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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걸작이라는 '악인'을 사두고 읽기도 전에, 꽤 오래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읽기도 전에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집어들었다.
제목은 분노인데.. 읽으면서 '의심'이라고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그도 그럴 게, 하나의 이유로 인해 사람들의 의구심과 믿음이 마구마구 조각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8월 18일에. (이렇게 쓰고 달력을 보니 오늘이 19일이다. 우와~) 보육 교사인 오기 리카코와 남편인 오기 유키노리가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었다. 범행의 현장에는 범인인 남자가 피해자의 피로 쓴 '분노'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야마가미 가즈야. 아직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아이코와 다시로, 유마와 나오토, 그리고 이즈미와 다쓰야.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던 이 세쌍들의 사이에 벌어짐이 생기게 된 것은 야마가미의 몽타주 때문이었다. 그 얼굴에 결정적인 특징인 점이. 그리고 다들 과거를 말해주지 않는 다들 것이 부른 결과였다고나 할까. 아이코는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는 다시로를, 이해할 수 있어, 이해해라고 하면서도 믿지 못했으며 그것은 요헤이의 마음이 더 컸다. 사건의 방송을 보고나자마자 다시로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그동안에 말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찾아봤지만 도무지 진짜라는 것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나오토. 그 시기에 맞춰 아는 친구들이 하나씩 자신들이 사는 곳에 도둑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건 우리들도 아는 사람일 거라는 애기와 함께. 그리고 그 뒤에 걸려온 경찰서에서의 나오토를 아느냐는 전화. 나는 나오토의 어디까지를 알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즈미. 하루마 섬과 가까운 곳에서 다나카를 만났다. 혼자서 여행을 하고 있고, 지금은 섬에서 혼자 산다는 그 사람을 시내에서 만나고. 다쓰야와 함께 나갔던 시내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이런저런 일들이 이 커플들에게서 생겨나는데.. 도저히 어느 쪽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내내 책이 내뿜고 있었다. 초반에는 나오지 않는 그들의 과거가 더욱 믿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엮이고 싶지 않다!!라는 느낌도 강했다.
한 사람을 만났고,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안다고 하는 건 그 사람의 이름과 생김새뿐.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모른 채 내 곁을 맴돌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의 주인공인지도 모른다고 할 때, 나는 어디까지 믿어줄 것인가...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권을 읽고, 서서히 범인에게 다가가는 2권을 집어들었을 때 너무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 나쁜 버릇이 나오고 말았다. 뒤를 먼저 봤으니 범인을 아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이게 또 범인을 알고 나니 그 이유가 궁금해져서 이번에는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장에 꽂힌 '악인'이 보였다. 극찬을 받은 악인을 뛰어넘은 책이 '분노'로 나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는데, 그럼 '악인'은 어떻게 흔들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