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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영성 - 일상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하루 ㅣ 헨리 나우웬의 일상의 예배 1
헨리 나우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3년 8월
평점 :
청소년 시절에는 기도를 열심히 했다. 30분, 1시간씩 하기도 하고, 방언으로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덧 ‘삶=예배(기도)’, ‘예배(기도)=삶’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것이었다.
기도 뿐 아니라 성경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로 변했다. 하나님은 성경에서만 아니라 모든 책에서 말씀하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보다 성숙한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자칫 중심을 놓칠 수 있다. 삶이 기도라고 하며, 모든 책이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여 기도와 말씀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바로 그런 실수를 범했다.
한동안 그렇게 지내왔다. 내가 이전보다 더 성숙해졌다는 믿음(?)과 함께. 하지만 내 삶은 촉촉하지 않고, 메말라 있었다. 일에 쫓기며 분주하게 움직였고, 허둥지둥 대기 일쑤였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내 경험으로는 기도와 말씀을 통해서이다.
올 봄부터 다시 기도와 말씀을 하루의 중심(시작과 끝)에 놓고 있다. 그러면서 기도문 낭송도 하고, 일기도 쓰고, 온몸기도(절명상에서 착안하였고, 자세를 내 몸에 맞게 변용하고, 이름도 새로이 붙인 수련방법)도 하고 있다. 2달 가량 지나면서 어느덧 몸에 익고 있고, 이젠 안 하는 게 어색할 정도다.
그러던 중 <삶의 영성> 출간을 접했다. 영성에 대해 스스로 정리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 책에서 <개인-홀로의 영성>, <공동체-함께의 영성>, <사역-노동의 영성>으로 구분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세 가지 구분을 따라서 가보자며 책을 펴게 되었다.
헨리 나우웬은 우리에게 성령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고 묻는다(22쪽). 세상은 워낙 화려하고 시끄러워서 하나님을 주목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훈련-하나님이 활동하실 수 있는 공간을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24쪽).
영적인 삶, 하나님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 그 훈련의 시작은 기도다. 절대 사역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고독 속에 홀로 하나님과 함께 머무는 것이다. 고독이란 하나님과 단둘이 있는 것이다. 고독 속에서 하나님과 교제한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건 하나님과 예수님이 충만한 교제를 나누고 있다는 걸 믿는 것이다(36쪽). 그 친밀한 교제에 우리가 동참할 수 있다. 성령으로 함께 하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이자 구원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가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사랑하는 자”라고 부르는 하나님의 음성을 고독 속에서 들을 수 있다. 기도란 그 음성을 존재의 중심으로 듣고, 삶 전체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41쪽). 이 음성을 듣지 못하면 우리는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기 쉽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예, 저도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이런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기도이고, 우리에게 생기를 주는 구원이다(47쪽).
헨리 나우웬은 이렇듯 고독/기도에서 시작하여 관계/공동체로 나아간다. 공동체는 홀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고독과 고독이 만나는 곳이다. 홀로 서지 못하는 사람은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사람의 갈망을 사람이 채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며 지체의 사랑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느낀다(71쪽). 그 힘이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이다.
고독한 자들이 공동체를 이루면 자연스레 사역이 펼쳐지게 된다. 세상과의 만남, 그것이 바로 사역이 된다. 오늘날 세상은 5초에 1명식 어린 아이가 굶어죽는 현실이다. 곳곳에서 뭇 생명들이 고통 받으며 신음하고 있다.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도처에 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사역이자 긍휼이다(91쪽).
세상은 ‘성공’을 지향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건 ‘열매’다. 열매가 알차게 익으려면 우선 하나님과 단둘이 만나는 시공간을 잘 확보해야 한다. 세상을 거스르며 훈련해야 한다. 그 후에는 그렇게 고독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받은 사랑과 은총을 나눈다. 이것이 바로 교회이고, 공동체다. 그러면서 ‘고통의 자리’에 찾아가게 된다(79쪽). 그 사역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소명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픈 마음이 들었을 때, ‘신앙서적을 읽는 게 나에게 유익할까? 그냥 기도하고 말씀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다른 사람이 하나님을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기보다, 내가 하나님을 만나고 내가 책을 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영성>을 읽어보니 헨리 나우웬도 그렇게 생각한다. 고독, 하나님과 단둘이 있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시 나우웬의 말대로) 고독만이 영성은 아니다. 공동체의 영성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공동체의 지체, 내 벗에게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개인, 공동체, 사역이라는 틀이 영성을 나누기에 적합한 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무리를 해서 도전한 책인데, 기대보다 더 유익했다. 특히 저자를 영적인 벗으로 느끼게 된 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걸음은 역시 늘 내 생각보다 크고 좋다는 걸 다시 한 번 고백한다.
책 읽는 것 자체로 만족할 수 없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만나야 할 것이다. ‘고독’의 자리를 내기 어려운 이 시대에서 ‘고독’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 책을, ‘공동체’ 지체의 글로 읽어보길 권한다. 나와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인 ‘공동체’ 지체들에게.
덤. 이 책은 약 100쪽 분량이고, 1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다. 그림과 편집 등 디자인도 선물하기에 적합한 책이다.