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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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모님과 자주 마실(?) 아닌 마실을 다닌다.

전에는 같이 다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면허를 따고, 엄마가 딴 채로 그냥 두면 나중에는 운전을 못한다며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


길을 익히고, 운전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봄에는 해미읍성으로, 여름에는 바닷가로, 가을에는 수목원으로.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참 많은 곳을 다녔다. 마침 사진을 찍겠다는 마음을 먹은 탓도 있었다. 가까운 곳도 좋지만, 기왕이면 차도 있으니 안 가본 곳을 더 다니고 싶었다.


이 책에서도 엄마보다는 아빠의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아버지의 나이드심이 먼저 와 닿는달까... 예로, 우리 아빠는 한겨울에도 춥다는 소리는 커녕, 런닝도 안 입으시는데 요새는 조금만 날이 차도 춥다고, 바람이 왜 이렇게 차냐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빠도 이제 나이가 드셨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오코의 부모님 얘기를 읽으면서 가끔은 나도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항상 정정하실 것만 같던 아빠가 어느 순간에 작아 보인다거나, 계속 나를 다독여주고 용기만 주었던 엄마가 힘없이 다니시는 걸 보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찌릿하다.

더 나이드시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활발하게 움직이실 수 있을 때, 같이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하건만 어째서인지 그 마음은 한순간뿐이다.


그나마 요새는 조카들도 있으니, 부모님께서 같이 외출하시는 일도 많지만. 그 전에는 아빠는 같이 안다니신 적이 많으므로. 다녀도 엄마랑 나랑ㅎㅎ 거기다 아빠도 출근을 하시니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부모님도 물론 그렇겠지만 나도 좋은 것이 있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집에도 좀 사갈까~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에도 물론 그렇긴 했지만 요즘에서야 더 자주 그런달까...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야겠다. 어딜 간다는 것만이 시간을 보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집에서는 그냥 유야무야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마니까.

게다가 티비를 보느라, 또는 밀린 잠을 자느라 하다보면 얘기도 안하고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릴 때가 많다. 나는 말주변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학생 때는 얘기를 나눈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요새야 말이 늘었다는 소리를 듣지만 이것도 보통 사람의 2/3는 되려나.. ㅎㅎ

이럴때는 쉴새없이 조잘대는 우리 조카가 부럽다.


좀 더 많은 얘기를, 좀 더 많은 시간을 나누는 내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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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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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걸작이라는 '악인'을 사두고 읽기도 전에, 꽤 오래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읽기도 전에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집어들었다.


제목은 분노인데.. 읽으면서 '의심'이라고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그도 그럴 게, 하나의 이유로 인해 사람들의 의구심과 믿음이 마구마구 조각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8월 18일에. (이렇게 쓰고 달력을 보니 오늘이 19일이다. 우와~) 보육 교사인 오기 리카코와 남편인 오기 유키노리가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었다. 범행의 현장에는 범인인 남자가 피해자의 피로 쓴 '분노'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야마가미 가즈야. 아직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아이코와 다시로, 유마와 나오토, 그리고 이즈미와 다쓰야.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던 이 세쌍들의 사이에 벌어짐이 생기게 된 것은 야마가미의 몽타주 때문이었다. 그 얼굴에 결정적인 특징인 점이. 그리고 다들 과거를 말해주지 않는 다들 것이 부른 결과였다고나 할까. 아이코는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는 다시로를, 이해할 수 있어, 이해해라고 하면서도 믿지 못했으며 그것은 요헤이의 마음이 더 컸다. 사건의 방송을 보고나자마자 다시로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그동안에 말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찾아봤지만 도무지 진짜라는 것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나오토. 그 시기에 맞춰 아는 친구들이 하나씩 자신들이 사는 곳에 도둑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건 우리들도 아는 사람일 거라는 애기와 함께. 그리고 그 뒤에 걸려온 경찰서에서의 나오토를 아느냐는 전화. 나는 나오토의 어디까지를 알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즈미. 하루마 섬과 가까운 곳에서 다나카를 만났다. 혼자서 여행을 하고 있고, 지금은 섬에서 혼자 산다는 그 사람을 시내에서 만나고. 다쓰야와 함께 나갔던 시내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이런저런 일들이 이 커플들에게서 생겨나는데.. 도저히 어느 쪽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내내 책이 내뿜고 있었다. 초반에는 나오지 않는 그들의 과거가 더욱 믿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엮이고 싶지 않다!!라는 느낌도 강했다.


한 사람을 만났고,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안다고 하는 건 그 사람의 이름과 생김새뿐.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모른 채 내 곁을 맴돌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의 주인공인지도 모른다고 할 때, 나는 어디까지 믿어줄 것인가...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권을 읽고, 서서히 범인에게 다가가는 2권을 집어들었을 때 너무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 나쁜 버릇이 나오고 말았다. 뒤를 먼저 봤으니 범인을 아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이게 또 범인을 알고 나니 그 이유가 궁금해져서 이번에는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장에 꽂힌 '악인'이 보였다. 극찬을 받은 악인을 뛰어넘은 책이 '분노'로 나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는데, 그럼 '악인'은 어떻게 흔들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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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 제2회 퍼플로맨스 대상 수상작
박소정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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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그분이 사랑을 잃었을 때 심장이 아닌 폐로 숨어든 이유가 뭘까.

사랑은 여기, 쿵쿵 뛰는 왼쪽 가슴에 있다고들 하잖아."

"야, 이건 비밀인데 사람이 호흡을 멈추더라도 심장은 저 혼자 잠시간 뛰는 거 알아?"

"숨을 쉬지 않아도 심장은 뛴다고?"

"그러니까 심장이 멎는 것보다, 숨을 쉴 수 없는 게 더 슬픈 일이 아닐까."

수연과 단, 수연과 정연, 수연과 민아, 그리고 수연과 단과 은이의 이야기.

어찌도 이렇게 어지럽게 엮인 운명들인지 모르겠다.

몰랐다면 모를수도 있는 사람들인데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숨었다 싶으면 다시 나온다.

기생이었던 어미를 잃고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약재로 얽힌 단과 수연과 은이는 한 식구가 되었다. 그나마도 연결고리라 할 것이 없었을텐데 동생 은이로 인해 한 식구가 되었다. 향장이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잠시나마 잊고, 단이의 의원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던 그때. 은이가 갑자기 시집을 가겠다 했고, 그런 은이를 보내고 나니 단과 수연의 연결고리는 더 희미해졌다. 단이의 마음도 어떤지 알 도리가 없었던 수연이 집을 나가겠다고 했을 때, 단이가 수연을 붙잡았고, 괜찮아지겠지 싶었을 때 은이가 사라졌다.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고, 수연과 단은 자신들을 견디지 못해 각자 서로의 삶을 찾아나섰다.

수연과 민아의 만남 또한 우연이었다.

며칠을 굶고, 마포나루에 당도한 수연에게 예조참판의 고명 딸 민아의 결혼식 소식이 들렸다. 그저 일손을 돕고 품삯을 얻을 생각이었는데, 의기소침해진 민아의 모습을 보니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 혼인날까지 남게 되었다. 민아의 수발을 들고, 민아의 모습을 꾸며주는 새 정이 들었나 보다.

궁으로 가겠다는 수연의 말에 삐친 민아는 마지막까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듯하더니, 떠나는 수연을 보며 뛰어나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수연과 정연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어느 추운 날,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정연이, 마침 술을 찾다가 구하지 못해 돌아가던 수연을 보게 되었고. 왜인지 신경이 쓰여 따라나갔는데 신발 한짝을 흘린 채로 쓰러진 여자가 있더라. 그게 수연이었다. 이렇게 끝나는가 싶더니, 병자호란이 일어나서 심양관으로 옮긴 수연과 정연은 그곳에서 또 만났다.

이미 두 명의 부인이 있던 정연과, 그래도 마음을 주었던 수연.

두 명의 부인 누구에게도 맘을 붙이지 못했던 정연이었던건가... 그래서 수연에게서나마 위안을 얻었던 걸지도..

수연과 민아의 두번째 만남은 증오였다.

알지 못한 민아의 증오.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인지 민아는 수연에게 고마움과 그리움이 아닌 증오를 보내고 있었다. 하여, 수연을 죽일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이 모든 잘못은 자신이 몰랐던 그 글자 하나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그렇게 아끼고, 아껴주던 서방님을 오해로 보냈단 걸 안 민아는 미안함을 눈물을 쏟고 만다.

그리고 수연에게도...

수연과 단의 두번째 만남은.. 사랑은 아니었다.

그리움이었다.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

처음에는 사랑이었고, 이번에는 그리움이었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수연을 죽여야 했을 때, 남몰래 단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어찌하여 죽지 않고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수연을 보았을 때는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수연과 정연의 두번째 만남은, 행복이었다.

자신을 묶고 있던 고리에서 빠져나와 겨우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이랄까.

책의 소제목이 꽃의 향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책을 넘기는 내내 향이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치자꽃, 앵두꽃, 감꽃.

감꽃도 향기고 있고, 호박꽃으로는 쌈도 싸 먹을 수 있었단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얼마나 많은 향기들이 이 안에 들어있을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먹먹해지고, 은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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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 1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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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이끌려 홀린 듯이 책을 선택하고,

표지에 숨겨진 그림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는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뒤져보면 막 나온다.

아직 1권을 읽는 나는, 아무리 읽어도 그림의 존재가 나오질 않아서 궁금한 마음에 2권을 먼저 펼쳐봤고, 훌훌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에 숨겨진 단서를 찾았는데.. 뭐.. 결론적으로 내가 처음부터 제대로 읽지 않아서인지 단서를 잡지 못했다. 여기서 더 답답해져서 다른 사람들의 글도 찾아본 건데...

으음... 스포라고 생각한 건지, 누구 하나 그림이 주는 의미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ㅠㅠ

나는 정말이지 그림이 갖고 있는 의미가 궁금하다!!!

내가 빨리 읽는 수밖에 없겠네.

책을 읽다 보니 나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알고 보니 예전에 나온 <비밀의 계절>로 만난 적이 있다!!! 벌써 몇년 전이긴 하지만 그 책도 두꺼운 데다, 2권이었고. 무엇보다 이것만큼 내용도 무거워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던 듯... 지금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이 책이 너무 무거워서 한동안은 생각이 안 날 듯 싶다.

시오는 엄마를 잃었다. 그것도 제 탓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랑 제때 학교에 갔으면, 아니 그것보다도 자신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엄마가 미술관에 갈 일도, 애초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폭탄으로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면, 그 할아버지와, 그 그림과, 무엇보다도 피파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사건과 만남은 시오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다.

폭발이 나던 날,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황금방울새>의 그림을 가져가게 했고, 반지를 주며 호비를 만나라고 했다. 왜 그에게 도망가라고 했는지는 뒤로 한 채. 그리고 그들을 만났다. 그들을 만나서가 아니라 그 폭발로 인해 이미 시오의 인생은 뒤죽박죽이 되기 시작한 터다.

무엇보다 시오를 더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 아빠의 등장이었다. 오지 않았으면 앤디의 가족과 행복하게, 적어도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있었을텐데. 모든 건 다 아빠 탓이다. 그리고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아빠도 사고로 죽었다.

1권의 중반쯤 읽었을 때, 시오가 가진 그림을 둘러싸고 뭔가 일어나려나 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내내 시오의 방황하는 모습과 내면의 모습을 서술하는 내용뿐이었다.

어린아이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그만큼 상실감이 컸다는 건 알겠다. 그래도 좀.. 이야기는 전개를 시켜줘야 할 게 아닌가!!! 겨우 피파와 만났고, 그림의 이야기가 나오려는 찰나에 아빠가 등장해서 같이 뉴욕으로 무대를 옮겼으며, 그 안에서도 계속되는 시오의 불안한 모습.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자신의 자리,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시오.

다시 만난 호비 아저씨와 가끔 만날 수 있는 피파.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들.

아아~ 책이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아직 1권 밖에 읽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친 나는.. ㅠㅠ

그래도 뒷이야기가 궁금하니까 계속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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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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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번째 시리즈다.

작년에 첫번째 시리즈를 만났는데 그만큼 다작인건가, 아님 나와있던 책이 많아서 한꺼번에 나오느라 그런건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쓰다 보니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생각나는군. 다작에 있어서는 이 작가에 견줄 작가가 없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으면서 완전 미드야!! 이러면서 읽었는데 이번도 만만치 않다.

강력반 형사 피아. 한동안 많은 사건들을 끝내고 이제 행복의 절정을 맛보는 중이었다. 기나긴 휴가였고 이 기간 내내 크리스토프와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무엇보다 더 좋은 것은 그들이 결혼했다는 사실이었다!!! 친구나 증인도 없이 비밀리에 치른 결혼식이지만 조만간 성대하게 파티를 열 예정이어서 피아는 생각만으로도 날아갈 듯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한참 신나있는데 반장 보덴슈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건이 있는데 사람들도 없고, 피아에게는 잠시 틈이 있으니 한번 보고 와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이때부터 피아의 휴가가 꼬이기 시작한다.

여성의 사체가 발견됐고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 여인이 대체 왜 이렇게 죽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오는 피해자들도 하나같이 접점이 없었다.

카롤리네 알브레히트는 그동안 했던 일을 내려놓고 무엇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딸과 함께, 또 엄마와 함께. 일만 하던 그녀에게 이건 정말이지 큰 결심이었다.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그 시간을 함께할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것도 누군가에게 총을 맞고서. 대체 이유가 뭐지? 뭐가 문제야?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납득하지 못하던 그녀는 아버지가 뭔가 숨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후, 홀로 단서를 쫓기 시작하는데.. 이게 뭐야, 다 아버지때문이야!!!

사랑하는 가족들을, 또는 그런 사람들을 잃는다는 건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텐데.. 하물며 그게 자연적인 것도 아닌 누군가의 의도로 그렇게 된 거라면.. 어떠한 말로 건네야 하며, 진실을 찾았을 때 또 어떻게 그것을 전해줘야 할까.

예전에 친구의 지갑을 보다가 '장기이식 동의'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것을 봤다. 이게 뭐야? 라고 물으니 자신이 혹시 정말 큰 사고가 나서 뇌사 상태가 되면 주저없이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해달라는 뜻으로 붙여둔거라고 했는데.. 나는 거기서부터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있다가 깨어나기도 하잖아. 가족들은 어떻게 해라고 했더니 자신의 뜻은 그렇다며.. 정말 만약에 라고 했다. 가족들은 한가닥의 희망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텐데 자신의 의사가 그렇다면 따라줘야만 하는 걸까..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친구가 더 중요했다. 나보다는 가족들이 더한 마음이겠지.

초반부터 사람들이 죽었다. 누군가가 계획을 세워서 실행했고, 그것에 있어 빈틈은 없었다. 자신은 누군가가 숨기로 했던 그들의 과거를, 벌을 받아야만 했던 그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라며 나중에 감옥에 들어가고 자신도 죽을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이 마음은 자신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피해자를 위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로 인해 죽은 사람들은 무슨 잘못일까...

아무런 연결점이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하나로 엮이기 시작했다. 심장마비였던 키르스텐 슈타틀러. 그녀가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그녀에게 '뇌사'라는 진단이 내려지지마자 병원측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며 가족들에게 압력을 넣었고, 가족들은 아직은 그럴 수 없다며 기다리라고 했지만 계속되는 압력에, 힘든 가족들 앞에 입원 동의서라고 내밀었지만 그것이 입원 동의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들이 이 '뇌사' 사건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얽히는 이야기였다. 초반에 나오는 인물들도 너무 많고, 계속 수사가 꼬이는 바람에 대체 단서는 언제 잡히는거야! 이런 맘으로 읽었는데 마지막은 슉슉 넘어간다. 증거 하나가 나타나자마자 거기서부터 급진전이 됐기 때문인데.. 쉬지 않고 뛴 형사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가장 큰 증거를 들이민 건 피해자의 가족인 카롤리네 알브레히트였다.

여기까지 쓰고 읽어보니 너무 큰 줄거리를 다 쓴 것 같지만 정작 궁금한 것들은 남겨놓았으므로,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이 너무 더딘 바람에 안그래도 해결에 급한 마음을 갖고 있던 나는 궁금한 마음에 또 뒤부터 읽었다!!! 그리고 대체 왜 그 사람인가!!!를 생각하며 다시 읽었는데..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 마음을 어떤 걸로도 설명할 수 없겠지..로 결론을 내렸다.

책을 읽다 보니 미드 '킬링'이 생각났다.

완전 무겁고, 음산한 느낌이 물씬이다. 더 쓰자면 스펀지에 물을 먹여놓은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

여기에 나오는 여수사관이 피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보다는 킬링의 여주가 더 위인가.

생각났으니 다시 봐야겠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찾아보니 벌써 시즌4까지 나왔다. 시즌1 보다가 너무 무거워서 중간에 그만뒀는데.. 이 참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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