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루프의 사랑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판 '토지' 무한카논 시리즈를 만난건 순전히 카페에 들어가서였다.

이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날은 우연찮게 방문해보고싶었다.

'토지'라는 문구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처음 교과서에서 읽었을때..

짧게 나온 스토리만으로도 '어떻게 이런 얘기를 쓸수가 있지?'이러면서 봤었는데..

사실 그뒤로 제대로 읽은적은 없었다.

 

마지막 3편을 먼저 만났다.

그래서 읽기에 앞서, 나머지 두편을 먼저 읽었어야 하는건가 하면서 뒷쪽 저자의 말을 살펴봤는데...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 읽어도 괜찮다며, 읽을 순서까지 나열해주었다.

고로 마음놓고 읽을 수 있다는 얘기겠지 싶어서 첫장을 넘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첫장부터 정독에 들어갔다.

페이지 하나, 낱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는데.. 제일 처음에 나온건, 가계도였다.

주인공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의 대략적인 흐름을 눈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오루는 후지코라는 여인을 평생 사랑했다. 후지코는 그를 사랑함에도 다른 사람을 선택한 여성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여성이었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앞편을 만나보지 못한 나로써는 알 수 없었다. 대략적으로 보자면, 후지코는 가오루와 유년 시절을 보내고 먼저 다른 나라로 가버렸고, 가오루 역시 생애 하나뿐인 여인인 후지코를 따라서 이곳저곳을 헤매였다. 그렇게 만난 후지코는 벌써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 차였다. 그냥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이면 좋았으련만, 상대는 일본의 차기 천황이 될 사람이었다.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후지코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것. 곧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희망으로 삼으며, 자신도 가정을 이루었으나.. 마음이 불안해 정착할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후지코를 만나기 위해 '이투루프 섬'이라는 곳까지 오게 된다. 미지의 곳이라는 두려움도 있었고,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섬에 가기 전 '니나'라는 여성을 만났고, 한번으로 끝날것 같았던 이 만남은 가오루에게 버팀목이 된다.

'니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진정 후지코는 만날 수 있을까.. 자신의 가족들은?

가오루는 지금 외로움의 바다에 떠 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든것은 후지코에 대한 사랑!

그것에서 비롯되었다.

 

작자는 '나비부인'의 죽음이 '무한카논' 시리즈의 발단이라고 말한다. 많은 세월이 후른뒤에, 나비부인의 유전자가 전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그 이야기를 보지 않아서 감히 말할수는 없지만 책의 내용은 상당히 우울하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그런 우울함을 갖고 섬으로 들어왔으며 무슨 일도 기분을 좋게 할수는 없었다.

음식도 맞지 않았고, 사람들은 외부인이라면서 갖은 추측을 갖고 수근거렸다. 그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어떨까. 붙임성이 좋지도 않은 나는 그냥 집안에만 박혀있을 것 같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는 못하고, 경계하는 주민들에게 마음을 열수도 없고 말이다. 이럴때보면 난 정말 답답한 사람이다.

한 사람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그 사람을 평생토록 찾아 헤매는데, 그 와중에 가정도 꾸린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서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걸까... 참고로 이런 사랑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도중 주인공이 미워지기도 했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이 아닌가. 그럼 남아서 상처받는 사람은 어쩌고? 가질 수 없는 사람을 향한 마음 하나로 버티고, 언제고 기약없는 만남을 기다린다.

가오루는 정말 후지코를 만날 수 있는것일까? 믿음하나로 그많은 날들을 견디며 지낼 수 있는걸까.

'만날 수 있다'라고 하다가도, '그럴 수 없을거야'라고 생각이 되는 날이면, 얼마나 깊은 구렁으로 들어가야하는건지.. 암흑의 세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텐데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또 찾아야하니.. 심적압박감이 더해질것이다.

 

- 두 사람이 맺어질 장소는 피안밖에 없다. 가오루는 부활을 꾀하기 위해 피안의 섬으로 건너갔고, 후지코는 황실이라는 피안으로 건너갔다. 그럼에도 사랑은 죽지 않는다.

 

사랑은 죽지 않았지만, 그 사랑을 쫓다가 사람이 먼저 가버릴 것 같다. 숨막히게 돌고 도는 그 소용돌이속에서 무엇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 망명자에게는 회상하는 버릇이 늘 따라다닌다.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지 않으면 자신이 사라져버리니까.

- 우리는 떠다니는 표류물처럼 자유롭다. 해류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다가 발길이 머문 곳에서는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 안에서 또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이 그렇다. 둘일때는 맘껏 그 행복을 누리다가, 혼자가 되면 행복했던 그때를 몇번이고 돌아보곤 한다. 실제로는 미련한 짓이라는걸 알면서도 계속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것인지도.. 언제고 때가 되면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기 마련이다. 놓아야 할 사람이라면 먼저 놓아버리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안되는 것에 미련을 두는것보다야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가오루의 사랑이 아름답게 보이기 보다는.. 내겐 미련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로를 위해 최선의 길을 갔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 살아남는 것이 허락된 이상, 가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말이 계속 맴돈다. 과연 나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내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고는 있는것인지 말이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의 마음의 깊이를 알수가 없어서. 내게 저런 사랑이 다가온다면..하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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