린 여자도 봤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아니 나를 이렇게 살에 열광하도록 하는것인가.

 

여자들의 적이라는 다이어트를 주제로 삼아,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여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책.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되는건 아니지만, 자기보다 조금 더 잘나간다는 이유로 앞에서는 빙긋빙긋 웃으면서 말하지만, 뒤돌아서면 누구보다 차가운 그녀들. 모두를 자신들의 적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해서든지 깎아내리려는 사람들... 읽다가 몇몇 사람들만 그렇겠거니했는데.. 마지막을 보면서는 경악했다. 사람들은 역시 무섭다. 그리고 나보다 남이 더 잘나게 놔두지도 않는다.

 

책에 약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여자들의 적인 <다이어트>라고 하면 붙잡고 그냥 읽어볼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연애이야기'가 부족해서 그런지.. 읽다가 잠깐 손을 놨었다. 그러다가 막판에 스피드가 붙긴했지만 말이다. 다 읽었음에도 뭔가 개운치않은 느낌이 든다.

 

다이어트! 정말 어렵다. 늘상 살과의 전쟁에서 살고 있으면서, 먹을때마다 이걸 먹으면 얼마나 살이 찔까, 또 얼마나 움직여야 이것의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 마른 여자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전쟁. 나는 대체 얼마나 살이 빠지기를 바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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