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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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배신하라, 여기서 살아남고 싶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가하게 된 게임.

게임의 목적이 무엇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살기 위해서는 해야만 한다.

온통 선홍색의 바위들로 둘러쌓인 곳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게임.

단 한 사람만이 살아서 나갈 수 있다.

 

예전에 친구가 추천해줬던 책중에 <인사이트 밀>이라는 책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체로 내용은 이 책과 비슷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최근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3부작으로 기회된 <헝거게임>도 마찬가지다.

과정이나 시대는 다르지만 목적은 단 하나!!

한 사람만이 살아남기 위해서다.

 

주인공 후지키는 술을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눈을 떴는데..

이곳은 어디인가, 여기에 온 기억도 없다. 옆에는 게임기 하나와 도시락만이 있을뿐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던중에 자신이 게임에 참가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다른 참가자들도 만나게 된다.

모두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도 모르는채 참가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임기에 의지한채 미로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모두 네팀이 움직이지만 결국에는 한 사람만이 남는다.

후지키는 아이라는 여성과 동행을 하는데 묘하게 이 여성은 위험한때에 순발력을 발휘한다. 루트를 정할때라던가 함정을 피할때.. 한팀이기에 일단 믿고 행동은 하지만 아이가 의심스러운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다른 팀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그 이유또한 사람이라는것에 경악하는데.

과연 후지키가 경악케한 행동들은 무엇인지..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또 아이는 누구인가..

 

이러한 물음들을 끝까지 쫓아가게 만든다. 아이가 숨기고 있었던 비밀들. 사람들이 하나둘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후지키는 인간에 대한 실망을 거듭하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야 그 답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누군가가 내내 자신을 쫓는것 같았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건 결국 게임의 목적과도 이어지는 일일거다.

 

<푸른 불꽃>, <검은 집>등을 통해서 섬세하게 심리묘사를 했던 그가 이번에도 그의 문장력들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읽는 내내 손을 놓을수가 없었는데, 정말 뒤로 갈수록 더 궁금하게만 했던건.. 후지키가 설마! 설마!만 외치고 전혀 답을 주지 않았던 까닭이다. 내용이 궁금해진 나는 또 뒤를 먼저 읽어야만 했고.. 그제서야 그 설마의 이유를 하나씩 알아갔는데.. 정말 감질나게 한다. 하루종일 읽었으면 금방 넘겼을텐데 요즘 자기전에 책을 읽느라고 한시간씩밖에 보지 않아서 더 그랬을거다. 환경에 따라서 사람은 변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걸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 책. 사람이 환경을 만드는게 아니라 환경에 맞추어 사람이 변해간다는 걸 후지키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사람은 후지키. 그는 아직도 진실을 쫓고 있다. 정말 그가 생각했던게 존재하는지, 아이는 과연 누구였는지를 말이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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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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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별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슬픈 이별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고맙고 속 시원한 이별도 있다. 성대한 송별 파티를 하며 요란뻑적지근하게 헤어지는이도 있고, 누구의 전송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이별하는 이도 있다. 긴 이별이 있고 짧은 이별도 있다. 한번 헤어졌던 이가 멋쩍은 듯이 훌쩍 돌아오는 일은 흔히 있다. 그런가 하면 짤븡ㄴ 이별인 줄 알았는데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다.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생애 단 한번뿐인 진짜 이별도 있다."

 

이곳은 인간과 너구리와 텐구가 공존하는 세계다.

아니다. 분명히 인간의 세계인데 어째서 이런것들이 존재하는 것인가. 인간의 세상에는 분명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너구리야 그렇다치고, 상상속에서나 살고 있는 텐구가 나오다니 말이다. 시모가모 야사부로는 너구리다. 인간세상에서 인간들과 같이 살고 있지만, 가족들은 분명 너구리이고 숲에 산다. 인간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텐구에게 둔갑술도 배웠다. 형들과 동생과 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것은 가족들을 지탱해주고 있던 아버지가 없는 까닭이다. 아버지는 너무나 위대했다. 너구리들의 수장이었으며, 그 누구도 아버지의 큰 그릇은 따라올수가 없었다. 그런 아버지는 위대한 그 피를 정확하게 넷으로 나누어 주었다. 큰 형은 책임감만 이어받았고, 작은형은 느긋한 성격만, 동생은 순진함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보스러움만. 그러니 내가 할 수있는 일은 그저 재밌게 살면 된다였다. 위대한 아버지였기에 사람들은 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 없다는 식이었지만 말이다. 둔갑술을 가르쳐줬던 스승님은 멋진 텐구였다. 여자에 빠져 모든것을 잃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 여자는 스승님께 텐구의 기술을 물려받더니 보란듯이 스승님을 뻥 차버렸고, 나는 그 여자와의 첫사랑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야사부로가 이해할 수 없던 한가지는 그렇게 위대했던 아버지가 어떻게해서 인간들의 냄비요리가 됐나하는점이다. 그 이면에는 형제가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검은 계획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된 지금 우리 형제가 반격에 나선다!!

 

위대한 이별 하나가 남은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도 있다.

시모가모 가문을 하나로 이어주는것은 가족간의 사랑도 아니고, 끈끈한 형제애도 아니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 그것이 형제들로 하여금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단결을 갖게 했다. 바보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고,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아끼는 마음도 갖고 있다. 모든것은 위대했던 아버지의 가르침. 그러나 우리는 너구리다. 전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 보여줬던 그 정신없던 세계가 다시 이곳에 나타나고 있다. 텐구가 나타나서 영역 싸움을 하고, 인간들이 재난에 휘말려 있으면 보란듯이 장난을 쳐서 기름을 들이 붓는다. 너구리들은 인간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그들 나름대로의 둔갑술로 여느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기대고 있을곳이 없어진 가족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슬픔을 잘 이겨내고 있었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 아버지의 죽음에 다른 누구도 아닌 그렇게 미워하던 사람의 검은 손이 있을 줄이야. 이 책에서도 역시 현실에서는 볼 수 없을법한 이야기가 나온다. 너구리의 둔갑술하며, 떠다니는 배들. 하늘을 날아다니는 텐구, 그리고 너구리 냄비요리까지.. 헉! 너구리가 먹는것이었던가...(그보다 읽으면서 이런걸 상상하고 있다니 나도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 사이에 있는 마지막 반전. 정말 나쁜 사람이 나쁜짓을 한다고 그 얘기가 딱 맞다. 읽다보면 우리의 세계가 보인다. 물론 마지막은 언제나 선이 이긴다지만 말이다.

유쾌한 이야기였다. '매직 리얼리즘' 기법을 구사한다는 작가는 현실이라는 무대에서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낸다. 너구리가 주인공인 현대라니.. 만화책에서나 보던 요소들을 책에서도 볼 수 있다니.. 욕쟁이 스승님. 그 스승님께 예의를 다한다고는 하지만 곧잘 찾아오는 한계때문에 점점 스승님과 같은 성격이 되어가는 너구리 ㅋㅋ 정말 재밌는 형제들이다. 현실얘기에 지친 그대들이라면 이 너구리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다. 너구리들과 둔갑하고, 전철이 되어 날아다니는 그들과 함께 도시를 누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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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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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약 이 세상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나를 사로잡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있기에 세상에는 재미와 생기가 넘친다."

 

올해 싼마오를 두번이나 만났다.

사람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싼마오.

싫은 사람들이 있어도, 자신만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갔던 그녀.

 

<사하라 이야기>에서 만났던 그녀가 활기차고, 즐겁고, 발랄한 모습이었다면

<흐느끼는 낙타>에서는 제목그대로 쓸쓸하고, 눈물많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당시의 시대적 사정도 있었겠지만, 유난히도 그녀의 글에는 눈물이 묻어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던 그녀가 유난히도 분개했던 한가지 일은, 사막에서는 아직도 노예제도가 존재해서 돈이 많거나, 지위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노예를 부릴 수 있었던 점이다. 돈을 많이 주는것도 아니고, 제대로 대접을 해주는것도 아닌 그런 주인 밑에서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점이 그녀를 더욱 화나게 했던 터였다. '벙어리 노예'를 읽으면서 나도 그의 안타까운 처지에 같이 눈물을 흘렸다. 자식들도 있는데,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다른곳으로 돈을 받고 팔아버리다니!!! 내가 살고있는 곳이 문명이 발달하고 살기가 좋아졌다고 해서 남까지 그런것은 아니었다. 이런걸보면 이기심은 버려야하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그 한가지조차 버리질 못하고 있다.

사막이 전쟁중이라서 겪어야만 했던 고통들. 즐겁고 정다웠던 사람들과 그녀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서 생겼던 일들. 분명히 그들의 잘못은 아닌데.. 사람만은 미워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녀도 이런일에서는 어쩔수가 없나보다.

 

호세와 여행했던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그녀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사람들을 마음껏 만났다. 하나같이 친절했으며, 경치도 좋아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날들이었다. 자유로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해봤으면 싶었다. 호세는 제멋대로라고 하면서도 그녀에게만은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주었고, 싼마오도 늘 그렇듯 털보라고 하면서도 그에게는 자신의 모든것을 다 보여주었다. 이렇게 좋은 시간에, 좋은 사람과 함께있다는 것만으로도 싼마오가 충분히 부러워지는 나날들이었다. 정이 많은 싼마오에게 당신은 늘 그게 문제라고 하지만, 겉으로는 냉정한 호세도 마음은 역시 싼마오와 한가지였다. 단 맺고 끝는건 분명했다는 점이 다르면 다르달까.. ㅎㅎㅎ 서로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고, 부부라서 모든걸 공유해야한다는 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그렇은 둘만의 삶을 선택했다. 그 행복함이 조금 더 지속됐으면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싼마오는 호세를 잃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것이.. 가족들과 떨어져 지낼때보다 더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다시 가족의 곁으로 돌아와서도 그 따스한 나날들을 잊지못해, 떠나는 길을 선태했고 그 선택을 존중해줬던 가족들에게 무엇보다 감사의 마음을 전했을 그녀...

 

삶속에서 항상 자유로웠던 그녀. 지금도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그곳 어디에선가 사람들을 보며 즐거워서 웃고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진다.

 

- 저 호수가 얼마나 깊은지 겉으로 보아서는 그렇게 간단히 알 수 없지 않은가.

아마 당신 역시 당신의 호수안에 뭐가 숨겨져 있다고 내게 말해줄 수 없을 것이다.

각자의 희로애락은 각자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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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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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쳤더니, 일본의 작가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이국적인 얘기가 나온다.

미국이다. 일본 작가가 미국을 배경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좀 생소했다.

그럴수도 있는 일인데 나는 작가가 일본 사람이라서 일본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썼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체들이 눈을 뜬다. 죽었던 시체들이 생각을 하며, 말도 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책의 무대가 되는 곳은 툼스빌이라는 마을의 외과에 있는 '스마일이 공동묘지'이다. 그곳의 주인인 스마일리. 그리고 아들들, 손자. 주인공은 스마일리의 손자 그린이다. 그린은 외국에 있다가 할아버지 스마일리의 유산상속이 있다는 이유로 이곳으로 불려오게 되고, 스마일리는 죽어가고 있음에도 죽음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실로 '장의사'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벌써 세번째 되고 있는 스마일리의 유언은 이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유산을 둘러싸고 가족들의 큰 다툼이 있는건 아니지만, 저마다 각자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가운데에 그린은 죽게 된다. 그후에도 가족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며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데.. 과연 주인공 그린까지 죽은 마당에 이야기는 어떻게 풀릴것인가.. 그리고 발리콘 가 사람들이 연이어 살해되는 이유는? 범인은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사람들을 죽이는것인가...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술술 넘어가는것 같더니 어느 순간에는 책장이 멈춰서 있다. 반을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초반에는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 마을 역사 이야기. 이런 잡다한것들이 나와서 도무지 집중을 할수가 없었다. 중간을 넘어서도 재밌다가도 어이없는 상황 설명에 한번씩은 망설여야 했는데, 그래도 별4개인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저마다 범인을 추리하기 마련인데.. "아! 그 사람인가!"이러다가도 읽다보면 "어?아닌가?" 이런 생각을 몇번씩 하게 만들면서 머리를 무지 굴려대게 된다.

간단한 생각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 대체 범인은 누구인지 마지막에 가서 다 풀어준 다음에 알게된다. 그래도 대강의 윤곽은 잡았지만 말이다. 3분의 2를 넘기면서 책은 흥미진진했다. 죽었던 사람들이 되살아난다. 방금 죽은 사람도, 죽어있던 사람들도 말이다. 살아서 기쁜 상황은 아니다. 살해당한 사람들이 살아나서 "네가 죽였지" 이런 소리를 하는데 유쾌한 사람은 없다. 자기가 죽인거라면 더더욱 말이다.

책은 장의사가 소재인만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단순한 육체가 썩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과 연관시켜서 말이다.

- 생명이 없는 물질에서 생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죽음이라는 단어로 생명을 설명하려 들지 않아. 자연계에서 죽음이란 평형상태이자, 생명 활동에 필요한 외부로부터의 보급이 사라졌을 때 모든 생명이 도달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지. 그러니 말이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생명의 정의는 '죽음의 결여'가 될게다.

이런식의 이야기가 책의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온다. 어째서 죽음인가. 사람은 죽기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물론 혼자 죽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들을 형성하고 자손들을 남긴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 이것은 산것인가, 죽은것인가..(실제로 책에서 이것을 가지고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두께도 있는만큼, 초반에 흡입력은 약간 떨어지지만 결론적으로 재미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빠른 전개에 익숙해져 있기때문에 부연설명이 긴 경우에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나처럼) 그래서 후반에 가서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죽은 사람이 어떻게 진실을 찾아내는지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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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루프의 사랑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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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판 '토지' 무한카논 시리즈를 만난건 순전히 카페에 들어가서였다.

이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날은 우연찮게 방문해보고싶었다.

'토지'라는 문구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처음 교과서에서 읽었을때..

짧게 나온 스토리만으로도 '어떻게 이런 얘기를 쓸수가 있지?'이러면서 봤었는데..

사실 그뒤로 제대로 읽은적은 없었다.

 

마지막 3편을 먼저 만났다.

그래서 읽기에 앞서, 나머지 두편을 먼저 읽었어야 하는건가 하면서 뒷쪽 저자의 말을 살펴봤는데...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 읽어도 괜찮다며, 읽을 순서까지 나열해주었다.

고로 마음놓고 읽을 수 있다는 얘기겠지 싶어서 첫장을 넘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첫장부터 정독에 들어갔다.

페이지 하나, 낱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는데.. 제일 처음에 나온건, 가계도였다.

주인공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의 대략적인 흐름을 눈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오루는 후지코라는 여인을 평생 사랑했다. 후지코는 그를 사랑함에도 다른 사람을 선택한 여성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여성이었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앞편을 만나보지 못한 나로써는 알 수 없었다. 대략적으로 보자면, 후지코는 가오루와 유년 시절을 보내고 먼저 다른 나라로 가버렸고, 가오루 역시 생애 하나뿐인 여인인 후지코를 따라서 이곳저곳을 헤매였다. 그렇게 만난 후지코는 벌써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 차였다. 그냥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이면 좋았으련만, 상대는 일본의 차기 천황이 될 사람이었다.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후지코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것. 곧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희망으로 삼으며, 자신도 가정을 이루었으나.. 마음이 불안해 정착할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후지코를 만나기 위해 '이투루프 섬'이라는 곳까지 오게 된다. 미지의 곳이라는 두려움도 있었고,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섬에 가기 전 '니나'라는 여성을 만났고, 한번으로 끝날것 같았던 이 만남은 가오루에게 버팀목이 된다.

'니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진정 후지코는 만날 수 있을까.. 자신의 가족들은?

가오루는 지금 외로움의 바다에 떠 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든것은 후지코에 대한 사랑!

그것에서 비롯되었다.

 

작자는 '나비부인'의 죽음이 '무한카논' 시리즈의 발단이라고 말한다. 많은 세월이 후른뒤에, 나비부인의 유전자가 전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그 이야기를 보지 않아서 감히 말할수는 없지만 책의 내용은 상당히 우울하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그런 우울함을 갖고 섬으로 들어왔으며 무슨 일도 기분을 좋게 할수는 없었다.

음식도 맞지 않았고, 사람들은 외부인이라면서 갖은 추측을 갖고 수근거렸다. 그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어떨까. 붙임성이 좋지도 않은 나는 그냥 집안에만 박혀있을 것 같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는 못하고, 경계하는 주민들에게 마음을 열수도 없고 말이다. 이럴때보면 난 정말 답답한 사람이다.

한 사람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그 사람을 평생토록 찾아 헤매는데, 그 와중에 가정도 꾸린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서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걸까... 참고로 이런 사랑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도중 주인공이 미워지기도 했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이 아닌가. 그럼 남아서 상처받는 사람은 어쩌고? 가질 수 없는 사람을 향한 마음 하나로 버티고, 언제고 기약없는 만남을 기다린다.

가오루는 정말 후지코를 만날 수 있는것일까? 믿음하나로 그많은 날들을 견디며 지낼 수 있는걸까.

'만날 수 있다'라고 하다가도, '그럴 수 없을거야'라고 생각이 되는 날이면, 얼마나 깊은 구렁으로 들어가야하는건지.. 암흑의 세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텐데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또 찾아야하니.. 심적압박감이 더해질것이다.

 

- 두 사람이 맺어질 장소는 피안밖에 없다. 가오루는 부활을 꾀하기 위해 피안의 섬으로 건너갔고, 후지코는 황실이라는 피안으로 건너갔다. 그럼에도 사랑은 죽지 않는다.

 

사랑은 죽지 않았지만, 그 사랑을 쫓다가 사람이 먼저 가버릴 것 같다. 숨막히게 돌고 도는 그 소용돌이속에서 무엇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 망명자에게는 회상하는 버릇이 늘 따라다닌다.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지 않으면 자신이 사라져버리니까.

- 우리는 떠다니는 표류물처럼 자유롭다. 해류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다가 발길이 머문 곳에서는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 안에서 또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이 그렇다. 둘일때는 맘껏 그 행복을 누리다가, 혼자가 되면 행복했던 그때를 몇번이고 돌아보곤 한다. 실제로는 미련한 짓이라는걸 알면서도 계속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것인지도.. 언제고 때가 되면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기 마련이다. 놓아야 할 사람이라면 먼저 놓아버리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안되는 것에 미련을 두는것보다야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가오루의 사랑이 아름답게 보이기 보다는.. 내겐 미련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로를 위해 최선의 길을 갔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 살아남는 것이 허락된 이상, 가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말이 계속 맴돈다. 과연 나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내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고는 있는것인지 말이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의 마음의 깊이를 알수가 없어서. 내게 저런 사랑이 다가온다면..하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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